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한국R&D 톱다운 방식에서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전환” 평가

2020.05.27 22:28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이달 28일 네이처 인덱스의 한국판 특집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처 제공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이달 28일 '네이처 인덱스'의 한국판 특집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처 제공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한국의 연구개발(R&D) 전략이 정부 주도의 톱다운 방식에서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강조 기조로 전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7일 공개된 네이처 인덱스 한국 특집호에 따르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2000년 2.1%에 불과했지만 2018년 4.5%를 넘겼고 2020년에는 4.9%에 달한다. 

 

물론 급격한 증가는 없었다. 정부 주도의 톱다운 프로젝트가 선호됐다. 전쟁 후 정부에 의해 강조된 응용 연구는 반도체 제조 및 무선통신 네트워크 리더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기초연구 투자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다. 경제 성장에 필요했던 패스트 팔로어 정책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자 주도의 창의적 연구 지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연구자 중심의 기초연구 예산을 2025년까지 2조5000억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0년 정부 R&D 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18% 늘어난 24.2조원에 달한다. 

 

한국 전체 R&D 지출의 4분의3을 차지하는 민간 부문에서는 삼성과 LG 등 주요 대기업의 기초연구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포스텍 교수)은 네이처 인덱스와의 인터뷰에서 “산업계가 보다 더 많은 박사급 연구자를 요구하고 있다”며 “투자의 관점에서는 이보다 더 나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국내에서는 2022년으로 예정된 달 궤도선 발사를 위한 연구, 핵융합 실험로 등 대형 연구프로젝트에 정부 예산이 많이 지출된 점도 거론됐다.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단기간에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임무 중심의 연구개발이 그동안 강조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자 주도의 상향식 연구과제 지원이 강화되고 있다. 

 

물론 톱다운 방식의 연구개발 전략도 아직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코로나19) 진단 키트 개발이 한 사례다.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진단키트를 개발한 4개의 국내 기업은 20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후 진단키트 연구를 위해 한국연구재단의 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부실학회 참가 문제도 언급했다. 논문 중심의 평가 시스템이 문제라는 분석이다.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논문의 질보다는 양을 강조해 오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염한웅 교수는 “이같은 낡은 문화는 창의성 발현을 막는다”며 “논문을 많이 생산하는 데 충분히 좋겠지만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데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네이처 인덱스는 한국의 R&D 투자 전망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R&D 예산을 늘리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조선, 원자력 등 전통 산업은 중국과의 경쟁에 직면해 있다. 소재·부품·장비 관련 일본의 무역 공세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기술 정책 입안자들은 대기오염이나 고령화와 같은 한국 사회의 실질적인 요구를 충족시키는 연구과제에 대한 더 많은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동북아 전역 미세먼지 추적이나 치매 퇴치를 위한 이니셔티브가 그런 사례다.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최상위 연구가 임팩트팩터나 인용 횟수 기준일 필요는 없다”며 “한국 사회에 이익을 주는 연구 방향은 우리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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