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도, 햄스터도, 영장류도 나섰다…코로나19 해결 나선 실험동물들

2020.04.25 15:00
김태호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 연구원이 1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수의대 내에 위치한 사업단 연구실에서 양손에 두 마리의 유전자 변형 쥐를 관찰하고 있다. 대사질환을 연구하기 위해 개발된 쥐로, 왼쪽은 보통 쥐보다 비만이 심하고, 오른쪽 쥐는 마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윤신영 기자
김태호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 연구원이 1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수의대 내에 위치한 사업단 연구실에서 양손에 두 마리의 유전자 변형 쥐를 관찰하고 있다. 대사질환을 연구하기 위해 개발된 쥐로, 왼쪽은 보통 쥐보다 비만이 심하고, 오른쪽 쥐는 마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윤신영 기자

24일은 세계 실험동물의 날이다. 영국의 동물실험반대협회가 1979년 제정한 날로, 오늘날에도 많은 실험동물 반대 단체가 대체실험 등 동물실험을 줄이거나 동물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알리고 있다.


올해 세계 실험동물의 날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으로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대한 열망이 큰 가운데, 역설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동물실험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치료 허가 범위를 확대해 코로나19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는 치료제가 12종, 신약으로 개발 중인 치료제가 7종 연구되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수행 중인 임상시험은 치료제가 100여 건, 백신이 6건이다. 나머지 훨씬 많은 수의 연구가 약물 후보물질 발굴과 인체 세포를 이용한 독성 및 바이러스 농도 저감 확인 실험, 그리고 동물실험 단계를 수행 중이다.


이 가운데 동물실험은 치료제의 초기 효과를 확인하는 중요한 단계로, 인체 세포 실험과 함께 여전히 대다수 연구가 필수적으로 거치고 있다. 

 

1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내에 위치한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에서 유전자 변형 쥐가 케이지에서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피고 있다. 예민한 동물인 쥐는 환경이 조금만 달라져도 금세 반응한다. 윤신영 기자
1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내에 위치한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에서 유전자 변형 쥐가 케이지에서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피고 있다. 예민한 동물인 쥐는 환경이 조금만 달라져도 금세 반응한다. 윤신영 기자

1.    쥐 - 인간 ACE2 단백질 갖게 하는 게 핵심


코로나19가 신종 감염병이기 때문에, 동물실험을 할 때에도 가장 큰 관건은 인간과 유사한 바이러스 반응 및 약물 반응을 보이는 동물을 찾거나 만들고, 이를 이용해 실험을 하는 것이다. 일단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감염돼야 한다. 이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피세포 표면의 수용체인 에이스투(ACE2) 단백질이 사람의 ACE2와 비슷해야 한다. 또 감염 뒤 사람과 비슷한 감염 증세를 보여야 한다. 

 

가장 널리 연구되고 활용되는 실험동물은 쥐다. 하지만 쥐를 이용해 바로 코로나19 연구를 할 수는 없다. ACE2 단백질이 사람의 ACE2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달 13일 ‘사이언스’에 따르면, ACE2 단백질 가운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가장 먼저 결합하는 아미노산 29개 가운데 실험용 생쥐(마우스)는 11개, 큰 쥐(래트)는 13개가 인간의 서열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연구를 위해 인간의 ACE2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쥐를 먼저 만들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행히 인류는 이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가장 비슷한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감염병을 한 번 경험했다. 바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다. 2003년 이 병의 유행을 겪은 뒤, 스탠리 펄먼 미국 아이오와대 교수팀은 인간의 ACE2를 지니는 마우스를 개발했다.

 

하지만 사스 사태가 끝난 뒤 이 쥐는 잊혀졌고, 쥐의 정자만 보관돼 있다 현재는 미국의 비영리의학연구소인 잭슨연구소가 이 유전자변형마우스를 생산하고 있다. 잭슨연구소는 코로나19를 연구하는 전세계 연구실과 기업으로부터 이미 수천 마리의 마우스를 주문 받았으며 5월부터 생산을 할 예정이다. 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새로운 인간 ACE2 단백질 발현 유전자변형쥐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이 치료제와 백신 개발의 전임상시험을 위해 ACE2 단백질을 지니고 폐 병변을 일으키는 유전자변형마우스를 개발 중이다. 성제경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장은 “바이러스 변이 상황을 고려해 현재 5종의 코로나19 감염 모델 마우스를 제작 중이며 5~6월 새끼를 낳는 것을 목표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모두 ACE2를 바탕으로 제작 중이며 조금씩 특징이 다르다. 연구기관 등에 공급하는 것은 충분한 수가 태어난 뒤인 8월쯤으로 예상된다. 

