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9000만 년 전 남극, 얼음 대신 숲으로 뒤덮여 있었다

2020.04.05 06:33
네이처 제공
네이처 제공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다양한 나무가 빽빽이 들어차고, 자그마한 공룡이 물가에서 뛰노는 숲의 모습을 표지에 담았다. 과거 중위도나 적도 근처 자연을 묘사한 것 같지만 그림이 표현한 곳은 놀랍게도 남극이다. 남극은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던 시절인 9000만 년 전에는 빙하 대신 온대우림 숲이 뒤덮여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남극을 따뜻하게 만들었던 온난화는 대기 속 이산화탄소가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요한 클라게스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연구원이 주도한 국제 연구팀은 서남극 트웨이츠 빙붕 인근 해저 시추조사 중 바다 밑바닥 27~30m 깊이 지층에서 당시 환경이 따뜻했다는 증거를 담은 육상 퇴적층을 발견했다고 네이처에 이달 2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남극점에서 2000km 떨어진 바닷속에서 시추 코어를 끌어올렸다. 지금은 2000km 떨어져 있으나 이는 지각 판이 이동한 결과로 9000만 년 전에는 남극점에 900km 떨어진 가까운 지점이었다. 시추 코어에선 처음엔 2만 5000년 전 빙하 퇴적물이 나왔고 약 25m 깊이까지는 4500만 년 전 사암이 나왔다.

 

이후 발견된 것은 식물이 굳어 만들어지는 석탄과 같은 재질의 이암이었다. 시추한 암석 속에는 식물의 빽빽한 뿌리망과 함께 수많은 꽃가루와 포자가 발견됐다. 남극에서 꽃을 피우는 식물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암석을 X선 컴퓨터단층촬영(CT)로 확인했더니 65가지가 넘는 식물종의 흔적과 시아노박테리아 등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뉴질랜드 남섬에 펼쳐진 온대우림과 비슷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9000만년 전 남극은 숲이 펼쳐져 있었을 정도로 따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이 땅은 남위 82도에 위치해 있어 4개월간 밤이 이어지는 곳이었는데 숲이 우거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연구팀은 식물종의 후손이 사는 지역 등을 토대로 분석해 과거 남극의 연평균 기온을 12도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 100년간 한국의 연평균 기온인 13.2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여름 기온은 19도로 나타났고 연평균 강우량은 약 2500mm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밤이 길어도 우림이 형성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는 지금까지 예측된 중생대 백악기 이산화탄소 농도 예측을 수정해야 하는 결과다. 연구팀이 채집한 시료와 시기가 겹치는 백악기 중반은 열대의 온도 평균이 35도였고 해수면은 지금보다 170m 높았다.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1000ppm 정도로 높아 극심한 온난화가 발생했던 결과라고 예측해 왔다. 지난해 지구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15ppm으로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견된 증거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당시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까지의 예측치보다도 훨씬 높았어야 한다고 밝혔다. 클라게스 연구원은 “우리 연구 이전에 백악기의 전세계 이산화탄소 농도는 1000ppm이라고 예측됐다”며 “하지만 남극의 당시 평균 기온과 식생에 도달하려면 1120~1680ppm 농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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