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데믹 탓에 백신 거부 운동까지 등장"…국가간 협력 필요할 만큼 '심각'

2020.05.12 17:20
차미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및계산과학연구단 연구책임자(CI, KAIST 전산학부 교수)가 이달 12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온라인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과총 유튜브 캡처
차미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및계산과학연구단 연구책임자(CI, KAIST 전산학부 교수)가 이달 12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온라인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과총 유튜브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와 퍼져나갈수록 가짜 정보 또한 확산하는 현상인 ‘인포데믹’이 단순히 잘못된 사실을 전달할 뿐 아니라 날이 갈수록 진화하며 국가간 갈등을 유발하고 백신 거부 운동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러한 인포데믹은 특히 저소득 국가일수록 취약하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이달 12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온라인 포럼에서 차미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및계산과학연구단 연구책임자(CI, KAIST 전산학부 교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인포데믹은 발전하고 진화하면서 국가 간 갈등을 정치화하고 백신 거부 운동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며 인포데믹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실제로 최근 여론 조사 결과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도 미국이 5명 중 1명은 접종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최근 5년간 미국 내에서는 백신 접종에 대한 회의론이 잘못된 정보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과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가짜뉴스 또한 빠르게 퍼지며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에선 고농도 알코올이 포함된 독주를 마시면 몸속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다거나 헤어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으로 바이러스를 소독할 수 있다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이러한 루머들은 주로 중국에서 먼저 시작해 한국으로 전파됐고 세계 전체로도 퍼져나간다는 분석이다. 차 교수는 “콧속에 참기름을 바르거나 소금물로 가글하면 코로나19를 막는다는 루머는 중국에서 시작돼 국경을 넘어 세계 전체로 퍼졌다”고 짚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처럼 잘못된 정보가 널리 퍼지는 현상을 정보(인포메이션)와 대유행(팬데믹)의 합성어인 ‘인포데믹’으로 정의했다. 차 교수는 “인포데믹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받은 메시지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다면 거짓 정보에 의존해 생사를 가르는 결정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란에서는 700명이 넘는 이들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잘못된 정보 때문에 인체에 치명적인 메탄올을 마시거나 뿌리다 사망하기도 했다.

 

차 교수는 인포데믹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는 사실과 가짜를 구분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발달하고 SNS가 활성화하며 점점 진위를 가리기 어려워지고 있지만 기술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다. 차 교수는 “메시지 하나를 읽을 땐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알기 어려우나 네트워크에서 구조나 시간에 따라 어떻게 퍼지는지를 보면 (진위를)알 수 있다”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연구자들이 분석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루머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도 방법중 하나다. 차 교수는 “헤어드라이어 루머는 질병관리본부가 발 빠르게 대응하며 반나절 만에 사라졌다”며 “루머는 한번 전파하면 광범위해지기 때문에 신속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알려진 사실을 널리 전파하는 것도 가짜 정보의 전달 확률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국경을 넘는 인포데믹에도 같은 방법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차 교수는 “지구촌을 한 나라라고 보고 먼저 발생한 인포데믹을 미리 전달해 주는 것”이라며 “백신 개발 뿐 아니라 인포데믹에도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협업의 예로 기초과학연구원과 KAIST, 이화여대가 3월 시작한 ‘루머를 앞선 팩트’ 캠페인을 들었다. 이는 한국과 중국에 퍼졌던 200여 개의 검증 끝난 루머를 수집하고 이중 30개를 추출해 인포그래픽 형태로 세계에 전파하는 캠페인이다. 차 교수는 “처음엔 한글과 영어로 시작했지만 50여 명 넘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나라 언어로 공유하면서 지금은 20개국 언어로 78개국에 캠페인이 전파됐다”며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남미에서도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됐다며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차 교수는 국내총생산(GDP)이 낮은 저소득 국가일수록 인포데믹에 취약하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과총 유튜브 캡처
차 교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적은 저소득 국가일수록 인포데믹에 취약하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과총 유튜브 캡처

캠페인 과정에서 저소득 국가가 인포데믹에 더욱 취약하다는 사실도 새롭게 발견했다. 가짜뉴스를 접한 적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에티오피아, 네팔,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적은 국가일수록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차 교수는 “바이러스를 다룰 인프라가 약해 총력 대응해야 할 국가들이 인포데믹에도 더욱 취약하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캠페인도 인포데믹 취약국을 주 대상으로 전파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인포데믹은 바이러스에 관한 사실이 아닌 정보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백신도 빌 게이츠나 특정 정부의 계략이라는 가짜뉴스로 진화하며 과학적인 접근에 어려움을 주는 상황”이라며 “유발 하라리가 ‘바이러스는 협업할 수 없지만 인간은 협업할 수 있다’고 한 것처럼 코로나19 인포데믹에도 함께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날 포럼에서는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코로나’를 주제로 발표했다.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송하중 과총 정책연구소 소장과 김형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이석봉 대덕넷 대표가 패널로 참여했다.

 

포럼 다시보기 : https://youtu.be/1AEXEuyLTv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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