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남미 코로나 가짜뉴스 막고 '진짜뉴스' 전하자" 국내 과학자 팔 걷어

2020.03.25 21:41
코로나19를 둘러싼 가짜뉴스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제공
코로나19를 둘러싼 가짜뉴스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이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코로나19를 둘러싼 잘못된 정보(가짜뉴스)도 국경을 넘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 현상을 일컫는 '팬데믹'에 빗대어 이 현상을 ‘인포데믹’이라고 한다. 인포데믹은 잘못된 치료나 진단 정보를 퍼뜨려 실제 바이러스 못지 않게 많은 피해를 낳고 있다. 인포데믹을 막기 위해, 국내 과학자들이 가짜뉴스에 앞서 '팩트체크'를 먼저 확산시키는 국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차미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및계산과학연구단 연구책임자(CI, KAIST 전산학부 교수)는 “국가에서 국가로 퍼지는 인포데믹을 막기 위해 이화여대와 함께 ‘루머를 앞선 팩트(Facts before rumor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25일 밝혔다.

 

차 교수는 전화 통화에서 “남미와 동남아 등 이제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한 국가 중에는 선진국에 비해 대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며 "이들 국가에 가짜뉴스가 퍼지기 전에 과학적 검증을 마친 사실 정보를 먼저 전파하는 국제적 캠페인을 벌이면 인포데믹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신뢰할 수 있는 출처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의 자료를 기반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담은 시작 자료를 만들고 이를 번역하고 있다(아래 그림). 그는 "처음에는 5개국에 번역해 전달할 목표로 시작했는데, 소식을 접한 25개국 과학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며 "현재 10개 언어로 번역 중이며 계속 수를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정확한 정보를 담기 위해 매일 새벽 CDC의 공식 브리핑을 청취하며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중"이라며 "코로나19에 대응한 한국의 모범적 사례가 세계에 널리 알려진 만큼 한국에서 나온 팩트체크 자료의 신뢰성도 높을 것이다. 널리 알려서 가짜뉴스에 의한 피해를 줄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실 바이러스보다 전파 빠른 '가짜뉴스' 위험성 커 전문가 협력 필수


차 교수가 이 같은 캠페인에 참여한 것은 코로나19를 둘러싼 인포데믹이 생각보다 심각해서다.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정보가 퍼지는 양상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데이터 전문가인 그는 가짜뉴스와 진짜뉴스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다르게 퍼지는지 등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그런 그가 보기에 코로나19 정보의 전파 양상은 걱정스럽다. 우선 전파 속도가 현실 속 바이러스보다 훨씬 빨랐다.

 

차 교수는 IBS 홈페이지에 공개한 ‘코로나19 과학리포트7 - 코로나바이러스와 인포데믹’에서 해외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탈리아국립연구회 복잡계연구소는 1월 1일부터 2월 14일까지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5개 소셜미디어(SNS)에 게시된 게시물 134만 건과 답글 746만 건을 분석해 이달 10일 논문 사전공개사이트 ‘아카이브’에 공개했다. 그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관련 정보 하나는 평균 3.3개의 게시글을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포데믹이 이미 발생했다는 뜻이다. 


감염병 예측 수학모델에서 환자 1명이 몇 명의 새 환자를 발생시키는지를 나타내는 지수를 ‘기초재생산지수(R0)’라고 한다. 현재 하루 수만 명의 환자를 낳으며 팬데믹 상태에 들어선 코로나19의 추정 R0가 2~2.5 정도다. 이에 반해 코로나19 정보의 R0는 3.3에 이른다. 이미 정보의 인포데믹은 팬데믹을 넘어선 것이다.

 

차 교수는 “더구나 SNS상에서 신뢰성 있는 출처를 지닌 진짜뉴스와 출처 미상의 가짜뉴스가 동일한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기존 연구에서 가짜뉴스는 전파가 길게 이어지지 않고 자주 끊기는 등 진짜뉴스와는 전파 양상이 달랐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코로나19의 경우에는 가짜뉴스와 진짜뉴스의 구분이 어렵고, 그만큼 가짜뉴스의 무분별한 확산도 심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차미영 IBS 수리및계산과학연구단CI(KAIST 교수)와 이화여대 팀은 공동으로 ′루머를 앞선 팩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신뢰할 만한 정보를 모은 이런 자료를 통해 가짜뉴스가 퍼지기 전에 먼저 진짜뉴스를 제공할 목적이다. IBS 제공
차미영 IBS 수리및계산과학연구단CI(KAIST 교수)와 이화여대 팀은 공동으로 '루머를 앞선 팩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신뢰할 만한 정보를 모은 이런 자료를 통해 가짜뉴스가 퍼지기 전에 먼저 진짜뉴스를 제공할 목적이다. IBS 제공

●빠르게 번진 가짜뉴스, 진짜뉴스로 뒤늦게 바로잡기 어려워..."선제적 전달 필요" 


일단 가짜뉴스의 전파가 이뤄지고 나면 진짜뉴스가 다시 이를 정정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가짜뉴스에 앞서 진짜뉴스를 먼저 제공해야 하는 이유다.

 

차 교수는 이화여대 간호대와 함께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유행한 중국의 가짜뉴스 200개가 어떻게 국경을 넘어 퍼지는지도 분석했다. 그 결과 중국에만 퍼진 가짜뉴스와 아시아에 퍼진 가짜뉴스, 지역사회에 특화된 가짜뉴스, 그리고 세계로 퍼진 가짜뉴스의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가운데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전세계에 퍼진 가짜뉴스였다. '마늘 섭취가 좋다'거나, '소금물로 입을 헹구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다'는 류의 민간요법이 많았다. 문제는 이들이 중국에서는 이미 가짜라고 판별이 났는데도 다른 나라에서 유행한다는 사실이었다. 차 교수는 “중국에서는 오래 전에 거짓이라고 밝혀졌는데, 가짜뉴스는 국경을 쉽게 넘어간 반면 팩트체크된 정보가 국경을 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렸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국내 종교단체에서 소금물 스프레이를 교인에게 뿌렸다 집단 감염이 일어나고 이란에서 메탄올을 마시고 숨진 사람이 나오는 등 인포데믹의 피해가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다”며 “혼란이 큰 때인 만큼 어느 때보다 정확한 정보를 선제적으로 알리는 전문가의 노력과 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에게 올바른 뉴스를 전파하기 위한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활동하며 해당 국가에도 알려진 명사 등이 유튜브를 통해 이런 내용을 전파할 수 있다면 시행착오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미영 IBS 수리및계산과학연구단 연구책임자(CI)는 ′루머를 앞선 팩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차미영 교수 제공
차미영 IBS 수리및계산과학연구단 연구책임자(CI)는 '루머를 앞선 팩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차미영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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