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환자로 2주간 문닫고 의료진은 지친다…전문가들 "의료공백 현실화 걱정"

2020.04.06 17:06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병동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병동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곳곳에서 의료 공백을 걱정하는 지적들이 이어지고 있다. 초창기 잘 지켜졌던 방문 요령이 집중력을 잃으면서 코로나19 환자가 갑자기 방문해 병원을 폐쇄하는 사례들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의료진도 3개월 가까운 코로나19와 전투에 지치면서 의료진 감염과 의료 인력 소진에 따른 '의료공백'이 우려된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병원 내 코로나19 환자 발생에 따른 병원 폐쇄로 발생할 의료공백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정현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 연구팀은 이달 6일 발행된 대학의학회지에 오피니언 코너에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 때 만든 의료기관 폐쇄 및 재개 기준에 따라 코로나19 환자가 병원을 찾을 경우 병원을 무조건 폐쇄하면서 2주 간의 의료공백이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의 불명확한 지침으로 과도한 폐쇄 조치에 대해 기준과 규정을 개정해 합리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학회지 오피니언은 전국 임상의사들이 현장에서 본 치료 과정이나 보건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코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환자가 찾은 병원들의 무조건적인 폐쇄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21일부터 26일까지 서울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에서 서로 관련성 있는 코로나19 환자 14명이 보고됐다. 서울시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설정된 지침에 따라 응급실을 포함해 2주 동안 은평성모병원을 폐쇄했다. 최 교수는 “은평성모병원과 연관이 있는 환자 14명 중 2명은 원내 감염으로 확인됐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감염돼 잠깐 병원 들린 정도로 밝혀졌다”며 "병원의 외래진료와 응급실을 폐쇄한 서울시 조치는 지나치게 극단적"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그 근거로 "많은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무생물 표면에서 최대 9일동안 머무르지만 소독제에 1분 이상 노출시키면 없앨 수 있다"며 “1시간에 12번 정도 공기를 순환시켜주면 공기 중 떠다니는 오염원도 99.9%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런 극단적 조치로 기존에 치료 받던 환자들의 치료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위급한 환자가 제때 조치를 받지 못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가서 문전박대 당하는 일도 생겼다"며 "이런 2주간의 의료공백을 없애려면 현재 감염관리 지침의 개정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로마의 한 병원에서 1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음압형 들것에 실려 옮겨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제공
이탈리아 로마의 한 병원에서 1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음압형 들것에 실려 옮겨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제공

의료진 감염이나 업무 과중으로 의료공백도 우려되고 있다. 정부 보건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된 국내 의료인력 환자가 이달 3일 0시 기준 241명으로 확인된다. 전체 환자의 2.4%에 해당한다. 아직까지 확진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를 하다 감염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지역 감염과 증상이 없다가 후에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와 접촉해 감염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의료진 감염은 더욱 심각하다. 각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스페인 환자 가운데 의료진 비율은 15.5%, 스페인은 9.1%에 이른다. 일부에선 이미 의료시스템이 붕괴 직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이를 완화해서 평가해도 장기간 사태가 이어질 경우 의료시스템 붕괴는 어쩔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은 지난달 27일 긴급 개최한 화상세미나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간호사들의 피로누적이 심각해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자칫 감염사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장기전에 대비해 간호인력들이 체력적으로 소진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인력이 순환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이와 관련해 4일 관련 관리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가벼운 감기환자, 만성질환자는 전화상담, 대리처방, 화상진료와 같은 비대면 진료를 활용하고 증상이 있는 환자는 입원실, 중환자실, 응급실에 진입하기 전 진단검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의심환자 조기발견을 위해 해외여행력 정보제공시스템 및 의약품 안전사용 서비스를 활용해 코로나19 발생지역 방문력, 확진자 접촉력 등의 정보를 의료기관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의료진을 보호할 전신보호복과 KF94(N95) 마스크 등 방역물품이 수요에 맞게 공급될 수 있도록 물량도 비축하기로 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같은 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의료기관 진입과정과 의료기관 내 진료과정에서 감염위험을 최소화하고 의료기관의 감염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충분치 않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국민 치료도 힘들고, 의료진도 지쳤다”며 “외국인까지 치료해주고 있을 정도로 (의료) 일선의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주장하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외국인 입국을) 금지해달라”고 호소했다. 

 

해외에선 의료진의 감염으로 의료자원이 부족해지면서 의대생과 은퇴한 의사들을 모집해 의료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유럽 각국에서는 의료진과 환자 간 직접 접촉을 막기 위해 로봇까지 도입하고 있다. 간호사 로봇이 몸체에 설치된 카메라를 이용해 주기적으로 병실을 이동하면서 환자들의 상태를 의료진에 전달하는 비대면식 치료방식이다. 한국도 일부 병원들에서 로봇을 도입해 사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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