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스&뉴디펜스]코로나19가 가져온 우주산업의 위기와 기회

2020.04.27 15:30
박종원 스타버스트 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 동아사이언스
박종원 스타버스트 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 동아사이언스

미국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필자는 최근 한달째 다른 사람들처럼 집에서 일하고 있다. 다행히도 집에는 광케이블이 깔려있어 평소 인터넷 속도가 미국의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빠른 편이다. 그런데도 최근 들어 넷플릭스의 화질이 낮아지더니 급기야 끊기는 현상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과연 현재의 글로벌 통신망이 폭증하는 트래픽을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 이후 세상에서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는 재택업무와 원격수업, 식료품 주문, 원격의료 등 우리의 생존이 걸린 여러 분야의 핵심 서비스로 떠오를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미국만 해도 워낙 넓은 나라라 인구 밀도가 낮은 동네까지 구석구석 광케이블을 깔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 그래서 여전히 빠른 인터넷 서비스를 쓰지 못하는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소외 지역이 많다. 초고속망서비스 검색사이트 브로드밴드 나우는 여전히 4200만명의 미국인이 인터넷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자 텍사스의 한 고교에서는 집에 인터넷이 없는 학생을 위해 미식축구 경기장 주차장에 무선랜 공유기를 설치하고 차량에 탑승한 채 수업을 듣게 하고 있다. 집에 인터넷이 없어도 차는 있는 미국이니 가능한 해결책이긴 하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커다란 흐름을 읽어내야 한다. 이제 시동이 걸린 우주 산업에 코로나19 사태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3월 9일 열린 우주산업 행사인 새트라이트2020(Satellite 2020) 전시회에 직접 참석한 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운영하는 우주인터넷 서비스 회사 스타링크의 분리 상장 계획을 묻는 질문에 "계획이 없다"면서 "현재 목표는 파산하지 않기"라고 밝혔다. 불과 한달여 전 일이지만  코로나19의 파괴적인 위력에 대해 아직 실감하지 못하던 때라 머스크의 답변은 당시만 해도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머스크는 저궤도 인터넷 서비스를 출시한 텔레데식과 ICO, 이리듐과 같은 기업들이 역사적으로 전부 파산을 경험했다면서 스타링크는 파산하지 않는게 목표라고 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인 3월 28일 마치 머스크가 예언이라도 한 것처럼 스타링크와 경쟁하던 원웹이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는 소식이 들렸다. 원웹은 전세계에서 위성을 기반으로 한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준비 중이었다.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개발 비용이 크게 늘면서 현금 흐름이 나빠진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추가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것을 파산 원인으로 본다. 전적으로 코로나19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지만 결정적 한방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 

 

사업 모델로서 위성 인터넷 서비스는 세 가지 측면에서 비판을 받는다. 수요, 기술, 가격이다. 기존 인터넷 광대역망이 충분해서 저궤도 군집 위성을 통한 인터넷 서비스가 과연 필요가 있겠냐는 비판이 앞선다. 또 광대역망이 부족한 오지와 개발도상국은 위성서비스의 비싼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워 수요가 작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인공위성에서 쏘는 전파를 수신하는 지상안테나가 너무 크고 가격이 높은 것도 위성 인터넷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근거로 사용된다.   

미국 위성 광대역인터넷 회사 원웹이 지난 3월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원웹은 지금까지 74기 위성을 쏘아올렸다. 원웹 제공
미국 위성 광대역인터넷 회사 원웹이 지난 3월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원웹은 지금까지 74기 위성을 쏘아올렸다. 원웹 제공

하지만 위기는 기회를 수반한다. 원웹이 파산하는 계기를 제공한 코로나19는 한편으로 원웹의 사업모델의 정당성을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원웹의 비젼인 전세계 누구나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하는 솔루션이야말로 코로나19 이후 세상에서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원격 교육과 재택근무 확산으로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당장은 증가하는 부하를 감당하고 있으나 앞으로 점점 트래픽이 늘어나면 망 확대가 필요해질 것이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무효화한 '망중립성 원칙'은 더욱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재택수업과 원격 의료, 업무상 화상회의 등 필수 서비스에 선별적인 인터넷 속도를 우선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다.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 제공 회사들은 자발적으로 화질 저하를 통해 망부하를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엄청난 망부하를 야기하는 넷플릭스와 유튜브에 대해 디지털 인프라 확대에 필요한 비용 분담 압력이 더 거세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성 광대역 서비스는 디지털 인프라 확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시장이 급속히 커지면 비용과 가격의 문제는 해결이 쉬워진다. 원웹이 파산신청을 상황에서도 스타링크와 아마존의 카이퍼는 위성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새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들도 계속 이 시장에 뛰어들어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스타버스트 엑셀러레이터는 코로나19가 한창인 상황에서도 이달 8일 온라인 피치데이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10개의 스타트업들 중 가장 주목을 받고 높은 평가를 받은 링크(Lynk)의 찰스 밀러 대표는 현재 사용 중인 휴대전화를 위성에 직접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아프리카의 에볼라 사태 때 외부와 연락이 되지 않아 사태가 확산했던 사실을 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다. 위성 안테나를 추가로 설치할 필요가 없이 휴대전화와 위성을 직접 연결할 방법만 있다면 위성 광대역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미 위성 4기를 발사해 우주 최초의 기지국의 테스트와 검증을 마쳤다. 이들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출신들로 글로벌 대기업과 투자자들이 투자에 나섰다.  

 

원웹이 비록 파산을 해도 이들이 일군 기술과 이들이 양성한 인재들, 사업모델, 이미 확보한 주파수 대역은 사라지지 않는 자산이다. 우수한 인재들은 경쟁사에 채용될 것이고 기술과 자산들은 더 안정적이고 도전적인 기업에 팔릴 것이다.  소프트뱅크 등 원웹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겠지만 어차피 높은 위험성을 안고 투자에 나섰다. 원웹은 600--900개의 광대역 위성을 만들 예정이었다. 이번 파산신청에 따라 부품 생산량을 확대해 온 협력사들은 재정적인 타격을 받겠지만 300개의 위성을 계획중인 텔레셋 레오(Telesat Leo)와 같은 회사가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원웹이 투자자를 찾아 재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태로 몇몇 회사들은 더 어려워지고 문을 닫을 수 있겠지만 위기를 극복한 회사들은 더 큰 기회를 잡을 것이다. 링크와 같은 스타트업들의 놀라운 혁신을 보면서 코로나19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우주산업의 전망을 조심스럽게 낙관한다. 

글로벌 우주항공 엑셀러레이터 및 투자사인 스타버스트 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들이 올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우주스타트업 렐러티비티 스페이스를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 가운데 파란색 셔츠를 입은 사람이 박종원 스타버스트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 박종원 제공
글로벌 우주항공 엑셀러레이터 및 투자사인 스타버스트 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들이 올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우주스타트업 렐러티비티 스페이스를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 가운데 파란색 셔츠를 입은 사람이 박종원 스타버스트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 박종원 제공

※필자소개

박종원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아공대 과학기술정책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조지워싱턴대 국제과학기술정책센터 및 우주정책연구소 펠로우, 미국 스탠퍼드연구소 (SRI International) 과학기술 및 경제개발센터 실장을 거쳐 미국 워싱턴DC 코리아이노베이션센터(KIC)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사업을 맡아 일했다.  2017년부터는 양자난수 생성기를 개발한 이와이엘의 글로벌 진출을 돕고 있다. 2019년부터 글로벌 우주항공 엑셀러레이터 및 투자사인 스타버스트 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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