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19로 주목 받는 바이오의약품, '안전성' 평가기술 개발 시급하다

2020.05.15 18:00
남주곤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전략본부장
남주곤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전략본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유일한 탈출구인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의 많은 제약기업과 연구소도 국산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가운데 치료제 후보물질의 상당수는 항체의약품 등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에는 그 외에도 면역항암제, 호르몬치료제 등 다양하다. 제약사와 바이오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력 연구개발 분야로 떠올랐지만, 첨단 의약품인 만큼 안전성 측면에서 불확실한 면이 있다. 특히 안전성을 평가할 기술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관련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싸지만 효과 높은 바이오의약품...임상 때 예측 못한 부작용 나타나기도

 

바이오의약품은 사람이나 다른 생물체에서 유래된 것을 원료 혹은 재료로 하는 의약품이다. 유전자치료제, 세포치료제, 항체치료제, 백신, 호르몬치료제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유전자재조합 기술 등 새로운 과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면역 항암제인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와 같은 개인 맞춤형 치료는 오직 바이오의약품으로만 구현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CAR-T는 우리 몸에서 면역 방어를 하는 T세포를 환자에서 직접 추출한 뒤 특정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유전자를 삽입해 다시 암 환자에게 투여하는 치료방식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생물 유래 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화학합성 의약품에 비해 개발과 생산, 보존, 관리가 매우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지만, 인체 내에서 원하는 질병 부위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우수하고 부작용은 적다는 장점이 있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아무리 부작용이 적다 해도 임상시험 단계에서 대형 사고가 벌어진 적이 있다. 2006년 독일의 테제네로가 개발한 백혈병 및 만성 염증성 질환 치료제인 TGN1412다 대표적이다. 6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실시됐는데, 동물시험에서 사용한 용량의 500분의 1만 투여했음에도 6명의 임상시험 자원자 전원이 급속한 사이토카인 방출 현상과 그에 따른 다장기 부전 현상을 보여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사이토카인은 인체 내의 면역체계가 발동됐을 때 발생하는 물질로, 면역체계 관리에 주요한 역할을 하지만 짧은 시간에 과다하게 분비되는 경우에는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중에 원인이 밝혀졌는데, 이 치료제가 사람에게만 존재하는 면역계 단백질인 CD28에만 특이적으로 결합하기 때문에 임상시험 이전에 시행한 동물실험에서 부작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2016년 중반에는 미국의 제약기업인 주노 테라퓨틱스에서 개발한 CAR-T 백혈병 치료제인 JCA015 임상2상시험에서 3명의 환자가 중증 뇌부종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 직후 임상시험은 중단됐지만, 회사 측은 함께 사용한 백혈병 치료제 플루다라빈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일주일만에 임상시험을 재개했다. 일부 과학자들이 다른 기업의 유사 치료제 임상시험에서도 같은 플루다라빈이 사용됐지만 사망 사고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회사는 임상시험을 재개했고, 결국 같은 해 11월 또다시 2명이 뇌부종으로 추가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연구는 완전히 중단됐다.

 

2017년에는 역시 CAR-T 후보물질인 카이트파마의 KTE-C19의 임상시험 도중 참여자 1명이 뇌부종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또 같은 CAR-T 치료제인 셀레틱스의 UCART123 임상시험 참여자가 사이토카인 증후군 부작용으로 사망했다. 유사한 치료제인 스템라인테라퓨틱스의 SL-401을 투여한 혈액암 환자가 사망한 적도 있다. 사이토카인의 과다분비로 인한 부작용, 면역원성으로 인한 과민반응, 면역체계 억제에 따른 결핵, B형 간염 등 기존 감염증의 재발, 표적 이외의 조직손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실험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바이오의약품 부작용

 

문제는 바이오의약품의 부작용을 임상시험 이전 단계인 전임상 동물실험에서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고가 났던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인간과 가장 비슷한 원숭이를 사용한 동물실험을 거쳤지만 치명적인 독성영향을 관찰되지 않았다.

 

이것은 첨단 바이오의약품이 기존의 합성의약품과 달리 사람에게서 유래한 생물제제를 활용해 개발되기 때문이다. 인체의 구성 요소에만 반응하는 종 특이적인 성질이 있는 것이다. 임상시험 사고의 주요한 원인은 사이토카인 분비 증후군(CRS)인데, 사전에 이를 예측할 수 있는 실험동물 모델이 없다는 문제도 있다.

 

독성 연구자들은 바이오의약품의 부작용을 예측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 먼저 인간과 같은 반응을 나타낼 수 있는 실험동물 모델을 개발하는 방식이 있다.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인체에서의 반응을 최대한 모사한 유전자변형 동물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사람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부작용을 완벽히 모사할 수는 없다는 게 한계다.

 

인체에서 유래한 세포나 조직을 활용해 임상에서의 약물 반응을 최대한 예측해내는 기술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정확도 높은 평가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유전자 재조합기술이나 하이브리도마(hybridoma)를 통한 단클론항체 제조 기술 등 첨단 기술들이 앞다퉈 출현하고 있다. 바이오·의약 기술의 발전 속도는 이미 과학적 규제기술의 발전 속도를 훨씬 뛰어넘어 버렸다. 알려지지 않은 독성과 부작용은 대형 참사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사용할 수 없다. 바이오의약 기술의 발전에는 적절한 안전성 평가기술 개발이 필수 조건이다.

 

토마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기존 과학 기술로 풀리지 않는 문제가 누적되는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오고 있다는 전조라고 했다. 바이오의약품의 안전성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계속된다는 이야기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혁신의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 혁신은 기존 기술의 개선일 수도 있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접근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규제기술의 혁신은 민간영역에서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공공영역을 중심으로 문제해결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 세계적으로 생명·바이오 분야 연구는 새로운 치료기술 연구개발에 집중돼 온 게 사실이다.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속도를 높이는 연구에만 치중된 것과 같다. 빠른 속도를 통제할 수 없는 자동차는 쓸모가 없듯이, 이제는 빠른 속도에도 운전자의 안전이 보장되고 원활하게 감속·정차시킬 수 있는 기술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

 

모든 의약품이나 화학물질의 유용성은 부작용보다 먼저 발견됐고, 그 시간 격차에 의한 대가는 사람의 안전과 생명으로 치러졌다. 바이오의약품에서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제는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보다 큰 노력을 기울일 때다.

 

※참고문헌
1.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id=288773&Board=news
2.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113421
3.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964774
4. http://m.biospectator.com/view/news_view.php?varAtcId=3955
5. 손우찬. (2019). 독성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면역 항암제 개발. 국가항암신약개발사업단 홈페이지(http://nov.ncc.re.k)
6. 이주연. (2013). 바이오의약품의 안전한 사용. 병원약사회지, 30(1),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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