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환자 감염 경로 신천지와 다르다" 바이러스 게놈 분석 결과

2020.05.22 22:00
서울 용산구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으로 정부는 4월 24일부터 5월 6일 사이 이태원 인근 업소 방문자 전원을 진단검사 대상으로 정했다. 연합뉴스 제공
서울 용산구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으로 정부는 4월 24일부터 5월 6일 사이 이태원 인근 업소 방문자 전원을 진단검사 대상으로 정했다. 연합뉴스 제공

국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환자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이태원 클럽 감염자는 주로 미국에서 유행하는 유형의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신천지 교회를 통한 집단감염 등과는 경로가 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바이러스 백신 등에 영향을 미치는 의미 있는 변이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감염력이나 병원성에 큰 차이를 보이는 변이도 아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오후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정례브리핑에서 국내 코로나19 환자의 유전자 염기서열 151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이번 결과는 차세대염기서열해독기술(NGS)를 이용해 유전체(게놈) 정보를 해독한 뒤 분석한 결과로, 바이러스의 유입 경로 등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계에서 논란 중인 바이러스 분류 및 진화 연구 결과를 포함시켜 일부 혼란도 빚어졌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151건의 국내 환자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정 본부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세계보건기구 분류에 따라 S, V, G 세 가지 그룹으로 분류되며, S와 V그룹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 G그룹은 유럽과 미국에서 주로 유행 한다. 국내에서도 세 그룹이 모두 발견되며, 이태원 클럽에 방문한 초기 환자 14명에서 검출한 염기서열은 G그룹에 속하며 서열이 일치해 공통 감염원으로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또 “151명의 환자는 “S그룹이 24건, V그룹이 67건, G그룹이 55건이 발견됐다”며 “초기 해외 유입과 우한 교민 유입이 S그룹,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 대남병원이 V 그룹, 미국 유럽 해외 입국자와 이태원 클럽 환자가 G그룹에 속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염기서열로 바이러스 감염원이나 경로를 알 수 있는지, 감염력이나 치명률에 차이가 나타나는지 등 질의가 이어졌다. 한명국 방대본 검사분석팀장은 "전파력이나 병원성에 차이가 나타났다는 보고는 없다"며 "백신에 중요한 스파이크 단백질 중 세포와 결합해 백신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부위에는 유전자 변이가 나타나지 않아 백신 효과 등에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파 경로에 대해 정 본부장은 “(염기서열 분석 결과는) 감염경로를 참고하는 자료로 보고 있다”며 “이태원 바이러스 특성이 신천지 교회나 청도 대남병원 V 그룹과 좀 차이가 있어서 감염경로가 좀 다르다 정도의 판단을 할 뿐 어느 나라 누구를 통해 감염됐는지 등 구체적으로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의미 있는 변이는 발견되지 않아...논란 중인 바이러스 연구 속 유형 언급은 아쉬움

 

유전자를 이용한 바이러스 유형은 바이러스 염기서열의 변이를 계산해 분류하는데, 변이가 전파 경로에 따라 달라지는 특성이 있어 유형을 파악하면 역으로 전파 경로를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유형은 학자나 연구기관 등에 따라 각각 다르게 이름 붙인다. 방대본은 유형의 출처로 전세계 게놈 연구자들이 바이러스의 게놈을 수집해 분석하는 기구인 국제인플루엔자데이터공유이니셔티브(GISAID)의 분류 기준을 제시했다. 

 

문제는 A, B, C 분류다. 브리핑과 함께 공개한 보도자료에서 방대본은 “S 그룹은 A형, V 그룹은 B형, G그룹은 C형에 속한다”며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대륙 및 국가간 전파 경로에 따라 분류한 것”이라고 밝혔다. “A는 초기 발생 및 중국 우한에서 미주, 호주로 전파돼 분포하는 유형, B형이 중국 우한에서 동아시아 전파, C형은 B에서 유래해 싱가포르를 거쳐 유럽으로 확산된 유형”이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하지만 이는 바이러스학 및 분류학에서는 논란 중인 분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가 제시했다는 A, B, C 유형의 기원은 4월 8일 마이클 포스터 독일 키엘대 교수팀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게놈의 계통 네트워크 분석’ 논문이다. 당시 포스터 교수팀은 GISAID에 공개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게놈 중 160개를 분석했는데, 미토콘드리아 DNA나 Y 염색체 DNA를 이용해 인류의 기원을 분석할 때 사용하는 기술을 이용해 뒤 바이러스를 크게 세 유형으로 나누고 각각 A, B, C 유형이라고 이름 붙였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22일 언급한 바이러스 유형인 A, B, C의 출처인 마이클 포스터 독일 키엘대 교수팀의 PNAS 논문이다. 5월 7일 세 건의 반론이 제기돼 있다. 포스터 교수는 21일 재반박문을 올렸다. PNAS 논문 페이지 캡쳐
중앙방역대책본부가 22일 언급한 바이러스 유형인 A, B, C의 출처인 마이클 포스터 독일 키엘대 교수팀의 PNAS 논문이다. 5월 7일 세 건의 반론이 제기돼 있다. 포스터 교수는 21일 재반박문을 올렸다. PNAS 논문 페이지 캡쳐

논문에서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기원으로 추정되는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와 염기서열이 96.2% 비슷한 초기 발생 바이러스를 A, A와 비교해 두 곳의 염기서열에 변이를 일으킨 바이러스를 B, B에서 다시 한 곳의 변이를 일으킨 바이러스를 C로 분류했다. 구체적으로 B는 A의 8782번 염기가 변이를 일으켰는데, 아미노산 변화를 일으키지 않아 의미가 없었다. 또 2만8144번 염기의 변화를 일으켰는데 이 변이는 ORF8 유전자의 84번 아미노산을 류신에서 세린으로 바꿨다. C 유형은 B유형에서 2만 6144번 염기서열을 바꿨으며 ORF3a 유전자의 251번 아미노산을 글리신에서 발린으로 바꿨다. 연구팀은 “B유형이 면역학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동아시아인구에 적응해 있기에 동아시아 밖으로 확산하기 위해 변이가 필요했다”고 해석했다. 임상적 또는 바이러스 기능적 차이를 암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 논문은 바로 강한 비판에 부딪혔다. PNAS에는 한 달 뒤인 이달 7일 이 논문에 대한 학계 전문가의 이의제기 논평이 3건 발표됐다. 비판은 주로 사용한 분석 기술이 팬데믹 시기 바이러스 계통을 분류할 때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과, 데이터의 수집에 편향이 있어 전체 바이러스를 대표하지 않으며 따라서 해석 역시 의미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더구나 이런 변이의 차이가 임상적 차이를 나타낸다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포스터 교수팀은 이달 21일 각각의 주장에 대한 재반론을 올렸지만 새로운 데이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김태형 테라젠바이오 상무이사와 장혜식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 연구위원은 “바이러스학계에서는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논문”이라고 말했다.

 

S, V, G 유형은 GISAID 내부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유형이다. 몇 가지 염기서열의 변이를 일종의 ‘마커’로 정하고 이들의 변이 여부를 바탕으로 유형을 분류한다. 하지만 계속 세분화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G가 G와 GH, GR로 분류됐으며, L유형도 존재한다.

 

다만 이들 유형은 유전자 마커를 기준으로 해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어디로 전파됐는지 지역을 정확히 찾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 결과를 보면 유형마다 지역적으로 많이 뒤섞여 있다. 지역을 추적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다. 포스터 교수의 A, B, C 유형 분류와도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방대본은 문자메시지 질의응답에서 “향후 그룹 분석을 더 (자세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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