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4·15총선 승패 '18세' 유권자가 변수

2020.04.04 06:00
일러스트 허라미
일러스트 허라미

이달 2일부터 21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4월 15일 치러지는 이번 총선이 지난 총선과 가장 다른 점은 뭘까. 정치권은 이번 총선에서 처음 도입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이번 총선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 만18세부터 투표가 가능해지면서 가장 어린 유권자들의 투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도 모이고 있다. 

 

이번 총선부터 생일이 선거일인 15일이거나 그 이전인 만 18세부터 투표가 가능하다. 일부 고3 학생들도 투표할 수 있다. 현재 고3 학생을 포함해 이번 총선에서 투표가 가능한 만18세 인구는 약 53만 2000명이다. 여기에 지난 총선에서는 투표권이 없었지만 이번 총선에서 투표권을 얻는 만 19세와 만 20세 유권자 약 124만 6000명을 합하면 이번 총선 새내기 유권자는 약 177만 8000명에 달한다. 21대 총선의 유권자 수는 4400만4031명(국내 4383만2072명, 재외 17만1959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 지방선거의 유권자 수가 약 4344만명인 것과 비교하면 늘어났다. 

 

비중으로만 보면 이번 총선에서 투표권을 처음 행사하는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4% 정도에 불과하다. 만 18세만 놓고 보면 약 1.2%밖에 안 되는데 총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여겼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만 18세 투표가 선거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수학으로 풀어봤다.

 

무시할 수 없는 만 18세 유권자의 영향력 


만 18세 유권자의 수가 적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후보자 경쟁이 치열한 경우 만 18세 유권자의 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당선자와 낙선자 사이의 득표수가 1000표 미만이었던 지역이 전국 총 선거구 253곳 중에 무려 13곳이나 있었다. 인천 ‘부평갑’ 선거구는 표 차이가 달랑 26표였다. 만약 당시에 만 18세가 투표할 수 있었다면 당선자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만 18세 유권자의 영향력은 승부가 박빙인 일부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과 연구팀은 수학 모형으로 선거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2020년 1월 1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물리학’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인구 변화나 선거권 제한 같은 요소가 유권자 집단의 특성을 변화시켜서 선거라는 ‘함수’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만 18세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것으로도 충분히 선거 결과가 요동칠 수 있다는 뜻이다. 


알렉산더 지겐펠트 MIT 물리학과 박사과정 연구원과 야니어 바르 얌 미국 뉴잉글랜드 복잡계 연구소 소장은 선거라는 집단적인 행동을 수학 모형으로 만들어 분석했다. 유권자의 정치 성향을 변수로 두고 그에 따라 당선되는 후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선거 결과를 함수로 나타냈다. 

 

 

예를 들어 유권자와 후보자의 의견은 얼마나 진보적인지, 얼마나 보수적인지에 따라 1차원 직선 위의 변수로 나타낼 수 있다. 0을 기준으로 -를 진보, +를 보수라고 한다면 -10인 사람은 -1인 사람보다 더 진보적인 성향이라고 볼 수 있다. 연구팀은 이처럼 유권자와 후보자의 의견을 1차원의 연속적인 공간에서 나타내는 함수를 정의했다. 


또 연구팀은 유권자의 의견에 생긴 작은 변화가 선거 결과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을 ‘불안정성’이라고 정의했다. 함수의 변숫값의 차이를 0에 아주 가깝게 보냈을 때 함숫값의 차이가 0에 가까워지면 안정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안정하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선거 제도의 변화나 투표권 변화, 낮은 투표율 같은 요소가 유권자 집단의 특성을 바꿔서 불안정성을 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선거에 이런 불안정성이 생기면 유권자들의 전반적인 의견이 진보에서 보수로, 혹은 보수에서 진보로 조금만 변해도 선거 결과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가령 진보적인 유권자가 조금 늘었는데 오히려 선거 결과는 보수 후보가 당선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지만 연구팀의 설명은 이렇다. 예를 들어 만 18세 유권자가 선거에 참여하면서 유권자의 전반적인 여론이 중도에서 진보가 우세한 방향으로 변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선거에 나온 후보는 중도 진보와 중도 보수 후보라고 가정한다. 이때 문제는 극단적인 진보 성향의 유권자가 중도 진보 성향의 후보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이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진보 성향의 후보가 우세한 것은 사실이니까, 극단적 진보 유권자는 크게 봤을 때 진보 진영이 승리할 거라고 안심할 수도 있다. 그래서 다수의 극단적인 진보 유권자가 선거에서 기권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만 18세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해서 오히려 여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당선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지 우려될 수 있지만 연구팀은 투표율이 높으면 이런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봤다. 여론과 다른 결과가 나오게 만드는 전제 조건인 불안정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소수의 유권자가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 아니라, 많은 유권자가 참여하는 안정적인 상황이 되면 여론에 반대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만 18세 유권자의 투표 참여가 더욱 중요해진다.

 

● 2016년 선거에 고3이 투표했다면 

 

어린이과학동아DB / 자료 출처 학교알리미
어린이과학동아DB / 자료 출처 학교알리미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관악을’ 선거구는 가 장 많은 표를 얻은 당선자와 다음으로 많은 표를 받은 낙선자 사이의 표 차이가 861표에 불과했다. 2020년 관악을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수는 어림잡아 1810명이다. 2019년에는 고3 학생수가 약 2003명이었다. 이처럼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로 볼 때 2016년에는 이보다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에도 고3 학생을 포함한 만 18세 유권자가 투표할 수 있었다면 관악을 지역구 당선자는 얼마든지 바뀌었을 것이다. 


※도움 박성철(고등과학원 수학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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