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G20, 코로나 해결 위한 백신 개발·분배에 10조 원 투자해 달라"

2020.04.12 14:43
게이츠 재단을 만든 빌 게이츠(왼쪽)와 멜린다 게이츠.
게이츠 재단을 만든 빌 게이츠(왼쪽)와 멜린다 게이츠.

빌 게이츠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에 의한 팬데믹 상황을 해결할 백신을 개발하고 생산하고 싼 값에 분배하기 위해 주요20개국(G20)이 10조 원 이상의 지원금을 투자해 줄 것을 12일 제안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12일 세계 주요 국가 언론사에 특별 기고문을 발표해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을 종식할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이 이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갖게 하는 것뿐”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한국에서는 연합뉴스에 기고문을 제공했다. 그가 주요국 지도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과 공급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2월 말 의학학술지를 통해 기고문을 발표한 이후 두 번째다. 이번 기고문에서는 구체적인 행동을 세 가지로 분류해 정리하고, 필요한 투자금의 액수까지 구체적으로 밝혔다.

 

●'백신은 세계적 공공재가 돼야...개발 외에 분배에도 나서 달라"


게이츠 이사장은 “코로나19는 사회경제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며 “선진국들이 앞으로 몇 달간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성공한다 해도 다시 침투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전세계적 공동대응을 통해 이 바이러스와 싸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주요 20개국(G20)을 언급하며 당장 해야 할 일 세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팬데믹에 대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마스크와 장갑, 진단키트 등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라는 요청이었다. 그는 “현재는 단순이 누가 더 높은 금액을 제시했는지에 따라 결정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믿음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상황에서 생명 구조장비 시장 등 특정 시장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한다. 구호장비 조달이 입찰 전쟁으로 전락한다면 이 바이러스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볼라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퇴치 일선에서 싸워본 전문가에게 자원 배치 가이드라인을 정립하기 위한 조언을 받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지도자들이 세계보건기구(WHO)와 협력해 가이드라인을 문서화한 뒤 동의할 것을 요청했다.


두 번째로는 백신 개발에 필요한 연구개발(R&D) 기금에 투자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그는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과 영국 웰컴트러스트재단이 여러 국가와 출범시킨 감염병혁신연합(CEPI)이 8종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며 18개월 이내에 최소한 하나는 준비가 될 것”이라며 “많은 국가들이 최근 2주 동안 CEPI에 기여해 왔지만 여전히 20억 달러(2조4230억 원)가 필요하다. G20 국가 지도자들의 의미 있는 공여 약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주장은 백신 개발뿐만 아니라 생산과 분배를 위해서도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CEPI 기금은 백신 개발만을 위한 것이며 생산과 분배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어떤 백신이 효과적일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국들은 개발중이지만 결국 사용되지 못할 백신에 대해서도 생산시설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이 끝난 뒤에야 생산시설을 짓기 시작하면 백신을 현장에 사용하기까지 다시 최소 몇 달의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뜻인데, 현재의 코로나19 사태는 이럴 시간이 없는 만큼 경제적 손실을 보더라도 여러 시설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이 2월 28일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기고한 기고문이다. 이번 기고문은 이에 이은 코로나19 관련 그의 두 번째 기고다. NEJM 제공
빌 게이츠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이 2월 28일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기고한 기고문이다. 이번 기고문은 이에 이은 코로나19 관련 그의 두 번째 기고다. NEJM 제공

그는 또 “가격 문제도 중요하다”며 “어떤 코로나19 백신이든 세계적 공공재로 다뤄져야 하며 적정한 가격으로 모두가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WHO및 유엔아동기금(UNICEF) 등과 함께 지난 20년 동안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 73개국에 에볼라 백신 등 13개의 필수적인 백신을 공급해 왔던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을 언급하며 “GAVI가 향후 코로나19 백신을 가난한 국가에게 공급할 수 있지만, 5년간 74억 달러(8조9651억 원)가 필요하다. 하지만 면역 구축 노력에 실패해 질병 유행 기간이 더 길어지는 데 따른 비용에 비하면 큰 금액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세상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질병 퇴치를 위해 투자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그것은 옳은 일이지만, 현명한 일이기도 하다. 팬데믹 상황은 세계 인류를 운명공동체로 만들고 있다. 대응도 이에 맞춰야 할 것”이라며 기고문을 맺었다.

