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과학자 출신 대통령 바라지도 않는다

2014.02.04 18:00
전준범 기자
전준범 기자

  얼마 전 취재차 방문한 이스라엘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이스라엘 국민들 사이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 중 한 명으로 201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댄 셰흐트먼 교수가 거론되고 있다는 것.

 

  총리가 국정을 주도하는 이스라엘 특성상 대통령은 상징적인 자리에 그치지만, 과학자가 대통령감으로 언급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나라에서 과학이 차지하는 위상을 알 수 있었다.

 

  과학계 인사에 대한 존경과 우대의 전통은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부터 면면히 이어져 왔다.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에게 초대 대통령 자리를 요청했으나 그가 고사해 무산된 일화는 유명하다. 결국 이스라엘의 초대 대통령이 된 하임 바이츠만 역시 아세톤의 대량생산법을 개발한 화학자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귀국 후 지인들(과학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일반 국민이다)과 만난 자리에서 "본인이 알고 있는 우리나라 과학자는 누군가?"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그들의 답은 약간 충격적이었다. 대부분 "황우석 박사"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과학문화가 여전히 자리잡지 못한 우리나라 분위기상 대중에게 주목 받기 위해서는 정말로 '노벨상'을 받거나 노벨상에 버금가는 '대형 사고'를 쳐야만 한다는 뜻일까.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한편에서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과학을 단순히 경제발전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며 천대하는 정부의 모순적인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조차 과학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대중에게는 관심을 가져 달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란 말이다.

 

   최근 본지 보도(기사 링크: http://bit.ly/1bRWLkV)에서도 밝혔듯이, 과거 대통령이 직접 수여하던 '한국과학상'과 '젊은과학자상'은 현재 실장급 시상식으로 격하됐을 뿐 아니라 약속했던 연구지원금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열렸던 한국과학상 시상식 자리에서 이런 현실을 개탄하는 일부 참가자의 발언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가 "실장급이 시상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며 오히려 역정을 내 참석자들이 당황했다는 뒷얘기는 입맛을 씁쓸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문제는 과학자들의 '자존심'뿐만이 아니다. 매년 요동치는 풀뿌리연구 신규과제 수로 인한 연구의 지속성 문제,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속한 비정규직 연구원의 거취 문제 등 숱한 당면 과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태도를 취해 연구자들에게 열패감과 허탈감을 더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레호보트 바이츠만 연구소에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 김정석 씨는 "학부 4학년 때 함께 연구실 생활을 하면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친구들이 과제 제안서 작성에만 시간을 뺏기는 현실에 신물을 느끼고 모두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로를 바꿨다"며 "그 곳에 계속 있다보면 나 역시 과학자의 꿈을 포기할 것만 같아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이 곳으로 왔다"고 고백했다.

 

  이런 고민이 김 씨만의 사연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를 이끌 미래 과학자들의 자존심을 살리고, 매년 10월만 되면 오매불망 기다리는 노벨상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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