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움직이는 혈액 '순간포착'...고해상도 광학현미경 나왔다

2020.08.18 15:41
박정훈 UNIST 생명과학부 교수(오른쪽 끝)와 강주헌 교수가 공간분해능과 시간분해능이 모두 높은 새로운 광학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가운데가 연구를 이끈 제1저자 우태성 연구원이다. UNIST 제공
박정훈 UNIST 생명과학부 교수(오른쪽 끝)와 강주헌 교수가 공간분해능과 시간분해능이 모두 높은 새로운 광학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가운데가 연구를 이끈 제1저자 우태성 연구원이다. UNIST 제공

미세한 세포 구조를 뚜렷이 확인하는 동시에 세포 주변 혈액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대상까지 마치 ‘순간포착’하듯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광학현미경 기술이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박정훈 생명과학부 교수와 우태성 연구원팀이 전자현미경과 일반 광학현미경의 장점을 결합해 작고 복잡한 이미지를 또렷이 확대하는 ‘공간분해능’과 움직이는 물체를 순간적으로 관찰하는 ‘시간분해능’을 동시에 갖춘 새로운 광학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현재 현미경은 크게 두 가지 관찰을 수행하도록 개발됐다. 하나는 전자현미경으로 원자 단위까지 구조를 정확히 밝힐 수 있는 높은 공간분해능이 장점이다. 다른 하나는 광학현미경으로 공간분해능은 낮지만 시간분해능이 높아 세포 등 살아있는 대상의 순간적 모습을 입체로 관찰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과학자들은 시간분해능이 높은 광학현미경의 장점을 살리면서 공간분해능을 높이려는 시도를 해 왔다. 2014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유도방출제어현미경(STED) 등 초분해능 광학현미경이 대표적이다. STED는 레이저를 여러 번 발사해 형광물질의 빛 방출을 정교하게 제어하는 방법으로 빛의 파장 한계인 ‘아베한계’로 그 동안 보지 못하던 200nm(나노미터, 1nm는 10억 분의 1m) 미만의 단백질과 바이러스 등 관찰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강한 빛에 의해 시료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고 특수한 전처리 작업(시편 준비) 등이 필요하며 측정 시간이 오래 걸려 살아있는 세포를 실시간 관찰하기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혔다.


박 교수팀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또다른 초분해능 광학현미경 기술인 ‘구조화조명현미경(SIM)’을 개선해 세밀한 영상을 얻는 동시에 동영상처럼 움직임까지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SIM은 빛의 파장이 서로 겹쳐지면서 상쇄나 보강이 일어나는 현상인 ‘간섭’을 이용한 현미경이다. 물질에 빛이 부딪히면 간섭이 일어나는데, 그 패턴을 수학적으로 분석해 물질의 미세구조를 알아낸다. 

 

한 장의 이미지 내에서 시·공간 분해능의 선택적인 강화가 가능한 SIM 기술을 사용한 사례다. 유체의 움직임을 ′순간포착′하면서 세포의 미세구조를 동시에 관측했다. UNIST 제공
한 장의 이미지 내에서 시·공간 분해능의 선택적인 강화가 가능한 SIM 기술을 사용한 사례다. 유체의 움직임을 '순간포착'하면서 세포의 미세구조를 동시에 관측했다. UNIST 제공

SIM은 시편 준비 절차가 없어 간편하고 빛도 강하지 않아 시료 손상도 적으며 무엇보다 시간분해능이 좋아 순간적인 영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간섭 패턴을 읽기 위해 9~15장의 영상을 사용하기 때문에 영상 촬영에 적합하지 않고, 공간분해능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영상 수를 늘리면 그만큼 시간분해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박 교수팀은 촬영하는 영역의 특성에 맞춰 선택적으로 빛의 진폭을 제어하는 방법으로 시간분해능과 공간분해능을 모두 높이는 데 성공했다. 예를 들어 짧은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유체 영역은 시간분해능이 높은 진폭 패턴을 지닌 빛(평면파)을 사용하고, 이미지를 또렷하게 얻어야 하는 세포 영역에서는 공간분해능이 높은 진폭 패턴을 빛(정현파)을 사용했다. 그 결과 미세 세포구조와 주변 유체의 움직임을 마치 순간적으로 ‘얼린’ 것처럼 처음으로 한 화면에서 동시에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박 교수는 “미세 유로 채널 연구나, 높은 시간분해능이 필요한 칼슘 신호 전달 등 생명, 물리 현상 관측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광학 분야 국제학술지 ‘옵티카’ 8월 10일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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