'특허·예측력 세계 2위'…코로나 시대 두각 나타내는 국내 AI-BI 기업들

2020.09.08 19:00
신테카바이오-테라젠바이오, 유전자 발현 예측 AI 기술로 성과
수입된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렘데시비르에 대한 특례수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제공
수입된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렘데시비르에 대한 특례수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렘데시비르는 기존에 개발 중이던 다른 치료제 후보물질을 코로나19 용으로 바꾼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개발됐다. 이 같은 방식을 단시간 내에 인공지능(AI)과 생명정보학(BI)를 이용해 수행하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인공지능(AI)과 생명정보학(BI) 기술이 전세계 제약·바이오 산업 현장을 크게 바꾸고 있는 가운데, 이들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한 국내 기업들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은 AI와 BI를 이용한 약물재창출 분야에서 누적 특허 출원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신테카바이오가 단일 기업·기관 중 미국 기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특허를 출원하며 새로운 시장 창출에 도전하고 있다. 테라젠바이오는 AI를 이용해 약물의 반응성을 예측하는 국제대회에서 2년 연속 종합 2위를 차지했다. 한미약품과 SK바이오팜 등도 최근 AI 약물재창출 기술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주목 받는 AI ‘약물재창출’ 특허 2위는 한국·한국기업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크게 주목 받는 신약 개발 방법은 '약물 재창출'이다. 약물 재창출은 기존 약물 가운데 다른 질병에 효과가 있는 약을 찾는 방법이다. 이미 길고 복잡한 임상시험을 거쳐 신약으로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감염병 유행과 같이 급박할 때 요긴한 방법으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로 개발하다 최종 임상에서 실패했던 렘데시비르나 천식 약으로 널리 사용되던 덱사메타손 등을 코로나19용 치료제 후보물질로 발굴하고 그 중 렘데시비르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사례가 있다.

 

특허청과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이 8월 말 발간한 ′AI BI를 활용한 약물 재창출 기술 특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AI 분야 약물 재창출 유효 특허를 보유한 국가로 나타났다. 특허청 보고서 캡쳐
특허청과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이 8월 말 발간한 'AI BI를 활용한 약물 재창출 기술 특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AI 분야 약물 재창출 유효 특허를 보유한 국가로 나타났다. 특허청 보고서 캡쳐

이 분야는 AI와 BI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진 분야로 꼽힌다. 한국 연구기관과 기업의 활약 눈에 띈다. 특허청과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이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 ‘AI BI를 활용한 약물재창출 기술 특허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위 그래프). 특허청이 AI와 관련된 약물 재창출 관련 전세계 특허 가운데 유효 특허 147건을 검토한 결과, 미국이 56건(38%)로 1위, 한국이 29건(20%)으로 그 뒤를 잇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유럽이 3, 4위다. 관련 특허는 2015년부터 크게 늘었는데, 한국은 매년 2~4건의 특허를 냈으며 아직 미공개 특허가 존재하는 2019년에 큰 폭의 상승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특허를 분야 별로 분석해 보면 주로 약물에 의한 유전자 발현 양상 변화를 분석하는 기술(46%)과 약물 및 질병 유사성을 바탕으로 비슷한 질병에 적용해 보는 방법(28%), 표적과 약물 또는 표적과 질병 사이 연관성 정보를 바탕으로 약물을 찾는 기술(15%)이 가장 많은 가운데, 한국 역시 유전자 발현을 분석하는 기술이 76%로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발현 분석을 통한 AI 약물 재창출 기술은 2018년 이후 급증한 새로운 기술이다.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대표는 파이가 줄어드는 수축사회에는 기존과 같은 개발과 마케팅으로 생존하기 어렵다며 바이오 제약 분야에서도 환자 자신에게 딱 맞는 정밀의학이 필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신영 기자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대표는 "파이가 줄어드는 수축사회에는 기존과 같은 개발과 마케팅으로 생존하기 어렵다"며 "바이오 제약 분야에서도 환자 자신에게 딱 맞는 정밀의학이 필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신영 기자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도 AI-BI 약물 재창출 기술로 발굴


