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2020.04.25 06: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초중고와 대학생을 위해 미국 심리학회에서 주최한 온라인 포럼이 열렸습니다. 학생들의 질문을 미국심리학회 린 부프카 박사와 베일리 라이트 박사 등 전문가들이 대답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한 시간 정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중요해보이는 내용들을 간추려 보았습니다. 개인적인 의견도 함께 담겨있습니다. 

 

Q. 집중이 잘 안 돼요. 어떡하죠? 

 

A. ‘온라인 개학’이라는 걸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살고 있습니다. 어렵고 어색하고 집중이 안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어른들도 한 번도 해본적 없는 경험이고 온라인 학교 생활을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 우선 어려움을 느낀다고 해서 너무 좌절하거나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 같은 자책은 하지 말도록 합시다. 나와 내 주변인들 모두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고 있음을 인정하고 좌절감이나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도 당연한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여봅시다. 이렇게 힘든 때일수록 내가 나에게 친절해야 합니다. 괜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는 식으로 가뜩이나 힘든 나를 더 힘들게 만들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새로운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에는 당혹스럽고 스트레스가 차오르지만, 많은 경우 반복되는 어려움에는 어느정도 익숙해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 과정에서 나름의 돌파구나 기술 등을 습득하기도 합니다. 집중이 안 돼서 이렇게 저렇게 해봤더니 조금 더 나아지더라 같은 성공 경험이 늘어나는 것이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올라가고 스트레스는 줄어들게 됩니다. 즉 절대적으로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다양한 삽질 역시 기술을 습득하고 자신감을 습득하기 위해 당연히 가쳐야 하는 통과의례이므로 어여쁘게 봐주도록 합시다. 게임에서도 좌충우돌해가며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 레벨업이 가능하듯, 이런 경험이 여러분의 삶에 있어 중요하게 작용할 새로운 장점과 기술을 연마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나를 혹독하게 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 처해지는 환경에서 힘들게 걸음마를 시작한 만큼 스스로를 너그럽게 바라보며 응원해보도록 합시다. 

 

Q.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면서도 건강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힘든 시기일수록 항상 ‘기본’이 중요합니다. 스트레스가 많아지면 각종 질병에 더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우선 잘 먹고 있는지, 잘 자고 있는지, 충분히 휴식하고 있는지 매일매일 의식적으로 점검해보도록 합시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는 뭘 먹었나요? 잠은 몇 시간 잤나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시기이지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또한 몸과 마음의 건강에 중요합니다. 예컨대 외로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고 단명하는 반면 좋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같은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발견들이 있었죠. 


비대면 사회적 접촉을 도와주는 SNS, 페이스타임, 줌 미팅 등을 적극 활용해봅시다. 여럿이서 온라인 모임을 가지면서 카메라를 키고 서로의 얼굴을 보는 것 또한 어느 정도 ‘함께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합니다. 


서로 아무 얘기를 나누지 않아도 편히 함께 할 수 있는 연인이나 친구가 있다면 화상채팅을 켜두고 각자 할 일을 하다가 간간히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실제로 옆에 같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거든요. 무엇이든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는 활동을 찾아봅시다. 

 

Q. 경제 상황도 나빠지고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는 등의 상황을 보고있노라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요 어떻게 다스리죠?

 

A. 우선 이 불안감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합시다. 바이러스가 마법처럼 사라져서 학교도 일터도 경제 상황도 순식간에 제자리로 돌아오면 좋겠지만 그렇게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 또한 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환경 변화를 막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고요. 


쉽게 바꿀 수 없는 현실이라면 일단은 무작정 잘 될 거라고 생각하기보다, 불안이 느껴지더라도 그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해야 해결책도 마련해볼 수 있으니까요. 향후 몇 달 간 등교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면 온라인 학습에 익숙해지기 위한 준비들을 해야겠고 향후 몇 달 동안 현금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면 여러 지원책들을 알아보거나 해야겠죠. 


다만 현실을 지각하는 것이 곧 문제를 ‘과장’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나와 내 주위를 둘러봤을 때 어느 정도의 위기를 예상하는 것이 객관적이겠는지 (어렵겠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상황이 매우 어려울 것 같다면 십여분 – 한두시간 정도 실컷 패닉해봅시다. 코로나로 인해 취업이나 결혼식이 취소된 경우 같이 한 순간의 변화로 인해 그 동안의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맘껏 슬퍼해도 됩니다. 다만 어려운 상황은 남더라도 이 힘든 감정들은 곧 내 안에서 흘러나갈 것임을 되뇌어봅시다. 감정을 느끼는 것과 감정에 갇히는 것은 다르니까요. 


한껏 느끼고 감정의 메시지를 인식한 후, 즉 “내 마음이 속상하구나. 내가 OO를 내 삶에서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구나. 그렇기 때문에 아쉬운 거구나.” 같은 깨달음을 접수한 후 두서없이 마음을 적어내려가는 글쓰기나 친구와의 대화 등을 통해 마음을 개운하게 정리해보도록 합시다. 감정을 흘려보내고 마음을 정리해보는 것 만으로도 일단 많은 짐을 내려놓은 듯한 가뿐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말끔하게 재단장한 정신으로 다시 문제를 바라보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돌파구가 보일 수도 있고요. 


마음이 조금 개운해졌다면 조금씩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알아봅시다. 이 와중에 새로 생기고 있는 기회는 없는지,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해봅시다. 또 의외로 도움을 “주는 것”이 받는 것 못지 않게 내가 아직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과 아직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통제감, 삶이 허무하지 않고 내 삶에는 어떤 목적이 있다는 삶의 의미감을 주곤 합니다. 그래서 봉사활동 후에 준 것보다 받은 게 더 많다고들 이야기 하죠. 힘든 때일수록 나뿐만 아니라 주변을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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