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삼성 문제다' 얘기 못하는 이들

2014.01.28 18:00

 

 

  성균관대 115명, 서울대·한양대 110명, 연세대·고려대·경북대 100명…제주대·한밭대 10명.

 

  이달 16일 삼성은 “삼성입사를 위한 필수 관문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는 지적에 대해 공감하고 이를 개선하고, ‘창조경제형’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서류전형을 부활시키고, ‘총장추천’으로 서류전형을 면제시킬 대학별 인원수를 할당할 것”이라는 ‘대담한’ 발표를 했다.

 

   23일 이와 관련해 삼성에서 대학별 ‘할당인원’을 발표하자,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삼성 OO대’가 상위검색어를 기록했다.

 

  기업이 부여한 대학의 서열화와 취업 시장의 불공평함 등에 대해 누리꾼들은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몇몇 대학 총장과 총학생회에서 삼성의 총장추천제를 거부했고, 파장이 커지자 삼성은 채용개선안을 전면 백지화한다고 28일 발표했다. ‘대학 서열화’와 ‘학문의 산업 종속’이라는 논란에 불씨를 지피고 ‘10일 천하’로 막을 내렸다.

 

   사실 삼성채용개선안 발표를 접한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개선안에 ‘문제’가 많고, ‘개악’이라고 느낄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우선 취업준비생 한 해에 20만여 명이 SSAT를 준비하는데 사회적 비용이 낭비된다고 한 것만 해도 그렇다. 전원 SSAT를 응시하는 현 체계를 서류전형을 통과한 이들만 SSAT를 응시하게 한다고 해서 그들이 SSAT 합격을 위해 들이는 노력이 줄어들까.

 

  또 총장추천으로 인재를 추천받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외국이야 교수와의 ‘네트워킹’을 통해 취업하는 것이 흔한 일이지만, 우리나라 취업시장에서는 기본적으로 ‘대규모 공개채용’이 이뤄진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 추천으로 바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학생 개개인의 창의성과 인성, 적성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교수가 몇이나 되겠나. 결국 대학이 추구하는 ‘보편적 인재’를 추천하는 수 밖에 없을텐데, 기업이 원하는 인재관이 대학이 생각하는 인재관과 일치한다는 보장도 없다.

 

  이런 이유들만 보더라도 이번 개선안은 SSAT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지도 못하고, 적합한 인재를 추천받지도 못할 수 밖에 없는 ‘졸속’ 방안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사회적 파장이 큰 문제에 대해, ‘감시견’ 역할을 해야 할 언론사들은 뻔히 보이는 문제도 제 때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고, 거대 광고주인 삼성의 눈치만 보면서 ‘뒷북’만 열심히 쳐댔다.

 

  감시견이 아닌 광고주의 ‘애완견’ 역할을 자처하는 태도는 광고주에게도 장기적으로는 해가 될 수 있다.

 

  지난 16일 개선안이 나왔을 때, 그 소식과 함께 문제점을 지적했다면, 삼성이 무모하게 대학별 인원을 할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감시견으로 역할만 충실히 했다면 삼성도 문제를 인식하고 새로운 개선안을 내놓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광고주인 삼성은 대중의 비난을 떠안지도 않았을 것이며, 기업이 만든 대학서열화로 취업준비생들의 마음도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

 

  자본이 정치와 사회 모든 분야를 장악해 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 언론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생각으로 뻔히 보이는 문제점마저 감추고, 옹호만 하다가는 대중이 영영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의미를 준 것이다.

 

  자본의 시대에 언론사에게 광고는 ‘당의’을 입힌 독약이다. 언론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활자 기피’ ‘언론의 위기’는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온 것임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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