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양서류 '수원청개구리' 북한에도 산다…충남·전북에선 신종 발견

2020.06.26 12:07
남북한·중국 과학자 공동연구 성과 "서해 따라 조금씩 다른 종 분포"
칠갑산 이남 충남 논산 및 전북 익산, 군산 등에서 수원청개구리의 친척이 발견됐다. 배가 노란 빛을 띠고 울음소리가 더 길다. 연구팀은 ′노랑배청개구리′라고 이름 붙였다. 플로스원 논문 캡쳐
칠갑산 이남 충남 논산 및 전북 익산, 군산 등에서 수원청개구리의 친척이 발견됐다. 배가 노란 빛을 띠고 울음소리가 더 길다. 연구팀은 '노랑배청개구리'라고 이름 붙였다. 플로스원 논문 캡쳐

멸종위기종인 한국 고유 양서류 '수원청개구리'가 북한 지역에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과 전북에서는 수원청개구리와 비슷하지만 다른 '노랑배청개구리'라는 신종도 발견됐다. 중국에는 또다른 친척종이 넓은 지역에 걸쳐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는 남북한 과학자와 중국 과학자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또 일반 시민도 과학자들을 도와 연구에 기여했다.


민미숙 서울대 수의대 연구원, 채신혁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연구원,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배윤혁 연구원과 아마엘 볼제 중국 난징임업대 교수 공동 연구팀은  한국과 북한, 중국에 서식하는 수원청개구리와 그 친척종의 분포를 조사하고 서식지와 울음소리, 신체적 특성, 유전자 등을 비교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 24일자(현지시간)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2016~2019년의 4년에 걸쳐 한국과 북한, 중국에 서식하는 수원청개구리의 친척종을 조사했다. 수원청개구리(Dryophytes suweonensis)는 1980년대에 경기도 수원 부근에서 처음 발견됐다. 유전자를 비교해 본 결과 일반적인 청개구리(Dryophytes japonicus)와는 1300만 년 전 이전에 서로 다른 종으로 구분된 것으로 추정된다. 청개구리는 숲에서 월동을 하고 습지에서 번식을 하지만, 수원청개구리는 이주 없이 번식과 월동을 같은 곳에서 한다. 울음소리도 다르다.


이번 조사에서 수원청개구리는 경기 파주와 안산, 평택, 충북 음성 등 한반도 중서부 지역의 논과 습지에 두루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한 평안남도의 철새서식지이자 습지지역인 문덕에서도 발견돼, 북한에서도 동일한 종이 서식한다는 사실이 볼제 교수팀의 현장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공동연구자인 장이권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상대적으로 수원청개구리의 서식지인 습지가 상대적으로 잘 보전돼 있다”며 “문덕 외 다른 습지에도 수원청개구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수원청개구리의 분포지역(녹색 및 연두색 지역)과 민무늬청개구리(파란색), 새로 발견된 노랑배청개구리(주황색)의 서식지를 표시했다. 서해를 중심으로 세 종이 각기 다른지역에 서식하고 있어 지리적 격리가 종 분화를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플로스원 논문 캡쳐
수원청개구리의 분포지역(녹색 및 연두색 지역)과 민무늬청개구리(파란색), 새로 발견된 노랑배청개구리(주황색)의 서식지를 표시했다. 서해를 중심으로 세 종이 각기 다른지역에 서식하고 있어 지리적 격리가 종 분화를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검은 그래프는 울음소리의 파형을 분석한 것이다. 수원청개구리(오른쪽 위)와 노랑배청개구리(오른쪽 아래)의 파형이 확연히 다르다. 노랑배청개구리가 더 길게 울고, 초반에 좀더 묵직한 소리를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플로스원 논문 캡쳐

새로운 종도 발견됐다. 칠갑산 남쪽의 충남 논산과 전북 완주, 익산, 군산 등에서 발견된 신종으로 ‘노랑배청개구리(Dryophytes flaviventris)’라는 이름이 붙었다. 장 교수는 “유전적 차이도 뚜렷하고, 울음소리도 수원청개구리에 비해 묵직하고 길다”며 “배에 뚜렷한 노란색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서식지는 수원청개구리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두 종은 약 100만 년 전에 분화된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에는 ‘민무늬청개구리(Dryophytes immaculatus)’라는 친척종이 베이징 남부 황허강 하류와 양쯔강 하류의 넓은 영역에 걸쳐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무늬청개구리는 등에 무늬가 다소 다르며, 수원청개구리와는 약 100만 년 전에 다른 종으로 분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종 분화는 지리적 격리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 교수는 “북극을 중심으로 같은 위도에서 동서로 이동을 하면 종이 유전적으로 조금씩 달라지다가 거리가 멀어지면서 완전히 다른 종이 출현하는 ’고리종’이라는 개념이 있다”며 “서해를 중심으로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세 종의 수원청개구리 친척과, 일반적인 청개구리(맨 위)의 계통도를 유전자를 바탕으로 추정한 그래프다.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 류는 약 1300만 년 전에 분화된 것으로 보인다. 수원청개구리와 민무늬청개구리, 노랑배청개구리는 모두 100만 년 전 정도에 분화된 것으로 보인다. 플로스원 논문 캡쳐
세 종의 수원청개구리 친척과, 일반적인 청개구리(맨 위)의 계통도를 유전자를 바탕으로 추정한 그래프다.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 류는 약 1300만 년 전에 분화된 것으로 보인다. 수원청개구리와 민무늬청개구리, 노랑배청개구리는 모두 100만 년 전 정도에 분화된 것으로 보인다. 플로스원 논문 캡쳐

사람의 활동에 의한 종 분화도 감지된다. 장 교수는 “최근 사람의 활동에 의해 서식지 변화가 일어나고 화학약품 사용이 늘고 있는데 이것이 강한 선택압이 돼 종이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가 대표적으로, 이들은 원래 서식지가 달라 교잡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두 종이 모두 논에 몰려들면서 교잡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는 북한 연구자도 참여했다. 국토환경보호성의 리경신 연구원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학원 남두영 연구원이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논문 저자로는 등록되지 않았지만, 시민과학 프로젝트 ‘지구사랑탐사대’의 유상홍 씨도 익산과 부여 지역 현장조사에 기여해 사사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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