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긴급 여론조사, 과학계 민심을 듣다

2020.04.11 19:00
과학동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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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억 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월부터 새롭게 추진하는 ‘국민공감·국민참여 R&SD 선도사업’에 올 한해 투자하는 금액이다. 국민이 직접 문제를 발굴하고 연구자와 함께 문제해결 기획, 기술개발, 적용·확산까지 참여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이처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공약을 펼치기 위해서는 실사용자이자 수요자인 국민들의 생각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동아는 특별히 과학기술에 조예가 깊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과학덕후’들에게 물었다.  ( ※ 조사방법 : “과학기술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떤 정책과 공약이 필요할까요? 당신의 상상력+덕력을 보여주세요!”  ‘과학덕후’ 집합소인 과학동아 페이스북과 긱블 네이버 카페에 질문을 올렸다. 답변은 3월 6~12일 일주일간 구글 설문지를 통해 취합했다. 그 결과 16명의 과학덕후들이 총 40가지의 ‘신박한(새롭고 놀랍다는 뜻)’ 공약을 제안해왔다. 재미를 위해 조사 참가자가 스스로 본인의 덕력도 평가하게 했다. 온라인 기반 조사의 느낌을 살려 기사에선 닉네임을 호칭으로 사용한다. )

 

“생업으로 물질을 하는 해녀 분들은 대부분 고령이잖아요. 이분들의 안전을 돕는 스마트워치를 생각해봤습니다.”


제주도 우도에 사는 ‘만렙 덕후(과학 덕질이 ‘업’이 된 레벨)’ 마카리오스는 물속에서 수압, 심박수, 혈중산소농도 등을 측정해 위급상황 시 진동으로 경고를 해주는 스마트워치를 전국의 해녀에게 보급하는 정책을 제안해왔다. 심전도 측정 센서가 탑재된 기존의 스마트워치를 특수 목적에 맞게 개선하자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애플은 수중에서 터치스크린 조작이 가능한 새로운 감압 센서에 관한 특허를 2월 말 새롭게 발표했다. 


과학덕후들이 제안한 정책(공약)은 이처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국민의 안전과 생활편의를 증진시키는 데 집중돼 있었다(40가지 중 11가지). 


‘고렙 덕후(과학이 일상이 된 레벨)’ 미나스티리스는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편리하게 과학실험을 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기술과, 건설 현장 노동자들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건물 구조 스캔 기능을 갖춘 드론 개발을 제안했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는 인공지능(AI) 기술에도 관심이 높았다. ‘쪼렙 덕후(과학에 전반적으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레벨)’ 지추는 ‘독거 노인에게 말동무, 선생님, 의사가 돼줄 AI 로봇’ ‘감염병 치료 의료진의 건강을 보호할 원격조종 AI 로봇’ 등을 제안했다. 

 

″비타민은 챙겨 드셨어요?″ 식으로 대화와 감정 임식이 가능한 일본 소프트뱅크사의 인공지능(AI)로봇 ′페퍼′. 과학덕후들은 AI 로봇을 이용해 어린이 노인 등 사회취약계층의 복지를 증진하는 공약을 쏟아냈다.
"비타민은 챙겨 드셨어요?" 식으로 대화와 감정 임식이 가능한 일본 소프트뱅크사의 인공지능(AI)로봇 '페퍼'. 과학덕후들은 AI 로봇을 이용해 어린이 노인 등 사회취약계층의 복지를 증진하는 공약을 쏟아냈다.

이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제안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19년 8월 확정 발표한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돌봄, 웨어러블, 의료, 물류 등 4개 분야의 서비스 로봇을 개발해 2023년까지 15개 지자체, 810개 수요처에 1만 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물론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AI 헬스케어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김문상 GIST 헬스케어로봇센터장(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은 “AI 로봇이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이려면 로봇 비즈니스의 생태계가 얼마나 갖춰지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가령 의료 로봇이 노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면 먼저 노인들의 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야 하고, AI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생산해 제공하는 기업들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민감한 개인의료정보에 어떻게 접근할지, AI 로봇 비즈니스의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위해 어떤 플랫폼이 필요할지 고민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과학덕후들이 다음으로 관심이 높은 주제는 에너지와 환경 문제였다. 에너지 문제는 정부에서 2015년 조사한 국민과학기술정서에서도 주요한 이슈로 논의됐다. 2014년 6월부터 2015년 6월까지 1년간 국민신문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언론매체에 실린 데이터 약 171만 건을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 ‘지역 특성에 맞는 에너지 기술 개발’이 대표적인 국민과학기술정서 중 하나로 도출됐다. 정부는 이런 분석을 실제 충북 진천에 들어서는 ‘진천 친환경에너지타운’에 반영했다. 


