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적인 문제 못찾으면 제2,제3 코로나19 계속 온다" 유엔보고서 경고

2020.07.07 16:00
중국 후베이성 성도 우한에서 보호복을 착용한 한 작업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발병의 진원지로 지목돼 폐쇄된 수산시장에서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중국 후베이성 성도 우한에서 보호복을 착용한 한 작업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발병의 진원지로 지목돼 폐쇄된 수산시장에서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의 뿌리를 뽑기 위해 근원적인 원인을 살피지 않고 있다는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에 따른 경제 피해와 눈 앞에 발생한 환자 치료에만 집중하면서 본질적 해결책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유엔보고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앞으로 몇 년간 계속해서 제2,제3의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도 경고했다.


유엔은 6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다음 팬데믹 막기-인수공통감염병을 막는 방법’을 제목으로 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유엔보고서는 델리아 그레이스 국제축산연구소(ILRI) 교수가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사람과 동물간에 옮겨다니는 병원체에 감염돼 나타나는 전염성 질병이다. 20세기 들어 사람에게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의 75% 이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맹위를 떨쳤던 에볼라와 중동과 한국에서 유행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도 인수공통감염병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에볼라와 메르스의 등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코로나19는 최근 등장이 잦아지고 있는 인수공통감염병 사례 중의 하나일 뿐”이라며 “인수공통전염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인간이 자연환경을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인간으로 인한 땅의 황폐화, 야생동물 수렵, 자원고갈, 기후변화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자연환경 악화가 계속되는 한 인수공통감염병은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이라 예상했다. 도린 로빈슨 유엔 환경프로그램 야생동물책임자는 “인간 활동의 급격한 증가는 전 세계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런 인간 활동은 많은 병원체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준 천연 완충 장치를 없애버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인수공통감염병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매년 전세계 200만명의 가까운 사람들이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다.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인수공통감염병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다. 잉거 안데르센 유엔 환경국장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가 최악의 인수공통감염병일 순 있지만 처음은 발생한 인수공통감염병은 아니다”며 “코로나19를 제외하고 지난 20년동안 인수공통감염병은 1000억달러(약119조4100억원)의 손실을 발생시켰고, 향후 몇 년간 9조달러(약1746조9000억원)의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인류의 건강, 지구와 다른 동물의 건강에 달렸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중간숙주로 지목된 말레이 천산갑은 동남아시아 열대지역에서 서식하는 야행성 포유동물이다. 멸종위기 종으로 보호 받지만, 여전히 불법 밀수되어 중국에서 약재와 식재료로 거래된다. 위키피디아 제공
코로나바이러스를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중간숙주로 지목된 말레이 천산갑은 동남아시아 열대지역에서 서식하는 야행성 포유동물이다. 멸종위기 종으로 보호 받지만, 여전히 불법 밀수되어 중국에서 약재와 식재료로 거래된다. 위키피디아 제공

보고서는 미래의 인수공통감염병 등장을 막기 위해 인류가 ‘하나의 건강’ 접근법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보고서는 “인간과 동물, 환경 건강을 하나로 묶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질병 위협에 대한 훨씬 더 많은 연구와 감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데르센 국장은 "인류의 건강이 지구의 건강과 다른 종의 건강에 달려 있다는 단순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식품 시스템을 포함한 인수공통감염병 관련 모니터링과 규제를 강화하고, 동물의 서식지와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토지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한 토지 개발을 막아 동물과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면 인수공통감염병이 생길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조언이다.


실제로 지난달 오를리 라즈구르 영국 엑시터대 생태학과 연구원팀은 삼림 벌채와 도시화, 농지면적 증가와 같은 토지 사용 변화가 동물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켜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 출현을 야기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포유류 리뷰’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토지 사용 변화가 동물 행동을 변화시켰고 실제 인수공통감염병의 출현에 이르게 됐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단서를 몇 가지 동물 연구에서 포착했다. 예를 들어 박쥐는 오랫동안 숲속 깊은 곳에 살아 인간과 직접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50년간 산림 벌채와 도시 개발과 같은 토지 사용 변화가 늘면서 사람과의 접촉이 크게 늘어났다. 박쥐의 경우 서식지가 사라지면서 가장 먼저 먹이를 구할 곳이 사라졌다. 먹이나 서식지를 찾아 서식지를 옮기면서 인간이 기르는 가축이나 다른 영역서 살던 야생동물과 접촉이 늘어났다. 연구팀은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레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릴 확률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분석이 나오기 전에도 코로나19 사태를 포함해 2003년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4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2012년 메르스가 이런 식으로 사람에게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리빙스턴의 과일박쥐. 중국 CDC는 과일 박쥐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의 연관성을 확인한 바 있다. APF/연합뉴스 제공
리빙스턴의 과일박쥐. 중국 CDC는 과일 박쥐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의 연관성을 확인한 바 있다. APF/연합뉴스 제공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