 

사스 등 호흡기질환 등의 동물실험에 사용되는 흰족제비(페럿) 역시 코로나19 관련 실험에 활용되고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사스 등 호흡기질환 등의 동물실험에 사용되는 흰족제비(페럿) 역시 코로나19 관련 실험에 활용되고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2.    햄스터와 흰족제비(페럿) - 쥐보다 인간과 비슷한 ACE2 단백질 지녀 주목


햄스터와 흰족제비 역시 코로나19와 관련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실험 동물이다. 햄스터는 ACE2 단백질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가장 먼저 결합하는 아미노산 서열 28개 중 4개만 사람과 다르다. 쥐보다 훨씬 비슷하다는 뜻이다. 홍콩대 연구팀이 지난달 26일 학술지 ‘임상감염병’ 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8마리의 햄스터를 대상으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감염시킨 결과 ACE2 수용체가 많이 발현되는 장기인 폐와 소장을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무기력증이나 웅크린 자세, 빠른 숨 등의 증상을 보였다. 


흰족제비(페럿)는 폐의 생리학이 인간과 비슷해 인플루엔자 연구에 널리 쓰이는 실험동물이다. 3월 ‘네이처’에 따르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연구에 쓰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성 단장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코로나19 그룹에서 각 실험동물을 사용한 연구 결과들을 공유하고 있다"며 "페럿을 이용한 실험 역시 이뤄져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붉은털원숭이(레서스 마카크) 역시 코로나19 관련 동물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붉은털원숭이(레서스 마카크) 역시 코로나19 관련 동물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3.    영장류 - 백신 연구에 중요...중증 코로나19 실험은 아직 불가능


비인간영장류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라는 점에서 가장 유력한 동물실험 대상으로 꼽힌다. 하지만 대형 포유류로 키우고 실험하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이 들고, 지능이 높은 만큼 윤리적 논란에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백신이나 항체치료제 등 일부는 영장류 실험 결과가 중요해 널리 연구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압타바이오의 문성환 사장은 “작은 화합물을 쓰는 치료제는 영장류 실험을 거치지 않지만 영장류 실험은 항체나 백신은 영장류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달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식약처,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도 쥐와 함께 영장류도 코로나19 연구용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5월 초부터 치료제 1건과 백신 2건의 영장류 실험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아무리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해도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고 사람에게 실험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영장류 모델 개발은 코로나19 연구의 가장 큰 병목구간"이라며 "현재 바이러스 감염과 병증을 나타내는 영장류 모델을 붉은털원숭이(히말라야원숭이, 레서스 마카크)를 이용해 두 종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붉은털원숭이는 동물실험을 위해 세계적으로도 가장 널리 연구되는 영장류다. 미국국립보건원(NIH) 국립알레르기감염병원구소(NIAID) 연구팀이 3월 21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에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이 원숭이는 바이러스 감염 뒤 약 8~16일 동안 병을 유지하며 폐 영상에서 폐침윤물이 인간과 비슷하게 검출되는 등 유사한 증상을 나타낸다. 코와 목에서 많은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것도 똑같다. 연구팀은 “인간의 경증 또는 중간 정도의 증세를 보이는 코로나19 감염 동물 모델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최근 중국 생명공학기업 시노백은 자체 개발중인 백신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붉은털원숭이 8마리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을 거쳤다. 23일(현지시간) ‘사이언스’에 따르면, 중국 기업 시노백 바이오테크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화학적으로 처리해 활성을 없앤 뒤 붉은털원숭이에 투약한 뒤 기도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감염시키고 3주 뒤 관찰했다. 그 결과 백신을 맞은 원숭이는 한 마리도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19일 바이오아카이브에 올린 논문에서 “고용량 투약 받은 경우 특히 효과가 좋아 접종 7일 뒤 인두와 폐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조군으로 실험에 참여한 네 마리는 모두 감염됐다.


치료제 후보물질로 각광 받는 렘데시비르 역시 이달 중순 영장류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거쳤다. 이달 17일 NIH와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공동으로 총 12마리의 원숭이를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했다. 한쪽에는 감염 뒤 20시간 뒤 렘데시비르를 주사하고 이후 6일간 매일 추가 접종을 했다. 그 결과 접종한 뒤 12시간 뒤부터 투약한 원숭이의 상태가 크게 호전됐다. 기관지와 폐포에서 바이러스 검출도 훨씬 적었고 폐 조직의 손상도 적었다. 


인간과 가장 비슷하다고 하는 영장류지만, 단점은 있다.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중증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각한 폐손상과 자력으로 호흡을 하지 못하는 증상을 시험할 수 없다. 

 

4.    동물실험 거치지 않을 수 있을까


동물실험을 아예 건너뛰어야 하는지는 아직 논란이 있다. 일각에서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가 인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만큼 불필요하게 생명을 희생시키고 비용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되다 최종 임상에서 효과가 부족해 폐기돼 지금은 코로나19용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는 렘데시비르의 경우,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효과가 매우 높았다. 하지만 인체 실험에서는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일반적인 독성실험 등은 일부 대체가 가능해 널리 연구되고 있다. 24일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에 따르면, 안전성평가연구소는 고속으로 대용량의 독성물질을 거르는 기술인 ‘톡스스타’를 개발해 운영 중이다. 이 기술은 동물 실험 없이 독성을 예측, 평가해 동물실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바이오솔루션은 인체각막모델로 각막 독성 동물실험을 대신하고 있다. 엘리드시험연구소는 인체피부모델을 이용해 동물실험을 대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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