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 전 노트르담을 되살려라

2020.03.23 06:00
2019년 4월 15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성당 화재가 발생해 지붕이 불타고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2019년 4월 15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성당 화재가 발생해 지붕이 불타고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지난해 4월 15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인류 문화유산인 노트르담성당이 큰 화염에 휩싸이면서 프랑스인은 물론 전세계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지붕은 화재로 불탔고 뾰족한 첨탑은 무너져내렸다. 바닥은 불에 그을렸고 검게 그을린 석재와 목재 잔해가 뒹굴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불길이 다 잡히기도 전 오는 2024년까지 노트르담 성당 복원하겠다고 공언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달 13일 노트르담 성당 복원에 나선 프랑스 역사유적보존연구소(LRMH)와 국립과학연구원(CNRS)  과학자 100명의 지난 1년간 활약상을 소개했다. 사이언스는 

성당 복원에 필요한 연구가 어느 정도가 마무리됐고 본격적인 복원 작업이 궤도에 올랐다고 전했다.   


● 추가 붕괴·손상 막고 원상태 복귀가 최우선


1211년 짓기 시작해 14세기에 완공된 노트르담성당은 프랑스 고딕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손꼽힌다. 유네스코도 그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인정해 세계 유산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화재로 상당수의 기본 골조와 정면 탑의 붕괴는 막았지만 대표적 상징인 높이 96m의 첨탑과 본관 지붕을 잃었다. 지붕과 첨탑에 사용된 납 200t이 녹아내렸고 수백 년간 성당 천장을 떠받치는 버팀목의 균형이 틀어졌다. 건물 전체가 자칫 무너져내릴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성당 복원에 나선 과학자들은 건물 구조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공학자들은 화재가 난 뒤 몇주만에 아치형 천장 위로 강철 빔을 설치했다. 이 빔을 따라 마치 라펠(절벽 하강)을 하는 것처럼 건물 꼭대기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위험한 비계(높은 곳에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구조물)을 제거하거나 구조를 안정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물과의 사투도 벌어졌다. 성당 벽면을 구성하는 석회암과 격자 모양 지지대가 화재 당시 불을 끄던 소방수와 빗물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무게가 늘어났다. 물을 머금어 무거워진 석회암이 건물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석회암 안쪽으로 들어간 물이 겨울철 얼면 수축, 팽창을 반복하면서 벽에 금이 가기도 한다. 

 

연구팀은 올 1월부터 석회암의 중량을 측정해 건조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화재로 녹은 격자 모양 지지대도 제거에 들어갔다. 벽면에 붙어 있는 격자 모양 지지대는 성당 전체를 떠받치고 있어 철거 작업은 매우 신중하게 이뤄지고 있다. 높은 탑 형태 블록을 쓰러뜨리지 않고 빼는 게임인 ‘젠가’처럼 물리적 계산과 동물적 감각이 필요한 작업이다. 


성당을 원 상태로 복귀하는 데는 소재 과학자들이 나섰다. 프랑스는 성당 건축에 사용된 재료들을 최대한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건축물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석재의 재활용은 그만큼 중요하다. 과학자들은 아치형 천장에서 떨어져 내린 수십 개 샘플을 분석한 결과 석재의 색만으로 재활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석재에 포함된 철 성분은 석회암을 단단하게 뭉치게 하기 위해 섞여들어가는데 300~400도에선 붉은색을 띤다. 그보다 높은 600도로 가열하면 검은색의 산화철로 바뀌고 800도 이상 가열되면 석회암과 함께 완전히 가루가 된다. 이런 방식으로 재사용할 석재를 색만으로 골라내는 것이다.  베로니카 벌지스벨민 LRMH 연구원은 “석재의 색상으로 재활용 여부를 가리는 건 정밀한 과학은 아니다”며 “그러나 기계 강도 테스트보다는 훨씬 빠르게 수십만개에 이르는 석재를 선별하는 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건물의 안전성과 건축 재료 재사용을 광범위하게 조사하는 데는 이른바 ‘열 지도'도 사용된다. 대화재로 성당 이곳저곳의 너트와 볼트, 벽 내부와 주변 철제물의 녹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어느 지점이 가장 뜨거웠는지 나타낸 지도다. 

 

환경 분야 과학자들은 이달 말 성당 지붕에서 중금속인 납이 녹아내리면서 나타난 오염 문제를 해결할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기 위해 실험에 나선다. 증류한 물을 넣어 빚은 석고 반죽을 발랐다가 굳으면 떼내면서 납 성분을 제거하는 기술과 레이저를 쏘아 직접 오염물을 제거하는 방법 이 시험대에 오른다. 


●금지됐던 지하 연구와 ‘성당 건축 오래전부터 준비’ 가설도 입증

 

이번 복원 연구에서는 베일에 가려있던 성당 지하 석조물 연구도 사상 처음 시도된다. 지난 500년간 성당의 내부 지침에 따라 성당 건물 지하에 대한 조사가 허가된 적은 없다. 이번 화재로 건물 안전성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지하 석조물을 연구할 기회가 열렸다. 과학자들은 지하에 전파를 쏘아 되돌아오는 신호를 해석하는 방식으로 지하 석조물 구조를 알아낼 계획이다. 


노트르담 성당 건축에 쓰인 참나무를 샘플로 활용해 중세의 기후변화를 연구할 기회도 열렸다. 과학자들이 약 1년여간 분석한 결과 성당에 쓰인 참나무는 약 100년간 자란 것으로 다른 참나무와는 달리 길고 얇은 것으로 분석됐다. 자연에서 듬성듬성 자랐다기보다는 누군가가 일부러 큰 숲을 일궈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알렉스 듀프래세 CNRS 목재연구그룹 박사는 “노트르담 성당을 짓기 위해 적어도 몇세대 전부터 계획을 세워 준비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며 “12~13세기에 자란 것으로 보이는 목재를 분석하면 당시 기후 특성과 기후 변화가 중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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