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처음 만나는 나노입자의 다양성

2020.04.05 15:00
사이언스 제공
사이언스 제공

"똑같은 조건에서 만들어진 나노입자는 모두 모습이 비슷하지만, 자세한 구조는 모두 제각각이다."

 

3일 ‘사이언스’ 표지는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떠올리게 하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입자 8개가 등장한다. 모든 입자는 콩알처럼 보이는 작은 입자가 주먹밥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뭉쳐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백금 나노결정 구조를 묘사했는데, 표면의 모습이나 뭉쳐 있는 알갱이들의 결합 구조가 제각각 다르다. 제목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다양성(Visible variety)’이다. 

 

개성이 제각각 달라 모두 다른 입자로 보이지만, 표지의 입자는 놀랍게도 동일한 조건에서 합성한 같은 입자다. 그 동안 직접 구조를 자세히 볼 수 없어 같은 구조일 것이라고 가정했던 나노입자가 실은 매우 다른 이질적인 구조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처음 증명된 것이다.

 

박정원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 연구위원(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과 김병효, 허준영 IBS 연구위원팀은 호주 모나쉬대,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함께 0.02nm(나노미터, 1nm는 10억 분의 1m)까지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나노입자를 극미량의 용액에 녹인 뒤 얇은 탄소 신물질인 그래핀 두 장 사이에 끼우고, 이를 마치 코팅하듯 밀봉해 일종의 용기인 ‘액체셀’을 만들었다. 그 뒤 ‘액상 투과전자현미경(Liquid cell TEM)’을 이용해 전자를 투과시켜 액체 속 나노입자의 영상을 1초에 400장의 속도로 촬영했다. 


용액 속을 부유하는 원자는 끊임없이 회전하기 때문에 정확한 구조와 위치 파악이 어렵다. 연구팀은 개별 입자의 움직임 경로를 추적하고 그 궤적을 반영해한 원자 ‘밀도 지도’를 만들었다. 원자가 발견되는 확률이 높은 위치가 표시된 지도다. 그 뒤 수천 장의 이미지를 이용해 원자의 원자 위치 정보를 다양한 각도에서 측정하고, 측정 오류를 수정하는 알고리즘을 도입했다. 그 결과 0.02nm까지 구분이 가능한 정밀한 입체(3차원) 구조 영상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0.02nm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원자인 수소 원자의 6분의 1 크기다.

 

IBS 연구팀이 개발한 액상 투과전자현미경 기술로 백금입자를 관찰한 사례다. 위부터 아래로 8개의 입자를 관찰했다. (a)는 원자가 발견될 확률을 표시한 원자밀도 지도이고 (b)는 따로 추적한 원자 위치 정보를 지도화한 것이다. (c)는 연구팀이 계산을 통해 얻은 원자 특성 지수를 표시한 입체 지도다. (d)는 하나의 입자를 대상으로 특성 입체지도를 여러 평면으로 펼쳐 따로 표시했다. 사이언스 제공
IBS 연구팀이 개발한 액상 투과전자현미경 기술로 백금입자를 관찰한 사례다. 위부터 아래로 8개의 입자를 관찰했다. (a)는 원자가 발견될 확률을 표시한 원자밀도 지도이고 (b)는 따로 추적한 원자 위치 정보를 지도화한 것이다. (c)는 연구팀이 계산을 통해 얻은 원자 특성 지수를 표시한 입체 지도다. (d)는 하나의 입자를 대상으로 특성 입체지도를 여러 평면으로 펼쳐 따로 표시했다. 사이언스 제공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실제 용액 속에 포함된 백금 나노입자의 결정 구조를 관찰했다. 그 결과 같은 조건에서 만든 나노입자라도 결정 표면의 배열과 구조가 제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결과가 이번 표지에 등장한 다양한 백금 결정구조다. 이 같은 다양성은 기존에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서 추측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기술로 미세한 구조와 표면 특성 차이를 ‘눈으로’ 처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로 나노 소재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결정하는 표면 구조를 직접 관찰하고 연구할 길이 열렸다. 김병효 연구위원은 “다양한 나노입자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촉매나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나노 입자나 구조물을 설계하거나 합성할 때 이 기술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눈으로 구조를 보고 비교하면 구조나 표면 특성에 좌우되는 품질을 균질하게 유지시키는 데 유리하다. 구조에 따른 성능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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