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도시가 바뀐다...'분산화·개인화'로 감염 확산 낮춰

2020.04.10 10:00
미국 뉴욕은 현대 도시의 대명사다. 특히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를 지니고 있어 자동차 중심의 다른 미국 도시와도 다른 특징을 갖는다. 하지만 뉴욕주는 현재 코로나19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고 있다.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도시의 공간구조와 교통체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미국 뉴욕은 현대 도시의 대명사다. 특히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를 지니고 있어 자동차 중심의 다른 미국 도시와도 다른 특징을 갖는다. 하지만 뉴욕주는 현재 코로나19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고 있다.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도시의 공간구조와 교통체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도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현대적 도시가 탄생한 배경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과 같은 대규모 감염병을 공통적으로 꼽는다. 중세 유럽을 강타해 전 세계에서 1억 명 넘는 목숨을 앗아간 흑사병이 대표적이다. 흑사병이 지나간 뒤 유럽 각국은 도시 중심에서 사방으로 거미줄처럼 길과 건물을 배치해 모든 곳이 훤히 보이는 별 모양의 요새 도시 ‘팔마노바’와 같은 도시를 건설했다. 오늘날로 따지면 '계획 신도시' 같은 개념으로, 외부의 공격과 감염병 확산으로부터 도시를 효과적으로 봉쇄하고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

 

●코로나19로 도시구조, 교통 패러다임 바꿀 가능성


19세기 중반 콜레라가 영국을 강타하면서 현대 도시를 지탱하는 위생 인프라가 등장한 것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영국의 의사이자 역학자인 존 스노우는 콜레라가 런던 도심에서 발생한 이유를 찾기 위해 환자가 발생한 위치를 지도에 그려넣다가 대다수 환자가 우물 부근에 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스노우는 콜레라가 수인성 감염병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감염원인 우물을 폐쇄해 런던의 콜레라 사태를 해결했다. 영국 정부는 이를 통해 위생의 중요성을 깨닫고 하수도에 대한 대대적 정비에 나섰다. 스노우의 사례는 역학과 도시 공간관리가 감염병을 관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사례로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난달 31일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주최한 토론회 ‘도시와 감염병’에서 “수인성 감염병에 대해 인류가 과학적 통제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면서 근대 대도시가 탄생하고 도시 계획이라는 도시관리 수단이 등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각국은 도시 내 시민의 이동을 제한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접촉을 제한하는 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한편에선 코로나19가 해를 넘겨 이어지거나 심지어 토착화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가 생겨나 새로운 감염병을 주기적으로 유행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중증급성호흡기중후군(SARS·사스)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수 년 간격으로 되풀이해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이동제한 조치가 수시로 내려지거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국내에서도 대규모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해 도시의 공간 구조를 다시 한번 변화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 스마트시티 총괄계획가(MP)인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만나야 할 때는 만나고 만나고 싶지 않을 때는 만나지 않는 다양성이 충족되는 사회로 바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맞게 도시의 철학이 바뀌고 도시 공간도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탈리아의 팔마노바는 중세에 흑사병을 겪은 유럽이 건설한 일종의 계획도시다. ′이상도시′라고 불리는 도시로, 외침을 막기 위한 요새도시지만, 도시 전문가들은 이 도시가 감염병으로부터의 수호할 목적으로도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위키미디어 제공
이탈리아의 팔마노바는 중세에 흑사병을 겪은 유럽이 건설한 일종의 계획도시다. '이상도시'라고 불리는 도시로, 외침을 막기 위한 요새도시지만, 도시 전문가들은 이 도시가 감염병으로부터의 수호할 목적으로도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위키미디어 제공

세종에 들어설 스마트시티도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불리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해 다양한 오프라인 활동이 온라인에서 가능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간 상호작용이 줄지 않도록 체험 중심의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모이게 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정 교수는 “꽃을 보러 공원에 가는 일은 ICT가 아무리 발전해도 절대 온라인으로 대체하지 못한다"며 “다른 불필요한 오프라인 활동을 줄이는 대신 대체 불가능한 활동을 더 경험하도록 체험 중심으로 도시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 이동 줄이고 개인교통수단 통해 감염 가능성 낮춰


도시 공간 계획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금까지는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도시 공간 계획을 짰다면 감염병 유행 시대에 맞춰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많은 대도시들이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중교통 중심의 정책을 펴고 있다. 이 경우 도심이 역세권을 중심으로 바이러스 전파에 취약한 고밀도로 개발되는 문제가 나타난다.

