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 흰발농게 4만마리 새 보금자리로 이사간다는데 성공할까

2020.07.13 12:00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 집게다리 한쪽이 다른 한쪽에 비해 눈에 띄게 커서 ′주먹대장′으로 불린다. 동아사이언스DB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 집게다리 한쪽이 다른 한쪽에 비해 눈에 띄게 커서 '주먹대장'으로 불린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지난달 23일부터 전북 군산시 선유도해수욕장 인근 갯벌에서 대규모 이주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멸종위기종 흰발농게 약 4만 마리를 250m 떨어진 다른 갯벌로 옮기는 작업이다. 작업 방식은 간단하다. 돼지 비계를 미끼로 삼아 흰발농게를 포획한 뒤 다른 갯벌로 옮기거나 사람을 투입해 직접 잡는다. 흰발농게가 싫어하는 진동을 일으켜 스스로 옮겨가도록 하는 방법도 동원되고 있다. 


흰발농게는 달랑겟과 갑각류로 한반도 남해안과 서해안에 살고 있다. 모래와 펄이 적절히 섞인 혼합 갯벌에 주로 산다. 수컷의 집게다리 한쪽이 다른 한쪽에 비해 눈에 띄게 커서 ‘주먹대장’으로도 불린다. 암컷의 집게다리는 둘 다 작고 크기가 비슷하다. 국내에서 흰발농게는 2012년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됐다. 갯벌 매립 등 해안가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다.  


이번 흰발농게의 대규모 이주 작전도 해안 개발 때문에 이뤄졌다. 흰발농게가 서식하는 약 1만7000㎡의 갯벌에는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 크기와 비슷한 넓이의 주차장과 편의시설, 도로가 들어선다. 원래 계획은 선유도 일대 16만㎡에 걸쳐 개발이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흰발농게 집단서식 사실이 알려지면서 계획이 그나마 축소된 것이다. 군산시가 용역을 줘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 일대에 서식하는 흰발농개는 63만 마리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흰발농게 서식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군산시는 선유도 흰발농게 이주를 이달 중순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흰발농게 이주를 두고 시와 환경단체들 사이에선 논란이 일고 있다. 흰발농게의 서식지를 빼앗는 것은 물론 강제로 옮긴 새 서식지에 잘 적응할 지 미지수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흰발농게 약 4만마리를 포획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전북 군산 지역 시민환경단체 10곳은 이달 2일  “갯벌 파괴에 대한 면죄부를 받기 위해서 흰발농게 이주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군산시는 강제 이주지가 이미 흰발농게가 서식하는 지역이라 적응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내에서는 멸종위기 동물인 수달, 산양, 맹꽁이, 금개구리, 수원청개구리 등의 이주가 시도된 적은 있다. 하지만 이주 후 환경적응에 관한 광범위한 평가는 사실상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흰발농게처럼 대규모 집단 이주 경험도 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서식지 파괴로 삶의 터전을 옮겨야할지 모를 동물들은 점점 늘고 있다. 제임스 왓슨 야생동물보호협회(WCS) 연구원과 제임스 앨런 호주 퀸즐랜드대 지구환경과학과 연구원팀은 지난해 3월 조류와 포유류, 양서류 등 전 세계 척추동물 5457종 중 1237종이 서식지 약 90%에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 생물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농경과 도시화, 야간조명, 도로, 철도, 수로 등 인간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동물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395종의 동물은 한 가지 이상의 위협을 동시에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이 스스로 적응할 환경을 찾아 옮겨가는 이동조차 제한 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 세계 24개국 99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2018년 영장류와 포유류 57종 총 803마리에 위성추적장치(GPS)를 부착해 두 달 간의 이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인간 영향을 받는 지역의 경우 동물들의 이동 거리가 야생보다 2~3배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들의 활동 공간도 인간의 거주 영역과 3분의 1에서 최대 2분의 1까지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개발이 예정된 인천 영종2지구에서도 흰발농게 서식지가 발견돼 보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서식지 보전이 최선이지만 불가피하다면 이주 후 적응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꾸준한 모니터링이 이뤄져야한다고 조언한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동물마다 서식하는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주를 시켰다면 이들이 잘 적응하고 있는지 꾸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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