출원 기업 및 기관에서도 한국이 두드러졌다. 국내 AI 신약 기업 신테카바이오가 18건을 출원해 미국 보스턴진 코퍼레이션(22건)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3위는 11건을 출원한 IBM이었다. 연세대 산학협력단도 4건으로 공동 5위권의 실적을 기록했다. 보스턴진과 신테카바이오는 유전자 발현 분석 관련 연구 분야에서 특허를 출원했다.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대표는 전화 통화에서 "기술기업으로서 특허가 자산이라 계속 출원을 했지만 이렇게 순위가 높은지는 보고서를 보고서야 알았다"며 "코로나19로 언제든 팬데믹이 재현될 수 있는 시대에, AI를 이용해 세포실험보다 월등히 빠르게 기존 약물을 탐색해 재창출 신약을 만들 수 있는 최신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AI BI를 이용한 약물 재창출 관련 유효 특허를 낸 출원인(기업과 기관) 순위를 보면 한국의 신테카바이오가 미국의 보스턴진 코퍼레이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 보고서 캡쳐
AI BI를 이용한 약물 재창출 관련 유효 특허를 낸 출원인(기업과 기관) 순위를 보면 한국의 신테카바이오가 미국의 보스턴진 코퍼레이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 보고서 캡쳐

신테카바이오는 실제로 올해 이 방식으로 코로나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서 증식할 때 핵심 역할을 하는 바이러스 단백질인 단백질가수분해효소 ‘메인프로티에이스(Mpro)’의 구조를 바탕으로 이 효소의 작동을 억제할 수 있는 약물 후보 30종을 FDA 승인 약품 3000여 개 중에서 찾았다. 이후 세포실험을 거쳐 총 3개 후보물질을 찾았으며 이 가운데 2건을 발굴해 5월 용도특허를 출원했다. 

 

이달 3일에는 이 두 종을 병행 투여하는 동물실험을 통해 폐 병변을 치료한 결과 렘데시비르보다 높은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윤선일 신테카바이오 사업개발이사는 전화 통화에서 “수십 마리의 마우스의 폐 조직에 침범한 병변이 얼마나 회복됐는지를 육안으로 확인해 부피를 비교한 결과 94.3%의 치료율을 보여 44.3%의 렘데시비르보다 효과가 높았다”며 “임상 등 후속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미 의료현장에서 20년 이상 사용되던 약물로 안전성이 이미 확보돼 있는데다 원가도 싸 비용도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시설을 보유한 기업과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신테카바이오 제공
신테카바이오 제공

●약물 반응 '블라인드 테스트' 2년 연속 세계 2위 차지..."신약 개발 임상시험 성공률 높여"


유전체 분석 정밀의료기업 테라젠바이오는 올해 4~8월 미국 컬럼비아대와 미국 비영리기관 세이지 바이오네트워크가 주최한 국제 AI 기술 경진대회인 ‘항암약물반응예측 드림 챌린지’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고 8일 밝혔다. 이 대회는 AI와 BI 기술을 이용한 신약 개발 알고리즘의 성능을 겨루는 대회다.

 

대회 주최측이 제시한 30종의 비식별 약물에 따라 515종의 세포주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가장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예측하는 팀이 우승한다.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셈이다. 약물을 투입하면 세포주의 유전자 발현 양상이 변하는데, 이 변화에 따라 질병에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예측한다. 국내 바이오벤처와 대학팀은 물론, 미국 하버드대 의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중국 칭화대 등이 참여했다.