 

이상주 국토교통부 도시정책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도 인구감소와 저성장을 고려해 역세권과 도심지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이런 패러다임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교수도 “코로나19 환자 발생 지도를 보면 주로 교통수단이 집중된 대중교통 중심축을 따라 환자가 발생했다”며 ”이른바 ’도시의 역설’이 관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대중교통 체계를 구축한 친환경 도시가 역설적으로 감염병에는 취약한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미국 도시를 예로 들면 뉴욕은 대중교통 중심 도시이고 로스앤젤레스는 자가용 중심 도시인데, 개인이동수단인 자가용이 많은 LA가 감염병에는 상대적으로 덜 취약하고 뉴욕은 위기를 맞고 있다. 실제로 9일 현재 뉴욕주는 코로나19 환자수가 15만 명에 이르고 사망자도 6000명이 넘어 미국에서 코로나19 피해를 가장 많이 입고 있는 도시다.


정 교수는 새로운 도시 공간과 교통수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대다수 도시는 용도에 따라 주거, 상업지역을 나누는 용도지역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개인의 대규모 이동이 발생하고 출퇴근 과정에서 감염 확률이 올라간다. 정 교수는 “유럽 도시들처럼 용도혼합제를 채택해 개인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근처에서 필요한 활동을 하면 이동을 줄일 수 있다”며 “여기에 소형 개인 이동수단을 이용하면 대중교통 이용에 따른 감염병 위험도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정 교수도 “서로 거리를 두고 있는 여러 개 지역 공동체들이 연결된 방식의 분산형 도시가 필요하다”며 “채워나가는 도시가 아니라 공원 같은 공간을 더 늘리는 ‘비우는 도시’가 앞으로 새로운 도시 모델로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스마트시티의 총괄계획가(MP)인 정재승 KAIST 교수는 가까운 거리에서 삶에 필수적인 기능을 해결하고, 자동차가 아닌 소형 개인용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윤신영 기자
세종 스마트시티의 총괄계획가(MP)인 정재승 KAIST 교수는 "가까운 거리에서 삶에 필수적인 기능을 해결하고, 자동차가 아닌 소형 개인용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윤신영 기자

●도시 하수 통해 감염병 실시간 관리


일부 전문가는 존 스노우  사례처럼 아예 도시계획 차원에서 감염병 확산을 막을 방안을 고민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물과 관련된 도시의 위생 시설을 상시적으로 감시해 감염병 유행을 조기 예측하는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 연구팀이 함께 설립한 환경기술기업 바이오봇 애널리틱스는 올 3월 18~25일 매사추세츠주의 주요 하수처리장에서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유전물질(RNA)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동부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던 시기였다. 


인체를 떠난 바이러스는 생존 기간이 길지 않지만 파괴된 바이러스의 RNA 조각은 상대적으로 오래 물에 남아 있을 수 있다. 이 RNA가 이 한 장소에 모이면 검출확률은 높아진다. 이 기술의 장점은 무증상 감염자나 검사를 받지 못한 환자를 포함한 도시의 전체 감염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환자 확진을 위해 쓰이는 코로나19 실시간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RT-PCR)이나 지역사회 감염 정도를 파악하는 데 유리한 항체검사보다 훨씬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평상시에 유행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연구팀은 환자의 몸에서 대소변을 통해 바이러스가 배출되며 도시의 하수가 집결하는 하수처리장에서 바이러스 RNA농도를 측정해 바이러스의 유행 여부를 사전에 탐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네덜란드는 노로바이러스나 항생제내성균, 홍역 등을 이 방법으로 모니터링하고 있고 최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RNA를 검출하는 데에도 성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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