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정부·지자체 코로나 확산 의료계 책임 전가는 적반하장"

2020.03.23 17:06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최근 요양 병원과 일부 병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물으려는 움직임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의협은 23일 성명을 내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요양병원이 명령을 위반해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감염자 접촉자 명단을 누락했다며 분당제생병원에 대해 형사고발하고 손해 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은혜를 배신하고 베풀어준 덕을 잊는 몰염치한 작태”라고 주장했다.  ‘배은망덕한 토사구팽’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의협의 이날 성명은 곳곳에 격앙된 어조가 담겨 있다.

 

이 같은 의료계 반발은 정부와 지자체가 최근 의료계에 확산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발표하면서 시작했다. 정부는 이달 20일 코로나19 관련 잇따라 집단감염이 발생한 요양병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행정명령을 위반한 요양병원의 손실보상과 재정지원 자격을 박탈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도 같은 날 분당제생병원이 코로나 집단 감염 확산을 두고 확진자 접촉 명단을 고의 누락해 혼선과 피해를 유발했다며 병원 측을 고발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의협을 중심으로 하는 의료계는 코로나 방역 최일선에서 의료진과 병원이 뛰고 있는데, 정부가 의료계에 방역 실패 책임을 떠넘기고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이날 성명에서 “방역의 본질은 주체인 국가가 감염원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데 있는데 정부는 1월 말부터 의협의 지속적인 권고에도 불구하고 감염원 유입을 차단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900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 수와 100명이 넘는 무고한 국민의 죽음으로 돌아왔다”고 정부 책임을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단 한 번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사과하거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섣불리 종식을 말하고 나아가 행사를 하자며 국민을 위험으로 내몰다 뒤늦게 방역의 주체는 국민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고 꼬집었다.

 

의협은 “우리나라가 비록 방역에 실패했지만 사회 질서 유지와 피해 최소화로 국제적 모범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정부가 잘해서가 아니라 시민이 솔선수범하고 의료진과 의료기관이 몸을 아끼지 않은 덕”이라며 “의료진 스스로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자가격리될 수 있음에도 자발적으로 나섰고 의료기관은 휴업과 폐쇄에 따른 피해를 감수하고 있지만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사명감으로 묵묵히 이 신성한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그것도 증상이 없는 동안에도 전파력을 가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바이러스로부터 내원 환자와 입원 환자를 지키기 위해 모든 의료인과 의료기관들이 두 달 가까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 의사와 간호사들은 심각한 번아웃을 호소하고 의료기관은 경영난에 허덕이면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런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가 일제히 감염이 확산되는 것을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과실로 돌리고 형사고발과 손해배상을 운운하며 책임을 전가하려 들고 있다”며 “이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놨더니 짐 보따리 찾아내라는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이어 “탁상공론식의 관치행정과 불호령으로 감염병을 막을 수 있다는 그 황당한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며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도와달라고 읍소할 때는 언제고 한숨 돌렸다고 민간에게 군림하는 것도 모자라 책임을 전가하고 면피하려 드는 광경이 마치 임진왜란 때 전공을 세운 의병장에게 누명을 씌우던 썩은 관리들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정부의 전문가 단체 무시와 장관의 잇단 실언으로 의료계는 정부에 대한 기대를 버린지 오래”라며 “자리를 지켜온 이유는 오로지 의료인으로서의 본분 때문이자 지키지 않으면 어디에선가, 누군가 희생될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마지막으로 “이런 토사구팽을 자행한다면 의협도 더는 의료인과 의료기관들에게 솔선수범을 요청하기 어렵다”며 “이제는 스스로 몸 관리를 잘하도록 현명한 선택을 권유할 수밖에 없으며 현장에 자원한 의료인의 철수를 권고하고, 코로나19 사태를 오로지 국공립의료기관과 보건소의 힘으로 극복하도록 둘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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