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캄보디아에 ‘맞춤형 과학기술’로 봉사한다

2014.03.07 05:00

 

캄보디아 시골의 주된 식수인 빗물을 받아두는 항아리(왼쪽 위), 구호 단체에서 지하수용 펌프를 설치했지만 맛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된 상황(왼쪽 아래), 국경없는 과학기술자회 독고석 교수가 현지인에게 지하수와 빗물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정수 장치의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 프놈펜=이재웅 기자 ilju2@donga.com 제공
캄보디아 시골의 주된 식수인 빗물을 받아두는 항아리(왼쪽 위), 구호 단체에서 지하수용 펌프를 설치했지만 맛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된 상황(왼쪽 아래), 국경없는 과학기술자회 독고석 교수가 현지인에게 지하수와 빗물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정수 장치의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 프놈펜=이재웅 기자 ilju2@donga.com 제공

 

 

   캄보디아 프놈펜 시에서 먼지가 풀풀 날리는 비포장도로 40km를 1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품벙 지역 헤븐 마을. 이곳에는 집집마다 이끼가 살짝 낀 물로 가득 찬 커다란 항아리가 서너 개씩 놓여 있다. 식수로 주로 이용하는 빗물을 받아둔 것이다.

 

  매년 11월부터 4, 5월까지 이어지는 건기에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항아리가 비면 사람들은 멀리 떨어진 저수지까지 가서 물을 길어 와야 한다. 이런 주민들의 불편함을 줄여주기 위해 몇 년 전 우리나라의 한 구호단체가 지하수를 마실 수 있도록 펌프를 설치해 줬지만 주민들은 물맛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거의 사용 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됐다.

 

  지난해 한국의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회’(이하 국과회)가 대규모 정수장치를 구상했지만 장치가 복잡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원점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다, 결국 현지인이 직접 유지 관리할 수 있는 단순한 설계의 ‘적정기술’을 만들어 냈다. 지난달 11일 국과회 소속 연구자들과 찾은 캄보디아 헤븐 마을은 이처럼 적정기술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살아있는 ‘현장’이었다.


●적정기술의 핵심은 ‘현지와의 소통’

 

  국과회는 지난해 박종수 선교사의 부탁으로 헤븐 마을의 지하수를 분석한 결과 이곳 지하수가 철분과 망간 성분이 많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성분들 때문에 ‘약수’ 같은 쓴맛이 나 주민들이 꺼렸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에 따라 지하수와 빗물을 동시에 정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기로 하고 국과회 회장인 윤제용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가 나섰다. 윤 교수팀은 모래필터 등으로 오염물을 1차로 거른 뒤 소금물을 전기분해할 때 나오는 염소로 미생물까지 말끔히 소독하는 방식을 처음 구상했다. 주민 500명이 함께 마실 수 있도록 1t 규모의 물탱크도 구상에 포함됐다.

 

  문제는 설계상 염소가 자동으로 나와 소독하는 방식이 적용됐는데, 자동장치는 구조가 복잡해 고장 날 경우 수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의견이었다. 결국 필요할 때마다 사람이 직접 염소 소독을 하는 방식으로 설계가 변경됐다.

 

  이번에 함께 현장을 방문한 윤 교수는 “현지 주민에게 필요한 ‘적정기술’은 첨단·자동이 아니라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고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한 기술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과학한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도상국에 과학기술로 봉사하려는 국내 과학기술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2009년 출범한 국과회는 올해부터는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달 13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캄보디아 국립기술대학(NPIC)에 ‘한-캄보디아 적정과학기술센터: 글로벌 물 적정기술센터(iWc)’가 문을 열었다.

 

  초대 센터장에 선임된 최의소 고려대 명예교수는 “2017년까지 캄보디아에 머물며 현지인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보급하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라며 “현지에 가장 적합한 기술을 개발하고 현지인이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iWc는 미래부 적정과학기술 거점센터 구축·운영사업의 제1호 센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 역시 iWc를 시작으로 해마다 에너지, 생물자원 등 분야를 정해서 개도국에 적정 과학기술 거점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지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성장을 돕는 동시에 현지에서 필요한 기술로 새로운 비즈니스도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이 사업의 첫 번째 책임을 맡은 독고석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인프라 구축에 치중했던 원조에 과학기술을 접목해 현지인에게 가장 필요한 기술을 개발한다면 과학한류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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