 

테라젠바이오 제공
테라젠바이오 제공

테라젠바이오는 빅데이터와 BI 팀이 참가해 핀란드 헬싱키대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테라젠바이오는 지난해 드림 챌린지에서도 기존 약물을 다른 질병 등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약물 재창출’ 기술의 핵심인 약물 표적 발굴을 AI를 이용해 예측하는 기술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테라젠바이오는 AI와 BI를 활용한 약물반응 예측 기술을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의 환자군을 선별하는 데에 실제로 활용하고 있다. 김태형 테라젠바이오 상무는 전화 통화에서 “임상시험은 수백억 원이 들어가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지만 성공확률이 낮다”며 “AI와 BI 기술로 바이오마커를 개발해 약이 잘 들을 환자를 선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면 비용도 줄이고 성공률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개발한 약은 적용할 수 있는 환자군 규모는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대신 약효가 없는 환자에게 불필요하게 투여할 여지가 사라져 미국식품의약국(FDA) 등도 권장하는 임상시험 방식이다. 김 상무는 ”테라젠이텍스의 자회사 메트팩토가 이 기술을 이용해 모두가 포기했던 대장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의 임상에 성공해 현재 글로벌 제약사와 임상2상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테라젠바이오는 미국과 독일 등의 연구기관과 대학이 공동주최한 국제 약물반응 예측 대회에서 2년 연속 세계 2위를 차지했다. 항암 약물 30을 500여 개 세포주에 투약한 뒤 세포 내 유전자 발현이 변하는데, 이 변화와 그에 따른 약효를 예측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다. 테라젠바이오는 항암 표적을 찾는 지난해 대회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테라젠바이오 제공
테라젠바이오는 미국과 독일 등의 연구기관과 대학이 공동주최한 국제 약물반응 예측 대회에서 2년 연속 세계 2위를 차지했다. 항암 약물 30을 500여 개 세포주에 투약한 뒤 세포 내 유전자 발현이 변하는데, 이 변화와 그에 따른 약효를 예측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다. 테라젠바이오는 항암 표적을 찾는 지난해 대회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테라젠바이오 제공

●AI 신약 개발 빠른 걸음 보이는 국내외 기업·기관들

 

국내 다른 바이오기업 역시 AI를 이용한 약물 설계 분야에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2018년 약물설계 플랫폼을 개발했다. 한미약품도 올해 1월 스탠다임과 공동연구계약을 체결하며 이 분야를 개척 중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해 3월 AI신약개발지원센터를 개소해 관련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연구기관 역시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호정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팀은 한국화학연구원, 한국화합물은행, 경상대와 함께 ‘빅데이터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으로 개발해 올해 초 공개했다. 화합물의 효능과 독성 등 주요 연구데이터를 포함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로, 여기에 기계학습과 인공신경망기술을 접목해 화합물 정보와 약물-표적 상호작용 예측, 독성 예측 등의 AI서비스를 제공한다. 화합물이나 단백질 정보를 모아 놓은 단순한 데이터베이스는 해외에도 많이 있지만, 가능성 있는 후보 화합물을 추리도록 구축한 AI 기반 국가 플랫폼은 처음이다.  

 

신약개발 과정에 AI를 도입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 남호정 GIST 교수가 대표적인 연구 결과를 보여주는 모니터 앞에 섰다. 단백질 FKBP12과 MAPKAPK2를 AI로 해석해 화합물이 더 잘 결합하는 지역을 찾았다. 붉은색으로 갈수록 결합이 강한 지역이다. 이 연구 결과는 한국화학연구원 등과 함께 빅데이터 및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으로 구축됐다. 현진 제공
신약개발 과정에 AI를 도입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 남호정 GIST 교수가 대표적인 연구 결과를 보여주는 모니터 앞에 섰다. 단백질 FKBP12과 MAPKAPK2를 AI로 해석해 화합물이 더 잘 결합하는 지역을 찾았다. 붉은색으로 갈수록 결합이 강한 지역이다. 이 연구 결과는 한국화학연구원 등과 함께 빅데이터 및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으로 구축됐다. 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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