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불확실성을 대비한 마음 관리법

2020.04.18 12:00
4월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학원에서 송파구청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4월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학원에서 송파구청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어느덧 4월이지만 가능하면 환불 받고 싶은 2020년이다. 아무 일 없어도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등 불확실성으로 고통받는 것이 삶인데 올해는 전염병까지 덮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언제나 열려있던 가게들이 문을 닫고, 마스크가 없으면 잘 나가지도 못하고, 매일매일 당연하듯 가던 학교도 직장도 작년 이맘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었다. 갑자기 매출이 급감한 가게들, 일이 끊긴 사람들도 많다. 전세계적으로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지금까지 약 1700만명이 실업수당을 요청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숨막히는 불안에서 벗어나 사회적 동물들이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본능적으로 하는 행동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힘들 때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관계를 돈독히 쌓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급자족이 가능하게끔 자원을 쌓아두는 것이다. “돈”이 대표적이다. 


둘 다 풍족하다면 최고지만 그게 불가능할 때에는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체하기도 한다. 예컨대 사람들에게 거절당하거나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어디선가 돈이 굴러들어온다면 사회적 고통이 감소하고 다시 ‘안정감’을 얻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이런 연구들을 통해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로이 바우마이스터 교수 연구팀은 인간관계와 돈이 나름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으며 둘 다 존재론적인 안정감을 채워주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고 본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우리의 생존과 안정감의 기반이 되는 관계와 돈(경제력)을 둘 다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 근 십여년 중 개인들이 지각하는 불확실성과 불안이 가장 큰 시간이 아닐까 한다. 

 

이런 불안이 불안으로 끝나면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특히 생존과 관련된 불안은 건강한 마음을 잠식해 제기능을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 문제다. 예컨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갑자기 큰 지출이 발생하거나 경제적으로 큰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지능이 잠시나마 떨어지는데 그 영향의 크기가 알콜중독 수준이라는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먹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걱정은 마치 악성코드처럼 우리의 정신을 좀먹는다는 것이다. 사람을 고장난 컴퓨터처럼 삐걱대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따라서 불확실성과 불안이 높은 때일수록 마음 관리가 중요하다.  미국 심리학회(APA)가 제시하는 마음 관리법은 다음과 같다. 

 

① 자신에게 친절할 것 

불확실성은 그 자체로 사람의 정신을 좀먹는다는 사실을 인식하자. 꼭 내 삶이 특별히 잘못되고 있거나 내가 뭔가를 잘못해서 불안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불안은 항상 존재할 내 삶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기질적으로 더 불안을 많이 느끼거나 또는 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 처해있을 수 있다. 이 또한 자신의 탓이 아님을 알자. 불안이 해소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임을 인정하고 자신을 너무 밀어붙이거나 약해빠졌다며 자책을 하지는 말자. 

 

② 지금까지의 생존 경력 떠올려보기

생각해보면 과거에도 한 두 번 정도 불확실성이 높았던 시간을 버텨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힘들었겠지만 그 때도 살아냈음을 기억해보고 그런 자신을 조금 높게 쳐주도록 하자. 과거의 힘든 사건으로부터 얻은 교훈이 있다면 지금 적용해보도록 하자. 


③ 새 기술 쌓기

자신감은 피부로 체험해야 쌓이는 것이라서 작은 것이라도 할 줄 아는 것이 늘어나면서 탄탄해져간다. 나의 경우 얼마 전 처음으로 재봉틀 사용법을 배웠고 손바닥만한 작은 쿠션을 만들었는데 스스로가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뭐든 좋으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무엇에 도전해보도록 하자. 


④ 뉴스는 적당히 보기

불안이 너무 많을 때에는 뉴스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부터 한발짝 떨어져 있는 것도 좋다. 온갖 나쁜 소식들을 듣고 있노라면 당장이라도 세상이 망할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일상은 그보다 조용한 편임을 인식하자. 


⑤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걱정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면 최대한 생각하지 말도록 하자. '병에 걸리면 어떡하지'?' 하고 24시간 걱정하기보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에 대해 머리를 싸매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마음으로 손이나 열심히 씻자. 


⑥ 제3자의 입장에서 내게 조언을 해보자

비슷한 일로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면 나는 그에게 어떤 조언을 할 것인지 생각해보고, 그 조언을 나에게 해보자. 


⑦ 셀프케어

걱정이 많을수록 애써 잘 먹고 잘 자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웃을 수 있는 일을 만드는 등 나에게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도록 하자. 


⑧ 주변 사람들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새해 시작부터 불확실성 최대치인 시간을 보내느라 우리 모두 참 수고가 많았다. 이 불확실한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며 조금만 더 수고해보도록 하자. 

 

※참고자료

APA. (2017). The great unknown: 10 Tips for Dealing With the Stress of Uncertainty. https://www.apa.org/helpcenter/stress-uncertainty
Mani, A., Mullainathan, S., Shafir, E., & Zhao, J. (2013). Poverty impedes cognitive function. science, 341, 976-980.
Zhou, X., Vohs, K. D., & Baumeister, R. F. (2009). The symbolic power of money: Reminders of money alter social distress and physical pain. Psychological Science, 20, 700-706.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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