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30년간 설계와 다른 시설서 방사성 물질 배출했다

2020.03.20 10:05
원안위가 공개한 지난해 9월 26일 자연증발시설 CCTV 영상이다. 바닥에 물이 넘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원안위 제공.
원안위가 공개한 지난해 9월 26일 자연증발시설 CCTV 영상이다. 바닥에 물이 넘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원안위 제공.

지난해 말 대전 소재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발생한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 근본 원인은 자연증발시설 배수시설이 1990년 8월 승인받은 설계대로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약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방사성물질이 누출된 것으로 원자력연은 사고에 따른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연의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원자력안전법 위반사항을 통보하고 행정 처분 등 조치결과를 3월중 요청할 계획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월 21일부터 진행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자연증발시설 방사성물질 방출사건’ 조사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원안위는 원자력연의 자연증발시설이 승인받은 설계대로 설치되지 않은 데서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원안위는 원자력연 내 시설에서 방사성물질이 방출돼 인공 방사성핵종인 세슘137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고 지난 1월 21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사건조사팀을 현장에 파견해 조사를 진행했다. 

 

자연증발시설은 극저준위 액체 방사성폐기물을 지하저장조에 이송받아 이를 끌어올려 3층의 공급 탱크에서 2층에 길게 늘어뜨린 증발천에 흘려보내 태양광으로 자연증발시킨 뒤 남은 방폐물을 다시 지하저장조로 보내는 폐순환 구조로 설계, 승인받았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는 인허가받은 설계안에 없는 시설이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에 외부배관으로 연결된 바닥배수탱크(600리터)가 설치됐으며 1층의 일부 배수구가 바닥배수탱크로 연결된 상태로 건설됐다. 이 바닥배수탱크는 1990년 8월 건설돼 매년 4월~11월 사이 운영됐다. 

특히 운전자들은 그동안 지하저장조 외 바닥배수탱크가 별도로 설치된 상황을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원래 설계안대로 1층의 모든 배수구가 지하저장조와 연결돼 폐순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약 30년 가까이 시설을 운영한 셈이다. 

 

원안위는 폐쇄회로TV(CCTV) 영상과 재현실험 등을 통해 방출량을 조사했다. 그 결과 2019년 9월 26일 필터 교체 후 밸브를 과도하게 개방한 상태에서 미숙한 운전으로 2층 집수로가 넘쳐 약 510리터의 액체 방폐물이 외부로 누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30년간 매년 11월경 시설 가동후 동절기 동파방지를 위해 운영을 중단하고 모든 액체 방폐물을 지하저장조로 회수하는 과정에서 필터하단 배수구로 일부 방폐물(연간 470~480리터)이 바닥배수탱크로 유입돼 외부로 누출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정상운전 경로 : ①→②→③→④→⑤→⑥→⑦ 순환, 중간저장조 수위 저하시 지하저장조에서 보충하고, 매년 운영종료시 지하저장조로 잔여 액체방폐물 회수. 원안위 제공.
정상운전 경로 : ①→②→③→④→⑤→⑥→⑦ 순환, 중간저장조 수위 저하시 지하저장조에서 보충하고, 매년 운영종료시 지하저장조로 잔여 액체방폐물 회수. 원안위 제공.

방사성물질 방출로 인한 외부 환경영향을 분석한 결과 30년간 매년 11월경 방사성물질이 방출됐지만 인근 하천수에는 모두 최소 검출농도 미만으로 확인됐다. 2019년 4분기 원자력연이 자체 조사한 kg당 25.5배크렐이라는 특이값 외에는 특이사항이 없어 외부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됐다. 

 

다만 지난해 9월 26일 운전 미숙으로 510리터의 극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방출된 뒤 지난해 4분기 일시적으로 방사성 물질 농도가 높게 조사된 것은 10월과 11월 강수량이 많이 일부 방사성물질이 원자력연 부지 외부로 흘러나갔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이 방사성물질이 전량 외부로 방출됐다는 가정 하에 연간 피폭선량을 평가한 결과 일반인 선량한도(연간 1밀리시버트)의 약 300만분의 1에서 3700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원안위는 원자력연이 전사적 관리체계와 설계기반 형상관리 미흡, 안전의식 결여를 이유로 원자력연 내 111개의 원자력 및 방사선이용시설 인허가 사항 및 시공도면, 현재 시설 상태간 차이가 없는지 등을 전면조사할 계획이다. 시설 안전강화 종합대책 세부이행 계획 수립을 원자력연에 요구하고 보고하도록 조치했다. 

 

원안위는 “원자력연의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에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행정처분을 요청했다”며 “원자력연 내 시설 전면조사를 우선 실시하고 시설별 설계문서와 현재 상태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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