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미끼로 잡는다

2020.07.28 07:43
백신 개발전까지 제한적 활용 가능해
코로나19 . 렌슬러공대 제공
로버트 린하르트 미국 렌슬러공대 화학 및 화학생물학부 교수 연구팀은 항응고제인 헤파린이 코로나19 스파이크에 달라붙는 미끼 역할을 해 바이러스 활성을 막는 방법을 제안했다. 렌슬러공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색다른 방식으로 코로나19를 억제하는 연구 또한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 대신 달라붙을 ‘미끼’를 투입해 감염병 진행을 늦추자는 제안도 있다.

 

27일 미국 렌슬러공대에 따르면 로버트 린하르트 화학 및 화학생물학부 교수 연구팀은 항응고제인 ‘헤파린’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달라붙어 감염 능력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을 세포실험 단계에서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항바이러스’ 9월호에 발표했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세포와 안지오텐신전환효소2(ACE2)와 결합해 세포에 달라붙는다. 이후 세포막을 자른 다음 RNA를 삽입해 자신을 복제한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ACE2 구조에서도 글리코사미노글리칸(GAGs)이라는 다당류에 강하게 달라붙는다.

 

연구팀은 GAGs 물질을 넣어 바이러스가 세포 대신 여기에 달라붙도록 하면 코로나19를 억제할 수 있을 거라 봤다. 인체에서 나오는 GAGs인 헤파린에 주목했다. 헤파린은 혈소판 생성을 막아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항응고제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약물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에 헤파린이 달라붙어 ACE2와 결합하는 능력을 잃으면 바이러스는 자신을 복제할 수 없게 되고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아 없어지게 된다.

 

실험결과 헤파린 농도는 73피코몰(pM, 1조분의 1몰)이어도 스파이크 단백질에 달라붙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일반적인 항원 항체반응보다 수십만 배 더 단단한 반응”이라며 “일단 결합하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포유류 세포를 대상으로 약물의 바이러스 활성과 세포독성 연구에 들어갔다. 연구팀은 홍정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 선임연구원팀과 함께 헤파린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단백질인 ‘푸코이딘’도 스파이크 단백질에 잘 달라붙는다는 결과를 이달 24일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헤파린을 스프레이 형식으로 코를 통해 체내에 주입하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헤파린은 허용량 이상 주입하면 출혈이 심하게 나는 등 부작용이 있어 실제 인체에 적용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린하르트 교수는 “궁극적으로 백신이 필요하겠지만 바이러스와 싸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며 “에이즈처럼 적절한 치료법을 쓰면 백신이 발견될 때까지 질병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가에 미끼를 놓는 전략은 백신과 같은 궁극적인 치료법은 아니다. 대신 감염 능력이 있는 바이러스의 수를 줄여 병이 이어지지 않게 한다. 미끼가 되는 물질만 찾아내면 즉시 응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린하르트 교수팀은 2016년 이경복 건양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및 성균관대, 경북대, 전남대, 건국대 등과 공동으로 신종 인플루엔자에 달라붙어 바이러스 활성을 없애는 나노 구조체 물질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제공
장리앙팡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팀이 개발한 코로나19 미끼 나노입자의 모습이다. 나노입자에 폐 세포막을 덧씌워 코로나바이러스가 달라붙도록 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제공

코로나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세포로 위장한 미끼도 개발됐다. 장리앙팡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앤서니 그리피스 보스턴의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사람 폐세포와 면역세포의 세포막을 덧씌운 나노입자를 이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걷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지난달 17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가 폐세포에 달라붙는다는 점을 이용하기 위해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 크기인 생분해성 고분자 입자 위에 폐 상피세포막을 씌웠다.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달라붙는 것처럼 붙을 수 있는 일종의 미끼인 셈이다. 세포에 코로나19를 감염시키는 실험에서 1ml당 5mg의 농도로 나노입자를 주입하자 세포 중 93%가 바이러스 감염이 억제됐다.

 

연구팀은 이 입자에 바이러스를 물을 빨아들이듯 담아낸다는 뜻인 ‘나노 스펀지’란 이름을 붙였다. 나노 스펀지는 지난 10년간 연구팀이 개발해 온 연구물 중 하나로 코로나19가 발생할 당시 연구팀은 이를 즉시 응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어떠한 바이러스든 침투하는 세포를 안다면 응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장 교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변이하더라도 바이러스가 세포에 달라붙는 한 나노 스펀지는 작동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코로나19는 다른 연구팀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와 백신을 최대한 빨리 내놓기를 바란다”며 “우리 연구팀도 이와 동시에 계획하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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