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칼럼] 황우석과 씻김굿

2014.02.12 15:49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이 유령은 살아 있다는 착각 속에 구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자꾸 같은 자리를 떠돌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 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지박령(地縛靈)이다.

 

  2005년 논문조작 사건으로 대중에게 잊혀진 황우석 박사는 2011년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함께 나타나 코요테 복제를 선언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멸종된 맘모스를 복제하겠다고 호언장담하면서 지박령 처럼 같은 자리를 떠돌며 부활을 꿈꾸고 있다. 게다가 연초부터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잇따라 보도되고, 며칠 전에는 미국 특허를 받았다는 소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미국 특허 등록 소식이 전해진 이달 11일 인터넷 누리꾼들은 ‘엄청난 국부가 유출됐다’ ‘위대한 과학자를 놓쳤다’ 등의 반응을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달 네이처와 사이언스 두 저널은 황 박사가 있는 수암생명공학연구소를 방문해 그의 전성시기와 논문조작으로 몰락했던 과거, 재기를 노리고 있는 현재를 담담하게 풀어낸 기사를 실었다. 그렇지만 각기 다른 날 수암생명공학연구소를 방문한 두 저널 기자는 공교롭게도 황 박사가 유리창 너머에 있는 기자에게 헤드셋에 달린 마이크를 통해 “지금은 굉장히 위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복제 개를 자궁에서 꺼내는 같은 작업 장면을 봤다. 언론 앞에서 쇼맨십은 여전하다.

 

  이번 미국 특허 등록 역시 2004년 ‘사이언스’에 제출했던 배아줄기세포의 복제 기술(방법특허)과 이로 인해 만들어진 줄기세포주(물질특허)에 대해 황 박사의 권리를 인정한 것으로, 2011년 캐나다 특허청에서 받은 특허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법률전문가들은 “특허등록을 미국 특허청이 NT-1이 배아줄기세포가 맞다고 인정했다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자들도 특허가 나건 말건 학문적으로 황 박사의 NT-1은 ‘우연히 만들어진 처녀생식 줄기세포로 정리됐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미국 특허청이 황우석 박사가 체세포 복제방식으로 줄기세포를 만든 것이 맞다”거나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인간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배양은 허위라는 판정이 있은지 9년 만의 반전”이라고 호들갑을 떨어서는 안되는 상황이다.


  사실 황 박사의 부활소식을 듣고 싶어하는 언론이나 대중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피붙이가 잘 되도 질투가 나고, 과거를 후회하는 존재가 사람이다.

 

 

  이웃 일본은 줄기세포로 노벨과학상을 수상하고,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도 다양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는데,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연구는 제자리 걸음이라는 언론 보도를 보고 있노라면 ‘그 때 황 박사에게 기회를 줬다면’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것이 인지상정일 수 있다.

 

  네이처도 올 초 보도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인지하고, 그에 대해 반박하는 사설을 냈다. 황 박사가 다시 한 번 과학계의 찬사를 받고 있는 내용으로 자신들의 기사가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기사를 제대로 읽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황 박사가 자신의 위상을 회복하고 싶다면 최초의 인간 배아줄기세포주를 만들었다는 인정을 받기 위한 그의 특허 주장과 법적 노력을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우리 조상들은 굿판을 통해 한 많고 억울한 넋인 지박령을 달래고 씻겨 보내줬다.

 

  줄기세포 트라우마에 대한 씻김굿은 억울함을 주장하고 연구기회를 달라는 황 박사 스스로 만들어 벌여야 할 굿판이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다”는 ‘품바 타령’의 한 구절처럼 잊을만 하면 나타나서 새로운 소재의 ‘쇼’를 들고와 대중의 기대감을 부풀려 놨다가 다시 열패감을 안기는 행위는 이제 그만 하고, 황 박사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기대를 품고 있는 ‘황빠’들을 생각해서라도 학자적 양심을 갖고 논문으로 진검 승부하는 것이야 말로 본인에게나 대중에게나 좋은 씻김굿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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