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신성철 KAIST 총장 "혐의 없음"…과학계 "더이상 연구자 피해 없어야"

2020.08.04 14:12
대구지검 서부지청, 지난달 30일 결정...과기정통부 감사는 남아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X선 연구센터와 신성철 KAIST 총장.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X선 연구센터와 신성철 KAIST 총장.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재직시절 교수 채용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해외 연구기관에 주지 않아도 될 장비사용료를 냈다는 등의 혐의 등으로 2018년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검찰에 고발된 신성철 KAIST 총장이 지난달 30일 불기소 처분됐다는 사실이 4일 확인됐다. 신 총장과 함께 고발됐던 DGIST 교수와 미국 기관 소속 연구자 등 세 명 역시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아직 고발인인 과기정통부가 불기소 결정에 불복해 항고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 최종 결과는 아니지만, 1년 8개월 이상 끌어온 긴 조사 끝에 나온 결과인 만큼 이변이 없는 한 결과가 바뀌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 감사관실이 전 정권과 관련이 있는 과학기술계 기관장을 대상으로 무리한 감사를 벌였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민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인권·첨단범죄전담부(형사제1부) 부장검사는 4일 전화 통화에서 “과기정통부에 의해 고발된 신 총장과 3명의 연구자에 대해 지난달 30일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미국 부당송금·현지 제자 불법 지원 및 채용 관여 등 혐의, 1년 8개월 만에 "혐의 없음" 결론


혐의 없음은 사건에 대한 피의 사실이 범죄를 구성하지 않거나 범죄로 인정되지 않을 때(범죄 인정 안 됨), 또는 피의 사실을 인정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을 때(증거 불충분) 내려지는 처분 결과다. 이번 결과는 증거 불충분에 의한 혐의 없음이다.

 

처분 결과는 피의자에게 즉시 처분결과보고서의 형태로 통지되며, 고소고발인에게는 7일 이내에 처분 취지가 통지된다. 따라서 이 사건의 피의자인 신 총장과 DGIST 홍 모, 김 모 교수 등 4인에게 처분 결과가 통지된 상태로 파악된다. 과기정통부는 아직 공식적으로는 처분 취지를 통보받지 못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감사를 통해 2018년 11월 말, 신 총장이 DGIST 총장 재직 시절이던 2012년 이후 일부 교수의 채용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에 보내지 않아도 될 연구비 22억 원을 보내게 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사업계획서 상 연구비 항목을 부당하게 기재했다는 의혹 등을 제기했다.

 

특히 LBNL에 보낸 연구비 중 일부가 현지 정직원으로 채용된 임 모 연구원의 인건비로 흘러들어갔고, 임 연구원을 DGIST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에 겸임교수 등으로 채용하는 과정에도 관여했다는 사실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신 총장과 임 연구원, 그리고 실무에 관여했던 DGIST 교수를 검찰에 업무방해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KAIST 이사회에는 신 총장의 직무정지를 요청했다.

 

직무정치 유보 결정이 난 이사회 직후 인터뷰 중인 신성철 KAIST 총장. -사진 제공 KAIST
직무정치 유보 결정이 난 이사회 직후 인터뷰 중인 신성철 KAIST 총장. -사진 제공 KAIST

하지만 과학계가 “전 정권에 임명된 과학계 기관장을 물갈이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이의를 제기하고, 네이처가 “한국 과학자들이 정부의 부당한 처사에 저항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부실한 감사에 의한 무리한 감사와 고발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연구비와 인건비 지급 등의 주체로 언급된 LBNL이 본보 취재 결과 “계약 및 공동연구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KAIST 이사회가 신 총장의 직무정지 안건에 대해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유보 판결을 내리면서 과학계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고발 이후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지난해부터 초 연구자를 소환하는 등 조사를 이어갔다. 하지만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된 신 총장은 지난해가 다 가도록 소환 조사를 하지 않았다. 담당 검사와 부장검사 등이 인사이동으로 교체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올해 신 총장의 조사가 이뤄졌고, 결국 지난달 말 증거 불충분에 의한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 결정이 내려졌다.


●아직 감사는 끝나지 않아…과학계 “선의의 피해자 없어야”


비록 검찰 결정은 나왔지만, 과기정통부 감사는 끝나지 않았다. 감사관실은 지난해부터 줄곧 “검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감사의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아 왔다. 이에 따라 감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과학계에서는 신 총장의 혐의 입증에 실패했지만 세부적인 실무 절차를 문제 삼아 실무에 관여한 세 명의 연구자에게 징계를 내릴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과학계 인사는 “과기정통부가 신 총장 혐의 입증에 실패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연구자들에게 중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포스텍 물리학과 교수)은 “이들 연구자들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라며 “이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과기정통부는 각별히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의 방사광가속기 고등광원(ALS) 내부의 모습을 찍었다. 이곳과 연동된 연구장비 이용 대금은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신성철 KAIST 총장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이다. 최근 이 장비이용대금 지급이 일방적으로 보류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 LBNL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의 방사광가속기 고등광원(ALS) 내부의 모습을 찍었다. 이곳과 연동된 연구장비 이용 대금은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신성철 KAIST 총장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이다. 최근 이 장비이용대금 지급이 일방적으로 보류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 LBNL

실제로 고발에 휘말린 연구자들은 결론 없이 1년 반 이어진 조사에 고사 직전 상태를 맞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의 연구비 지원에서 배제되는 등 연구에 큰 지장을 겪고 있다. DGIST와 LBNL이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공동연구센터(GRDC)인 DGIST-LBNL 신물질연구센터도 사태 이후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지급받기로 한 사업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DGIST-LBNL 신물질연구센터는 2012년부터 GRDC로 선정돼 운영돼 온 센터로 우수 성과를 인정 받아 2018년 11월 과기정통부 장관 표창까지 받고 우수연구성과지원사업으로 2020년까지 추가 지원을 받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사태 이후 2019년 이후 자금 지급이 중단됐다.

 

이번 사태는 국내 과학계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 협력연구를 위해 LBNL에 지급하기로 한 연구비가 지난해부터 송금이 되지 않은 상태로 관련 협력 연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계약된 이용대금 지급을 보류한 데 대해 LBNL은 한국을 "원더랜드(이상한 나라)"라고 부르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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