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손 소독제는 바이러스를 어떻게 죽이는 걸까

2020.03.28 06:00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달 12일 코로나19(COVID-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가까운 국제 보건 위기를 선언했습니다. 국내에서는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코로나19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위생에 관심이 커진 만큼 이번 호 팩트체크는 손 소독제로 정했습니다.

 

“집에 있는 손 소독제를 쓰면서 문득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손 소독제가 바이러스 예방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 건가요? 밖에서 손을 못 씻으면 휴대용 손 소독제도 바르는데, 소독제가 바이러스를 죽이는 건가요? 소독제에 들어있는 프로필렌글리콜이 뭔지도 알려주세요.”

 

이달 3일 월간 과학전문지 과학동아의 독자 참여형 플랫폼 사이언스 보드(www.scienceboard.co.kr)의 팩트체크 코너에는 ‘애플덕후갬토’님이 이런 내용의 팩트체크를 신청했습니다. 그밖에도 ‘코로나 방역 벙거지 모자가 비말 감염을 방지한다는데, 효과가 있을지 궁금합니다’(디듀우 님), ‘반려동물도 코로나19에 걸리나요?’(insect 님), ‘면 마스크, 예방에 효과가 있을까요?’(Naroho 님) 등의 팩트체크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반려동물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는 3월 19일 현재 정확한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3월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의 반려견에서 코로나19의 약한 양성이 확인됐고 3월 16일 해당 반려견이 숨졌지만, 정확한 사인과 반려견이 감염될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마스크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사용 지침은 있지만 KF인증 마스크와 면 마스크의 효과를 비교한 공식 연구 결과는 없습니다.

 

 

Q 알코올이 어떻게 바이러스를 죽이나요? 
A 외피의 스파이크 단백질 녹여 증식 억제


WHO는 직접 손 소독제를 만들어 쓰려는 사람들을 위해 홈페이지에 제조법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손 소독제는 농도 96% 에탄올과 98% 글리세롤, 3% 과산화수소, 정제수(또는 끓인 후 식힌 물)를 공병에넣고, 구성비(전체 100기준) 가 순서대로 80대 1.45대 0.125대 18.425가 되도록 섞으면 됩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손 소독제 제품에도 에탄올과 같은 알코올 성분이 들어갑니다. 이는 알코올 성분이 바이러스를 죽이는 데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에탄올부터 살펴볼까요. 에탄올은 인지질층과 단백질로 구성된 외피를 보유한 바이러스에 효과가 큽니다. 에탄올이 바이러스의 외피를 녹여서 외피가 없는 바이러스가 외부에서 죽거나, 운 좋게 숙주에 들어간다 해도 세포에 침투해 증식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가을철 유행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아데노바이러스처럼 외피 없이 생활하는 바이러스에는 에탄올의 효과가 떨어집니다.  


코로나19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바이러스, 홍역바이러스 등은 모두 외피가 있습니다. 에탄올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죽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것이죠. 


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복제를 통해 증식하는 원리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인간의 폐 세포를 감염시키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폐 세포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때 코로나바이러스는 폐 세포의 수용체에 붙어서 침투를 시도하는데, 수용체에 결합하는 부위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외피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입니다. 에탄올이 외피를 녹여 없애면 스파이크 단백질도 없어지고, 결과적으로 이 상태로 체내에 들어가더라도 세포로 침투할 능력이 없습니다.  


독일 그라이프스발트대병원과 보훔루르대 연구팀은 2월 6일 사스와 메르스를 유발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유리, 플라스틱, 금속 등 단단한 물체의 표면에서는 평균 4~5일, 습도와 표면 재질에 따라서는 최대 9일까지 살아남을 수 있지만 에탄올(62~71%)과 과산화수소(0.5%) 등을 섞어 만든 소독제에 노출되면 1분 내로 죽는다는 사실을 확인해 발표했습니다.

doi: 10.1016/j.jhin.2020.01.022 


WHO는 손 소독제를 제조할 때 에탄올의 양이 전체의 60~80%인 것이 효과적이라고 얘기합니다. 에탄올 대신 아이소프로필 알코올(IPA)을 사용한다면 전체의 70% 이상을 사용하라고 권고합니다.


