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장 치료로 환자 76% 개선됐다는데…국내선 혈장 구하기 어려워

2020.06.03 15:00
혈장치료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환자의 혈액 중 액체 성분에 포함된 항체를 치료제 대신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혈장치료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환자의 혈액 중 액체 성분에 포함된 항체를 치료제 대신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미국에서 혈장치료를 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환자 76%의 증세가 완화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혈장치료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환자의 혈액 중 액체 성분에 포함된 항체를 치료제 대신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국내에서도 중증 환자 2명이 혈장치료의 효과를 봤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혈장을 이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혈장 공여자가 없어 회복 환자의 혈장을 구하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에릭 살라자 미국 휴스턴메소디스트연구소 병리학과 교수팀은 코로나19 환자 25명에 혈장치료를 도입한 결과, 그 중 19명의 상태가 개선됐으며 이 중 11명은 병원을 퇴원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 병리학저널’ 2일자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과 미국 육군연구소 등의 연구지원을 받았다. 


혈장치료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환자의 혈액 중 액체 성분에 포함된 항체를 치료제 대신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우리 몸의 피는 적혈구(42%)와 백혈구(1%), 혈장(57%)으로 구성되며, 다시 혈장은 90%의 물과 7∼8%의 단백질, 2%의 기타 성분으로 이뤄진다.  감염 뒤 약 일주일 뒤부터 환자의 몸에는 병원체에 대항하기 위해 바이러스 단백질 일부를 인지하는 면역 단백질인 이뮤노글로불린M(IgM)과 이뮤노글로불린G(IgG) 항체가 형성된다. 이들을 중증 환자에게 투여해 치료 효과를 노리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올해 3월 28일부터 4월 14일까지 미국 휴스턴메소디스트 병원에 입원한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혈장치료를 적용했다. 환자의 상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공하는 6단계의 평가기준으로 판단했다. 혈장치료를 도입하고 7일 지난 후 9명의 환자의 상태가 나아졌다. 최소 1단계 이상 상태가 나아졌다. 7명은 상태가 회복돼 퇴원했다. 14일 지나자 19명의 환자의 상태가 최소 1단계 이상 나아졌고, 이 중 11명은 퇴원했다. 


연구팀은 “미국에서 진행된 혈장치료 연구 중 처음으로 동료평가를 받은 결과이자 혈장 치료 관련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 큰 연구”라며 “부작용이 없는 혈장 치료가 안전한 코로나19 치료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에 나온 환자 외에 실제로는 더 많은 환자들이 휴스턴메소디스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총 74명의 환자가 이 병원에서 혈장치료를 받았고 50명이 현재 퇴원하거나 회복 중인 상태다. 연구팀은 “150명 이상의 완치자들이 혈장을 기부했다”며 “1명이 여러 번 혈장을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서 완치 판정을 받은 코너 스콧씨가 혈장을 기부하고 있다. 이미 여러 번 혈장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휴스턴메소디스트연구소 제공
코로나19에서 완치 판정을 받은 코너 스콧씨가 혈장을 기부하고 있다. 이미 여러 번 혈장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휴스턴메소디스트연구소 제공

국내에서도 혈장 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4월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은 코로나19 중증 환자 2명을 대상으로 완치 환자의 혈장을 주입한 결과 증세가 호전됐다는 연구결과를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대한의학회지(JKM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두 환자 모두 회복기 혈장 투여와 스테로이드 치료 후 염증 수치, 림프구수 등 각종 임상 수치가 좋아졌다”며 “두 환자 모두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고 밝혔다. 

 

혈장이 코로나19 치료에 여러 옵션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혈장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혈장 공여자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혈장치료제는 완치자의 혈액 속 혈장에 들어있는 항체 등 면역 단백질을 추출·분획해 농축시킨 '고면역글로불린' 제제다. 완치자의 혈장을 중증 환자에게 직접 수혈하듯 투여하는 '혈장치료'와는 다른 개념이다.

 

3일 연합뉴스는 국내 코로나19 완치자 1만450여명 중 지금까지 12명만이 혈장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혈장을 공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 중 혈장 기부가 완료된 사람은 5명으로 혈장치료제 개발에는 최소 100명 이상의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혈장치료제는 오랜 기간 인체에 사용돼 온 면역글로불린 제제라서 다른 신약보다 개발 속도가 빠르고 중증 코로나19 환자에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 GC녹십자가 국립보건연구원과 협력해 혈장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혈장이 없으면 개발 자체가 진행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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