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웨어러블 기기 체험기

2014.02.21 12:22


[동아일보]

“오후 2시 10분. ○○○님이 총 5.2km를 걸으셨습니다. 걸음 수는 5496보. 어젯밤 수면시간은 6시간 21분이고 8번을 뒤척이셨네요. 목표 몸무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오늘 1031Cal만 더 섭취할 수 있습니다. 물은 940mL쯤 더 마셔야겠네요.”

마치 개인 트레이너가 옆에서 해주는 말 같은 이 문구는 최근 사용하고 있는 웨어러블(wearable) 스마트 기기가 분석한 저의 생활패턴입니다.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건강관리에 소홀해졌다는 기분이 들어서 이 기기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지금 몸무게에서 일단 4kg 정도를 감량하는 게 목표입니다.

‘몸에 걸칠 수 있다’는 뜻의 웨어러블 기기는 보통 시계나 팔찌 형태로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자의 일상을 기록해 줍니다. 걷거나 몸을 뒤척일 때 기기의 흔들림을 감지해 근거리 무선통신기술인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입니다.

웨어러블 기기는 침체된 정보기술(IT)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건강검진 등 의료 현장의 질적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의 한 시장조사업체는 올해 미국 내 웨어러블 기기 판매대수가 1700만 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IT 업체들의 경쟁도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건강관리에 초점을 맞춘 제품으로는 ‘핏빗’과 ‘조본’,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의 ‘퓨얼 밴드’ 같은 제품이 있습니다. 스마트폰과의 연동을 강조한 기기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 소니와 페블의 스마트워치가 시장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애플도 스마트워치인 ‘아이워치’(가칭)를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운동화 밑창에 센서를 집어넣는 방식도 있고요. 안경처럼 쓰는 구글의 ‘구글 글라스’도 일반인 판매를 위한 대량 생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웨어러블 기기의 사용자가 늘어난 때문인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평균 시속 4.2km로 3520m를 뛰었다”거나 “이번 주 총 6만8412보를 걸었다”는 투의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자신의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분석한 생활패턴을 SNS를 통해 공유하고 있는 겁니다. 대부분의 웨어러블 기기는 사용자들의 경쟁심을 부추길 수 있도록 자신의 ‘업적’을 공개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몸 움직이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이런 글을 볼 때마다 자극을 받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불안감이 들기도 합니다. 비록 SNS에 생활패턴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제가 모르는 곳에서 누군가가 서버에 이런 정보를 차곡차곡 기록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입니다. 데이터를 관리하는 회사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기기 사용자가 무슨 음식을 얼마나 먹었고 몇 시간을 잤는지, 언제 어디에 갔는지도 충분히 분석할 수 있겠죠.

머지않아 웨어러블 기기가 수집한 데이터가 범죄수사의 참고 자료로 사용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저는 결국 효율적인 건강관리라는 편의를 위해 자발적으로 첨단 정보수집 장치를 몸에 채운 셈이 되는 겁니다. 어찌 보면 성범죄자들에게 채우는 전자발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손목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오늘의 목표를 아직 채우지 못했다는 알람 표시등이 반짝입니다. 일단은 좀 걸어야겠습니다. 손목에서 기기를 풀어야 할지는, 글쎄요. 좀 더 생각해 봐야겠네요.

이진석 산업부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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