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단백질 공략하고 줄기세포 활용한다…코로나19 치료제 새 후보들 임상 착수

2020.04.04 08:23
유럽-미국 임상 시작...일부는 안전성 논란도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현미경 사진이다. NIAID 제공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현미경 사진이다. NIAID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을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전 세계적으로 100만명을 감염시킨 가운데 각국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유럽이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 두 건의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올래 쇠고르 덴마크 오르후스대 교수팀은 ‘캐모스타트 메실레이트’라는 이름의 물질을 새로운 후보물질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는 임상시험에 착수한다. 캐모스타트 메실레이트는 한국과 일본에서는 췌장염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약으로 안정성이 확보돼 있어 빠른 임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셀’ 논문 나온 뒤 한 달 뒤 임상시험…’기초연구의 힘’


캐모스타트 메실레이트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세린을 분해하는 효소인 ‘세린 단백질가수분해효소(프로테아제)’의 기능을 막는 저해제다.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독일 샤리테의대 교수팀이 지난달 7일 생명과학 학술지 ‘셀’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 물질이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에서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을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와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모두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체 세포 표면의 에이스투(ACE2) 단백질을 인식해 감염을 일으킨다. 이 논문에서 드로스텐 교수팀은 이 과정에 TMPRSS2라는 세린 프로테아제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쪼개는 과정이 핵심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아래 그림 맨 왼쪽). 연구팀은 캐모스타트 메실레이트를 이용해 인체 세포의 TMPRSS2가 작용하지 못하게 하면 바이러스의 인체 세포 침투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도 세포 실험에서 확인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이 약이 실제로 코로나19가 감염되는 폐에 도달해 효과를 내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시된다. 임상은 덴마크의 성인 180명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쪽에 캐모스타트 메실레이트를 하루 세 번씩 5번 투여한다. 다른 그룹에는 가짜약을 투여한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3개월 내에 약효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포 속으로 침투하기 위한 첫 단계로 코로나바이러스는 표면에 위치한 스파이크단백질을 이용해 숙주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한다. SARS-CoV-2와 사스바이러스는 ACE2를, 메르스바이러스는 DPP4를 수용체로 활용한다.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와 결합하면 단백질가위(SAR-CoV-2의 경우 TMPRSS2)가 스파이크단백질의 일부분을 자르고, 비로소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투한다. 동아사이언스 자료사진
세포 속으로 침투하기 위한 첫 단계로 코로나바이러스는 표면에 위치한 스파이크단백질을 이용해 숙주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한다. SARS-CoV-2와 사스바이러스는 ACE2를, 메르스바이러스는 DPP4를 수용체로 활용한다.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와 결합하면 단백질가위(SAR-CoV-2의 경우 TMPRSS2)가 스파이크단백질의 일부분을 자르고, 비로소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투한다. IBS 제공

●'대통령 측근이 밀었다' 논란의 줄기세포 이용 면역치료제 미국 FDA 임상시험 허가


미국에서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새로운 방식의 치료제가 코로나19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시작한다. 2일 미국 생명공학기업 셀룰러리티는 자사가 개발한 자연살해세포 치료제 CYNK-001를 코로나19 환자에 적용하기 위한 임상 1,2상 허가를 미국식품의약국(FDA)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셀룰러리티는 8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의 안전성과 투약 적정 농도를 측정하는 임상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CYNK-001은 태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인 조혈모세포로 면역세포인 자연살해(NK)세포를 키워 이를 극저온에 냉각한 치료제다. 자연살해세포는 암세포나 바이러스 등 인체의 ‘불청객’이 체내 면역세포를 피하기 위해 조금 다른 표면 구조를 가지고 침투한 경우 이를 찾아 제거하는 세포다. 항체처럼 외부 침투에 대응해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면역과 달리 사전 학습이 필요 없어 ‘선천면역’이라고 불린다.

 

셀룰러리티는 이 기술을 급성 골수성 백혈병 등 혈액암 치료를 위해 개발하고 있었다. 장 샤오쿠이 셀룰러리티 최고과학책임자(CSO)는 “감염된 세포의 바이러스 항원을 인지하는 수용체를 활성화시키고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퍼포린이나 그랜자임B 같은 세포 분해 단백질의 발현도 늘린다”며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기술에 대해서는 논란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3일 ‘검증되지 않은’ 치료제라는 표현을 제목에 써서 비판적 입장을 전했다. 순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가 트위터와 블로그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추천해 주목 받았을 뿐,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폴 크뇌플러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연살해세포가 호흡기 세포를 대량으로 죽여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셀룰러리티 제공
셀룰러리티 제공

●여전히 뚜렷한 치료제 없는 가운데 기존 항바이러스제 임상시험 활발


현재는 코로나19 전용 치료제가 전혀 없다.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는 중증 환자를 위해 기존에 다른 질병을 위해 개발됐거나, 개발 최종 단계에서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상용화가 무산된 약을 코로나19 용으로 다시 개발하는 ‘약물재창출’이 활발하다.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되다 임상 3상에서 실패한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후보물질 ‘렘데시비르’가 가장 유력한 후보 약물로, 지난달부터 한국과 미국, 중국 등에서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다. 부작용과 약물 농도를 시험하는 임상 1상과 소규모 인구그룹을 대상으로 한 약효 평가인 임상2상을 건너뛰고 바로 3상을 진행해 빠르면 한두 달 내에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3월 24일 펴낸 ‘해외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개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그 외에 말라리아 치료제인 바이엘 등의 클로로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인 애브비의 칼레트라(리토나비르-로피나비르 복합제), 로슈가 중국에 설립한 제약사 아스클레티스의 HIV 치료 후보물질 데노프레비르-리토나비르 복합제, 일본 후지필름의 항인플루엔자바이러스제 파비피라비르, 얀센의 에이즈 치료제 후보물질인 프레즈코빅스, 중국 제약사 상하이 헝그루이파마수티컬의 단일클론항체 캄렐리주맙, 미국 리제네론의 단일클론항체 REGN3048, 3051 등이 중국이나 미국 등에서 임상시험 중이다. 중국에서 임상시험 승인을 받고 준비 중인 약도 여럿 있다.


WHO는 '연대(solidarity)'라고 이름 붙은 국제 프로젝트를 지난달 18일 발족해 코로나19의 유력한 치료제 후보물질의 대규모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45개국 이상이 참여한다. 지난달 28일 첫 환자 대상 치료제 주입이 시작됐다. 렘데시비르,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칼레트라, 칼레트라와 인터페론 베타 복합제 등 유력한 네 개 약물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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