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면 화산 터진다

2020.04.24 09:35
지난 2108 5월 미국 하와이의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로 용암이 흘러내리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 제공
지난 2018년 5월 미국 하와이의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로 용암이 흘러내리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 제공

인도네시아에서는 한 달에 평균 20일 정도 비가 내린다. 그것도 대부분 세찬 폭우가 쏟아져 곳곳에서는 물난리를 겪는다. 인도네시아는 화산 분화도 잦은 편이다. 지난 2018년 자바 섬과 수마트라 섬 사이 순다해협에 자리한 작은 화산섬인 '아낙 크라카타우'가 분화하면서 최고 높이 5m의 쓰나미를 일으켜 4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달 10일에도 동시다발적으로 화산 6개가 폭발했다. 최근 미국의 화산학자들이 인도네시아처럼 비가 많이 오는 곳에 있는 화산이 더 쉽게 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많은 비가 화산의 열기를 식혀줄 것 같지만 되려 화산 분화를 촉발한다는 내용이다.  


팰크 아멜룽 미국 마이애미대 해양지질학과 교수 연구팀은 화산에 많은 비가 내리면 빗물이 땅속에 침투해 지반을 약하게 하고 마그마가 약한 지반을 뚫고 올라오면서 화산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3일 공개했다. 화산 폭발과 강우량의 관계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연구팀이 근거로 제시한 사례는 미국 하와이에 있는 킬라우에아 화산이다. 화산은 지구 내부에 용융 상태로 있던 용암이 표면으로 분출되며 생성된다.  화산은 폭발하면서 순간적으로 1300~1650도에 이르는 용암을 빠른 속도로 뿜어내며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지난 2018년 5월 폭발한 킬라우에아 화산도 시속 27km 속도로 약 700채의 가옥을 집어삼켰다. 같은 해 5월부터 9월까지 분출된 용암 면적만 35km2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노원구 전체 면적에 맞먹는 넓이다. 

 

당시 과학자들은 킬라우에아 화산의 폭발 시기를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 화산 폭발을 예측할 징후들을 충분히 수집하지 못했고 기존 자료 분석도 미흡했다. 이승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세계 주요 활화산에는 대부분 관측소가 설치돼 지진과 지각변형 등 화산 폭발 징후를 살펴보고 있지만 화산과 마그마마다 특성이 다르고 빠르게 바뀌어 폭발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과학자들은 더 많은 근거들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연구팀은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과 관련한 환경 자료를 살펴보다 지반의 공극압에 주목했다.  공극압은 암석의 구멍에 들어있는 물이 주변 지층에 주는 압력으로 지반을 무르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공극압은 지반을 약화시켜 지진을 유발하기도 한다. 지난 2017년 11월 경북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5.4 지진도 지열발전 준비 과정에서 땅속 암반에 물을 주입하면서 발생한 공극압에서 비롯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킬라우에아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 가해진 공극압은 최근 50년간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공극압이 높아진 원인으로 킬라우에아 화산 일대에 내린 폭우를 지목했다. 이 지역에 내린 빗물이 화산 아래로 들어가 지반을 약하게 만들었고, 마그마가 약해진 지반을 뚫고 올라오면서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킬라우에아 화산이 폭발하기 전 두달 간 하와이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강수량을 보였다.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인 4월 14일에는 사상 최고 일일 강수량인 1270mm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킬라우에아 화산의 과거 폭발 이력과 강우량의 관련성도 분석했다. 1790년부터 최근까지 기록을 보면 이 기간 전체 화산 분화의 60%가 우기에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강수량과 화산 폭발이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역사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말했다. 아멜룽 교수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이상 기상 현상으로 폭우에 따른 화산 폭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화산 폭발의 위험 평가할 때 강우량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