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뒤덮는 규모 '최장 번개', 우주에서 보니 한눈에

2020.07.06 06:00
크로아티아에 내리친 번개폭풍의 모습이다. 번개폭풍을 넘어 수백 km 너머까지 퍼져나가고 10초 이상 이어지는 초대형 번개가 관측기술이 발달하며 발견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 제공
크로아티아에 내리친 번개폭풍의 모습이다. 번개폭풍을 넘어 수백 km 너머까지 퍼져나가고 10초 이상 이어지는 초대형 번개가 관측기술이 발달하며 발견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 제공

2018년 10월 31일 브라질 남부에 내리친 번개는 보통의 번개와는 달랐다. 일반적인 번개는 눈 깜빡할 사이에 수km 아래 땅으로 내리꽂히지만 이 번개는 709km나 뻗어 나갔다. 동쪽으로는 대서양까지 닿았고 서쪽으로는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었다. 부산과 신의주 사이 거리인 680km보다도 길어 한반도 전체를 뒤덮는 규모의 번개가 내리친 셈이다. 지난해 3월 4일 아르헨티나 북부 로사리오의 시민들은 무려 16.73초 동안이나 이어진 번개에 공포에 떨어야 했다. TV 광고 시간인 15초보다도 길게 번개가 멈추지 않고 이어진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 극단기상 및 기후 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이 두 번개를 각각 가장 큰 번개와 가장 길게 내리친 번개로 인정했다. 두 기록은 WMO가 2016년 발표한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2007년 떨어진 321km 길이 번개와 프랑스 프로방스 주에 2012년 7.74초간 내리쳤던 번개 기록을 각각 2배 이상 뛰어넘은 것이다. 번개 측정 기술이 진화하면서 번개 기록도 바뀌고 있다.

 

●번개 예측 위해 위성 동원

 

번개는 구름과 구름,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일어나는 방전 현상이다. 먹구름에서 양전하와 음전하 층이 생기며 번개가 어떻게 뻗어 나갈지가 결정된다.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낙뢰’는 번개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번개는 구름 속으로 이동한다.

 

WMO가 새 번개 기록으로 인정한 가장 긴 번개(왼쪽 위)와 가장 오래 친 번개(오른쪽 위)의 위성 관측영상이다. 아래 지도에 두 번개가 내리친 위치를 표시했다. WMO 제공
WMO가 새 번개 기록으로 인정한 가장 긴 번개(왼쪽 위)와 가장 오래 친 번개(오른쪽 위)의 위성 관측영상이다. 아래 지도에 두 번개가 내리친 위치를 표시했다. WMO 제공

과거에는 지상에 레이더를 곳곳에 설치해 번개를 관측했다. 하지만 수백 km에 이르는 번개는 측정하기 어려워 최근에는 인공위성에 측정 장비를 실어 우주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이번에 공식 기록에 등록된 두 번개도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미국립해양대기청(NOAA)이 2016년과 2018년 쏘아올린 기상관측위성(GOES) 16호와 17호에 실려있는 번개매핑(GLM) 장비가 포착한 것이다. 이밖에도 유럽기상위성센터 3세대 기상위성과 중국의 기상위성 FY-4도 지구 전역에서 일어나는 번개 측정에 활용되고 있다. 랜들 서버니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지리학과 교수는 “극단적 번개는 자연의 엄청난 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인간의 과학 역시 이를 포착할 수 있을 만큼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번개 관측에 신경 쓰는 이유는 그만큼 예측 정확도를 올리기 위해서다. 낙뢰가 유발한 산불이 늘어나면서 산불 감시 목적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GOES를 대평원 지역인 그레이트플레인스 산불 예측에 투입하고 있다. 낙뢰가 발전소에 미치는 피해도 번개 의 관측을 통해 예측할 수 있다.

 

관측된 번개 정보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예측에 활용된다. 스위스 로잔공대 전자기호환성연구소는 번개개 칠 때의 기압, 기온, 습도 및 풍속을 학습해 30km 반경 내 번개를 최대 30분 전에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지난해 11월 국제학술지 '기후 및 대기과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레이저를 쏴 번개가 구름 위로 치도록 유도하는 '유럽 레이저 피뢰침' 프로젝트에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국내선 비교적 잠잠

 

국내에서는 아직 지상에서만 번개를 관측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와 부산, 서해 백령도와 동해 울릉도, 남해 제주도 등지에 21개 관측장비를 설치해 전국에 발생하는 번개를 탐지하고 있다. 한혜영 기상청 레이더센터 레이더운영과 주무관은 “낙뢰가 발생하면 주변 여러 장비에서 발생 시간과 극성, 강도, 고도를 계산한다”며 “5개 이상 센서에서 감지하면 낙뢰로 판단해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2019년 전국 지자체별 단위면적당 낙뢰 횟수를 지도에 표시했다. 충남, 충북과 경기, 전남 일부에서 높게 나타났다. 기상청 제공
2019년 전국 지자체별 단위면적당 낙뢰 횟수를 지도에 표시했다. 충남, 충북과 경기, 전남 일부에서 높게 나타났다. 기상청 제공

한국은 지난해 비교적 잠잠했다. 기상청 낙뢰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내륙지역에 관측된 낙뢰는 6만 5721회로 최근 10년 중 가장 적은 횟수다. 10년 평균인 12만 7420회의 절반 수준이다. 낙뢰가 가장 많은 달은 7월이다. 장마가 발생하는 등 대기가 불안정한 여름철에 주로 낙뢰가 발생한다. 지난해 가장 낙뢰가 가장 많이 친 날은 9월 5일로 하루 동안 8592회 내리쳤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9613회로 가장 많았고 광주가 197회로 가장 적었다.

 

낙뢰 횟수는 날씨 특성에 따라 편차가 커서 예측하기 쉽지 않다. 큰 경향성이 없다. 2013년엔 낙뢰가 22만 6732회 내리쳤지만 이듬해인 2014년엔 6만6066회에 그쳤다. 기상청에서는 낙뢰를 예측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 주무관은 “바람이나 구름의 에너지 밀도 등 특정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낙뢰가 발생할 확률을 찾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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