IPA는 빠르게 증발하는 알코올로, 거품 발생을 줄이고 다른 성분을 잘 녹게 만들어 로션, 클렌징 등 스킨케어 제품에 널리 활용되는 성분입니다. 한편 향을 위해 성분을 추가하는 것은 소독 성능을 떨어뜨리거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WHO의 권고대로 손 소독제를 만들기 위해 굳이 정제수를 사러 약국에 갈 필요는 없다”며 “염소 성분이 들어있지만 극히 미량이기 때문에 수돗물을 써도 소독 효과는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Q 직접 제조 vs. 시제품 구입, 뭐가 더 낫나요? 
A 제조과정 위험 있어 시제품 사용 권유 


WHO의 권고대로 직접 손 소독제를 만들어 써도 되지만, 전문가들은 가능하다면 시판 제품을 사는 게 더 낫다고 말합니다. 이 교수는 “화학제품은 제조과정에서 다양한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제조법을 잘 따라서 소독제를 만든다고 해도 품질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합니다.  


가령 손 소독제에 들어가는 과산화수소는 독성이 있습니다. 또 희석하기 전 농도가 진한 알코올은 휘발성을 띠기 때문에 제조 시 잘못 취급하면 눈이나 호흡기에 들어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특히 어린이가 있는 집일수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시판되는 손 소독제에는 알코올뿐만 아니라 프로필렌글리콜, 에틸렌글리콜, 토코페롤, 알로에 등의 성분이 포함된 제품도 있습니다. 여기서 소독 효과가 있는 것은 알코올뿐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추가 성분입니다. 


프로필렌글리콜은 피부 보습효과가 있고 촉촉한 느낌을 주는 물질입니다. 이 교수는 “알코올 성분을 피부에 바르면 손에서 기화열이 방출되고, 특유의 하얀 빛이 맴돌게 된다”며 “이를 막기 위해 프로필렌글리콜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에틸렌글리콜은 용매제, 토코페롤은  에탄올이 닿을 때 피부 세포의 손상을 막는 항산화제입니다. 알로에는 향을 유발하는 향기제(방향제)에 해당합니다. 


꼭 피해야 할 성분이 하나 있는데요. 대표적인 살균 표백제 성분으로 꼽히는 이산화염소가 들어간 제품이 간혹 있습니다. 이산화염소는 산화력이 강해 세탁용 살균제나 표백제에 많이 쓰입니다. 이 교수는 “이산화염소는 기도나 점막을 자극해 인체에 매우 치명적일 수 있는 만큼 손 소독제에 사용하면 안 된다”며 “제품을 고를 때 이산화염소 성분의 유뮤를 꼭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Q 손 소독제와 비누 중 어떤 게 더 효과적인가요?
A 비누로 손 닦는 게 최고의 예방 


에탄올, IPA 등 알코올 성분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외피를 녹여 바이러스를 죽게 만드는 것은 맞지만, 외피를 잃은 바이러스가 죽을 때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 아무리 손 소독제를 골고루 잘 발랐다고 해도 외피가 파괴되지 않은 바이러스가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위험요인을 완벽하게 차단하려면 역시 손을 닦을 수밖에 없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굳이 손 소독제를 바를 필요 없이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얼굴을 만지지 않는 등 행동을 조심하는 것으로도 감염 예방 효과가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손 소독제를 펴 바르는 것만으로는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으며, 가장 좋은 방법은 30초 이상 따뜻한 물과 비누로 손을 꼼꼼하게 씻으라는 겁니다.


이 교수도 “사람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입술을 만지거나 눈을 비비는 경우가 많은데, 손 소독제 성분이 얼굴 피부나 눈 등에 자주 닿아서 좋을 건 없다”며 “손 소독제는 비누로 손을 씻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사용할 대안으로 생각하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Q 확진자 다녀간 곳에 소독제 뿌리면 효과 있나요?
A 수건에 소독제 묻혀 닦는 게 효과적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곳에 방역을 이유로 분무형 소독제를 뿌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효과는 미미하며, 오히려 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3월 6일 발표한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에 따르면 소독제를 분무할 경우 효과가 충분하지 않고, 오히려 감염원 에어로졸 발생 위험과 소독제 흡입 위험이 있다고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감염원 에어로졸 발생 위험은 소독제를 뿌릴 때 물체 겉면에 묻어있던 바이러스가 작은 알갱이 형태로 떠올라 퍼져나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소독제를 분사하지 말고 수건 등에 묻혀 사람의 손이 닿을 만한 장소를 선별해 닦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손소독제 제조법 

https://www.who.int/gpsc/information_centre/handrub-formulations/en/

※관련기사 과학동아 4월호,  [팩트체크] 손 소독제는 어떻게 바이러스를 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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