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보수, 코로나19를 보는 태도는 다르다

2020.05.30 18:50
미국의 한 쇼핑몰 매장에서 시민들이 생필품을 사재기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한 쇼핑몰 매장에서 시민들이 생필품을 사재기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대한 위기감에 대해 한국의 보수와 미국 보수가 서로 다른 인식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일수록 코로나19의 위기감을 크게 느끼는 반면 미국에선 보수 성향인 사람들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덜 실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코로나19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한국에 향후 위기 혹은 기회로 작용할지를 묻는 설문에 자신을 보수 성향이라 응답한 이들 중 46.1%가 위기라 답한 반면 자신을 진보 성향이라 답한 이는 9.7%만 위기라고 답했다.

 

한국갤럽이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총 12차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보수 성향의 집단은 평균 72%가 그렇다고 답했다. 같은 기간 조사에서 진보 성향 집단은 그보다 적은 58%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보수성향의 집단이 더 위기를 느낀 것이다. 시기에 따라 두 집단의 차이는 최대 22%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 국내에서 보수와 진보는 자신의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큰 견해 차이가 없었다.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묻자 보수는 51.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같은 시기 진보는 47.4%가 그렇다고 응답해 크게 다르지 않다. 시기별로는 최대 11% 차이가 났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진정된 것으로 여겨졌던 4월 말부터는 보수가 오히려 감염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설문에서 우려 정도는 정서적 반응, 감염 가능성은 인지적 판단으로 평가한다. 둘을 평가하는 이유는 사람의 인식과 실제 느끼는 감정 간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사람은 주변 상황에 따라 이성적으로 자신의 감염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실제 느끼는 위기감은 우려를 통해 나타난다. 설문에서는 적어도 보수가 감정적으로 위기를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한국갤럽이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냈다. 자료 제공 한국갤럽
한국갤럽이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묻는 질문엔 보수와 진보 간 견해차가 뚜렷하나 감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료 제공 한국갤럽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와 경북지역이 코로나19의 주요 피해지였고, 코로나19에 더욱 피해를 보는 장년층이 많은 것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심리학 이론에서는 보수가 코로나19 사태에 더욱 위기를 느끼는 상황은 당연해 보인다. 이 결과는 진보성향과 보수 성향을 분석한 기존 연구와 비슷하다. 기존 연구들에서도 보수 성향이 감염병과 같은 상황에 실제로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분석이 많다.

 

루시언 콘웨이 미국 몬태나대 심리학부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커런트 오피니언 인 사이콜로지’에 24개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질병이나 이상 기후, 산불과 지진 같은 존재가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이들을 만들 뿐 아니라 보수주의자들 자체가 이러한 요소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콘웨이 교수는 “수십 년간의 연구에서는 보수주의와 위협에 대한 민감성을 연관시키는 연구결과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에선 코로나19와 관련해 전혀 다른 결과를 보였다. 이달 27일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이 공개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정치적 태도와 상관없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비율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에서는 진보 성향의 민주당 지지자가 보수 성향인 공화당 지지자보다 거리두기 실천비율이 전반적으로 높았다. 진보 성향이 오히려 위기감을 느끼고 대응하는 것이다.

 

미국은 코로나19 발병 초기 보수와 진보가 감염병을 바라보는 태도가 한국과 정반대였다. 정치평론가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로스 두탓은 3월 31일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2월 중순까지 코로나19 반응은 보수주의자와 자유주의자 대한 심리학 이론과 거의 일치했으나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며 두 부류의 반응이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는 점을 짚었다.

 

콘웨이 교수는 지난달 30일 학계 내 정치적 균형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웹사이트인 ‘헤테로독스 아카데미’에 코로나19에 큰 피해를 본 지역이 뉴욕주처럼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이 많은 데 따른 결과일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경험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는 결과다.

 

하지만 연구팀이 이를 분석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이러한 성향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지역별 성향과 코로나19 반응의 연관성은 0.02에서 0.03에 그쳤다. 콘웨이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경험이 다른 견해를 만들어낸다는 증거는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반응 차이의 연관성은 0.07~0.18로 유의미한 수준의 연관성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보수와 진보의 반응 차이가 나는 원인에 대해 중민재단의 발표처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시했을 때의 반응에서 두 집단이 극명하게 엇갈린 점을 지목했다.

 

콘웨이 교수는 “위협적인 질병은 보수주의자들이 싫어하는 정부의 개입에 따른 효과를 증명할 수 있어 보수주의자들은 그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진보주의자들은 반대로 위협이 크다고 보려는 동기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콘웨이 교수는 “우리의 결과는 또한 이 전염병이 궁극적으로 이념 집단을 더 가깝게 만들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고 소개했다. 연구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이 높아질수록 두 집단의 행동 차이는 빠르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콘웨이 교수는 “경험과 견해차에 대한 연관성은 없었으나 경험이 많을수록 자신의 이념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며 “질병의 영향이 커질수록 이념 집단이 하나가 되기 시작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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