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학회 "코로나19, 특정 지역감염 집중되면 치명률 치솟는 특징"

2020.03.27 17:50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교대 근무를 위해 방호복을 입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이 있는 병동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교대 근무를 위해 방호복을 입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이 이있는 병동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경북 경산에 사는 K씨(73)는 지난달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포항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대량의 혈변을 보는 등 상태가 악화하면서 다시 포항에서 320km 떨어진 서울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달 1일 이 병원에서만 1만 mL 수혈을 받았다. 병원 내시경 검사 결과 십이지장 궤양에서 큰 출혈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미 수술 일정이 가득차 이 병원에선 수술을 받을 수 없었다. 서울 시내 병원들 사이에 긴급 통신이 이뤄졌고 또 다른 병원에서 파견한 특수이송팀이 환자를 싣고 한강을 가로질러 다른 병원으로 달렸다. K씨는 새로 옮긴 병원에서 장 절제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인공호흡기도 차지 않았지만 다시 증세가 악화하면서 숨을 거뒀다. 이는 이달 26일 국제학술지 ‘대한의학회지(JKMS)’에 보고된 한 코로나19 환자의 사망 경위를 추적한 사례다. 

 

대한감염학회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숨진 환자 54명을 분석한 결과 이처럼 지역감염이 시작하면서 숨진 환자가 늘어났다는 결과를 대학의학회지에 소개했다. 

 

지난 1월 21일 중국에서 입국한 여성이 첫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한달 가까이 국내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104번 환자가 숨지면서 첫 사망자가 나왔다. 사망후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그로부터 이틀 뒤인 21일 처음 나왔다. 같은 달 18일 대구 신천지교회 신도이던 31번 환자가 발견되고 신천지와 청도대남병원의 연결고리가 밝혀지면서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지역감염이 빠르게 확산하던 시기다. 대구 경북 지역에서 확진 환자가 505명으로 늘었던 지난달 27일에는 자가격리 중이던 환자가 숨지는 일이 일어났다. 환자가 5328명까지 폭발적으로 늘었던 이달 4일엔 72세 여성 환자가 기저질환이 없는 환자 가운데 처음으로 숨졌다.

 

이때까지 사망자는 2명을 제외하고 모두 대구와 경북에서 나왔다. 코로나19가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며 의료진에 과부하가 걸리자 사망 사례가 이어진 것이다. 나머지 2명은 강원 출신이나 경북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와 간 이식을 받기 위해 경기 병원을 찾은 몽골인 환자였다.

 

연구팀은 대구와 경북에 사망자가 집중된 사례처럼 한 지역에서 빠르게 환자 수가 늘어나면서 치명률 또한 빠르게 올라간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중국 우한과 새로운 진원지가 된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측된다고 분석했다. 우한은 지난 1월 환자가 폭증한 뒤인 지난달 4일 치명률이 중국 내 다른 지역보다 4배 높은 5.15%를 기록했다.

 

위는 한국의 일일 사망자 수와 치명률을 그래프화했다. 지난달 19일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발병이 시작한 이후 사망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아래는 지역별 사망자 수로 대구와 경북이 가장 많은 수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의 환자 1명은 포항에서 옮겨 온 환자다. 대한의학회지 제공
위는 한국의 일일 사망자 수와 치명률을 그래프화했다. 지난달 19일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발병이 시작한 이후 사망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아래는 지역별 사망자 수로 대구와 경북이 가장 많은 수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의 환자 1명은 포항에서 옮겨 온 환자다. 대한의학회지 제공

연구팀은 “다른 지역과 국가의 치명률 차이를 일으키는 요인은 분명하진 않으나 갑자기 환자 수가 늘어나면 치명률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신중한 전략을 세워 심각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의 능력과 의료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한국 코로나19 사망자에 관한 통계도 공개됐다. 사망자의 평균 연령은 75.5세였다. 사망자 중 90.7%인 49명의 환자가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 기저질환은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심혈관 질환이 주를 이뤘다. 면역 저하가 일어난 환자는 총 8명이었다. 7명은 암 환자였고 1명은 신장 이식을 받았다.

 

증상이 나타난 이후 사망하기까지의 기간은 평균 10일이었다. 성별과 나이에 따른 기간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기저질환이 없던 환자 3명은 모두 10일까지는 생존했다.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엔 하루 만에 숨지는 사례도 있었지만 반대로 24일 만에 숨진 경우도 있었다.

 

연구팀은 “논문에 쓰인 숫자는 사망한 환자의 수가 아니라 감염된 이들의 사투이자 최전선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이들에 관한 숫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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