 

●2월 말 의학학술지 기고에서도 '백신, 치료제 개발 위한 투자와 공평한 분배' 강조

 

앞서 2월 28일에도 게이츠 이사장은 미국의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기고문을 보내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전세계국의 관심을 촉구했다. 당시는 중국 외에는 대구 신천지 사태로 막 환자가 치솟던 한국만이 환자 수가 급증하던 시기로 서양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던 상황이었다.

 

이 기고에서 게이츠 이사장은 "전파력은 강하고 치명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코로나19의 특성을 언급하며 "하지만 이미 취약한 아프리카나 남미 등의 중저소득 국가는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이들에 대한 지원은 이들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의 세계적 유행을 막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에서 1억 달러(1200억 원)를 출연해 이들 국가를 지원하기 시작했다"며 다른 국가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또 백신과 치료제를 언급하며 값싸고 빨리 쉽게 제조할 수 있는 기술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술뿐만 아니라 이를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국제 임상시험이 만들어지고 유망한 백신과 치료제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우선적인 연구 지원책과 프로토콜을 개발해 임상과 승인을 3개월 이내에 완료할 수 있게 하는 등 외교적 지원도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에는 최소 수십억 달러(수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각국 정부의 관심을 요청했다.  

 

또  이 글에서도 "팬데믹에서 백신과 치료제는 높은 가격을 부르는 사람에게 판매돼서는 안 된다. 병이 유행하는 한복판에서 약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나 쓸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분배가 단지 옳을 뿐만 아니라, 유행을 조기에 종식하고 미래의 팬데믹을 예방하기 위한 옳은 전략이다. 각국 지도자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시애틀의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 네이처 제공
미국 시애틀의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 네이처 제공

 

※아래는 연합뉴스가 공개한 기고문의 한국어 번역 전문이다.

 

『나는 지난 몇 주 동안 수많은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코로나19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년보단 노인에게, 여성보단 남성에게 치명적이고, 사회경제적으로는 빈곤한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또한 코로나19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바이러스는 국경을 넘나드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는 이유는 각국이 이 바이러스를 최초로 인지한 이후 자국 내 확산 방지에만 집중해 왔기 때문이다. 자국민 보호라는 측면에서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 각국의 지도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이 전염성이 크고 이미 널리 퍼진 바이러스는 어느 한 곳에 있기만 하더라도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직 코로나19는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에 큰 타격을 입히지는 않았다. 이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러나 결국은 이러한 국가들에서도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할 것이다. 또한 더 많은 지원 없이는 전례 없는 수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올 것이다. 코로나19가 뉴욕 같은 세계적인 대도시에 어떠한 타격을 입혔는지를 생각해보라. 그리고 뉴욕 맨해튼 소재 병원 한 곳에 대다수 아프리카국가의 전체 병원보다 더 많은 집중치료 침상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보다 자명해진다.


선진국들이 앞으로 몇 달 간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지속한다면 언제든지 다시 침투할 수 있다. 세계 어느 한 곳이 다른 지역을 다시 감염시키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전 세계적 공동대응을 통해 이 바이러스와 싸워나가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은 코로나19 확산 양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세계의 주요국들, 특히 G20(주요 20개국) 구성국들이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세 가지의 과제가 있다.