과학덕후들이 제안한 에너지 개발 정책은 이보다 조금 더 파격적이었다. ‘평렙 덕후(과학 매니아로 통하기 시작하는 레벨)’ 마을사람은 우주에 널리 분포하는 미지의 물질, 암흑물질로부터 전기를 생산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만렙 덕후’ Numchord02는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해 차세대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연구에 대한 지원을 늘릴 것을 제안했다. 


태양에너지의 근원인 핵융합 반응을 인공적으로 일으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2019년 6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킨 뒤 방안 중 하나로 2040년까지 세계 최초의 상용전기를 생산하는 핵융합 플랜트를 짓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STEP(Spherical Tokamak for Energy Production·에너지 생산을 위한 둥근 토카막)’이라는 이름의 핵융합 플랜트로 100메가와트(MW) 이상의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다. 


한국도 2040년대에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다. 현재는 그 중간 단계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러시아, 중국 등과 함께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프랑스 카다라쉬에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건설하고 있다. ITER에서 경제적으로 전력 생산이 가능하려면 에너지 증폭률*(Q)이 10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 참고로 석탄화력발전소의 에너지증폭률은 40~50 수준이다. 

싱가포르 야경 명소인 가든스바이더베이에 있는 ′슈퍼트리′. 높이가 최고 50m나 되는 꼭대기에 태양전지가 설치돼있어 낮 동안 생산한 전기로 조명을 밝힌다. 위키피디아 제공
싱가포르 야경 명소인 가든스바이더베이에 있는 '슈퍼트리'. 높이가 최고 50m나 되는 꼭대기에 태양전지가 설치돼있어 낮 동안 생산한 전기로 조명을 밝힌다. 위키피디아 제공

 


한편 태양전지와 같은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제안도 나왔다. ‘고렙 덕후’ 서블루는 “도시 곳곳에 잎사귀가 태양전지로 된 가로수를 설치하면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며 “공해가 없고, 시민들이 발전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는 “태양전지를 플라스틱 소재로 가볍게 만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나무 위나 건물의 지붕 같은 제한된 면적에 태양전지를 여러 개 설치하려면 무게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박 교수는 “완전히 투명한 콘크리트가 개발된다면(현재는 반투명 콘크리트가 개발돼 있다), 태양전지로 도로를 깔아 전기차를 무선으로 충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효율이 40% 가까이로 높은 태양전지는 매우 비싸지만 대량으로 생산하면 가격 문제도 일부 해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들의 건강 또한 선거 공약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키워드다. 코로나19(COVID-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의 영향으로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감염병 대응체계와 관련된 각종 공약들이 눈에 띈다. 

 

 

미국 연구팀이 개발 중인 만능 독감 백신 구조도. 표면에 인플루엔자바이러스 헤마글루티닌 단백질(연두색) 8개가 붙어있다. 헤마글루티닌이 모든 독감 바이러스 아형에 공통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도록 디자인한다.  NIAID 제공
미국 연구팀이 개발 중인 만능 독감 백신 구조도. 표면에 인플루엔자바이러스 헤마글루티닌 단백질(연두색) 8개가 붙어있다. 헤마글루티닌이 모든 독감 바이러스 아형에 공통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도록 디자인한다. NIAID 제공

 

과학덕후들도 기발한 감염병 대응 정책들을 내놨다. 마을사람은 “코로나19와 같은 변종 바이러스는 앞으로도 계속 유행할 것”이라며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를 아예 소멸시키는 플라스마 전자 마스크를 개발해 전 국민에게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피가 큰 플라스마 발생 장치를 소형화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플라스마 입자는 대체로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공기 중의 바이러스나 미세먼지와 같은 오염물질과 부딪치면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효과를 낸다. 이 원리를 현재는 주로 공기청정기에 사용하지만, 앞으로는 마스크나 담배 필터에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신개념 마스크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는 그밖에도 무궁무진하다. 김일두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은 최근 지름이 100~5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인 나노섬유로 20회 이상 세탁해도 재사용 가능한 멤브레인(얇은 면)을 개발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기술연구원은 5월 8일까지 상금 총 2억 원을 걸고 대체 필터와 신개념 마스크 기술을 공모하고 있다.


한편 ‘만렙 덕후’ 과자맛과일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변종 바이러스에 대비한 만능 백신(universal vaccine) 개발’을 제안했다. 실제로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는 2019년 4월 ‘H1ssF_3928’이라는 실험용 만능 독감 백신을 이용해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 1상에 들어갔다. 


그런가 하면 미국 스크립스연구소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독감 환자에게서 채취한 항체가 12가지 변종 바이러스에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를 2018년 11월 ‘사이언스’에 발표해 ‘만능 항체’ 개발에 대한 기대에 불을 지폈다. doi: 10.1126/science.aaq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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