첫째, 팬데믹 상황에 대처하는 데 필수적인 마스크, 장갑, 진단 키트와 같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구들은 인류의 노력으로 인해 결국은 모두를 위해 충분한 양이 구비될 것이다. 하지만 자원이 한정적인 현재 상황에서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불행하게도 아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다행히도 각국의 지도자들이 동의하기 시작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들이 먼저 테스트를 받고 개인 보호장구에 대한 우선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큰 틀에서 생각해보자. 마스크와 진단검사 등이 각국에 어떠한 방식으로 배분되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남아있다. 현재는 단순히 누가 더 높은 금액을 제시했는지에 따라 결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팬데믹 상황에서 특정 시장들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한다. 생명 구조장비 시장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의 역할 못지않게 민간 부분의 역할도 중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구호장비 조달이 입찰 전쟁으로 전락한다면 이 바이러스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우리는 공중보건의 관점과 의료 수요를 바탕으로 자원을 배치해야 한다. 에볼라와 HIV(에이즈 바이러스) 퇴치의 최일선에서 싸워 본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이 자원 배치 가이드라인을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선진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지도자들은 WHO(세계보건기구) 등과 협력해 가이드라인을 문서화하고 모든 참가국이 이 가이드라인에 공식 동의해야 한다. 그래서 모두가 책임을 직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각국의 동의는 코로나19 백신이 마련되었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팬데믹 상황을 종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이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각국의 지도자들이 할 일은 백신 개발에 필요한 R&D(연구개발) 기금에 투자하는 것이다. 3년 전 저희 빌&멀린다 재단과 웰컴트러스트재단은 여러 국가와 협력하여 감염병혁신연합(CEPI)을 출범시켰다. CEPI는 백신 테스트 절차를 가속화하고 새로운 면역 생성법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기구다.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를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CEPI는 벌써 최소 8종류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중이고, 연구자들은 18개월 안에 최소한 하나는 준비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인류 역사상 병원체를 발견하고 백신을 개발하기까지의 최단기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투자 기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많은 국가가 지난 2주간 CEPI에 기여해 왔다. 하지만 CEPI는 최소 20억 달러가 필요한 상황이다. 혁신은 예측이 불가능하기에 이 금액은 예측에 불과하지만, G20 국가 지도자들의 의미 있는 공여 약속이 필요한 때이다.


G20 지도자들이 고려해야 할 세 번째 과제는 CEPI 기금은 백신 개발만을 위한 것이며, 생산과 배송물류비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종식을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금과 치밀한 계획이 필요한 상황임을 명심해야 한다.


어떤 백신이 가장 효과적일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또한 각각의 백신은 독자적인 생산기술과 설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사실은 투자국들이 개발 중인 백신중 어떤 것들은 결국 사용되지도 못할 것을 알면서도, 다양한 생산시설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지 않다면 백신 개발이 성공하더라도 적절한 생산시설 설치를 기다리며 또 몇 달을 허비하게 될 것이다.


또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는 가격이다. 만약 민간 부분이 나서서 백신을 생산하기로 한다면, 그들은 경제적인 손실을 보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동시에 어떠한 코로나19 백신이든 '세계적인 공공재'로 다뤄져야 하고, 적정한 가격으로 모두가 접근 가능해야 한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같이 저·중 소득 국가들이 필수적인 바이러스 면역법에 접근할 수 있도록 오랜 기간 동안 연구하고 도움을 줘 왔던 국제기구들이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특히 영국의 큰 기여를 바탕으로, GAVI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과 협력하여 에볼라 백신을 포함한 13개의 새로운 백신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73개국에 도입할 수 있었다. 이들은 코로나19와 관련해서도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데 이론이 없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기금이 필수적이다. 구체적으로 GAVI는 향후 5년간 74억 달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현재의 면역체계를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이다. 결국 코로나19 백신을 세계 각국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수십억 달러의 기금들이 당장 비싸다고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세계 경제가 전체적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역 구축 노력의 실패로 질병 유행 기간이 더 길어지는 데 따른 비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지난 20년간 세계의 지도자들을 만나 세상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질병 퇴치를 위해 투자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설득했고, 실제로 옳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팬더믹 상황은 우리에게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이 옳기만 한 일이 아니라 현명한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인류는 단순히 공통 가치와 사회적 유대감으로만 이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도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주 미세한 세균이 한 사람의 건강을 해치면 이는 인류 모두의 건강에 위협이 된다.


미증유의 팬데믹 상황 속에서 세계 인류는 운명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대응 또한 그에 맞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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