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휴교 조치…감염 확산 막는 과학적 근거 있다

2020.03.18 19:27
늦어진 개학에 온라인 과제 준비하는 초등교사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2주일 더 연기됐다. 연합뉴스 제공
늦어진 개학에 온라인 과제 준비하는 초등교사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2주일 더 연기됐다. 연합뉴스 제공

개학과 어린이집 개원이 다시 4월 초까지 연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아직 이를 막을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장 중요한 방역 조치가 됐고 휴교는 그 대표적 정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국 외에 유럽 주요국 등 다수가 개학을 연기하고 대학 강의를 온라인으로 바꾸고 있다. 


휴교는 학생들의 학습권 문제, 고3 학생들의 대입 문제, 그리고 맞벌이 부모의 경우 어린이집 휴원에 따른 육아 문제 등 복잡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조치다. 그럼에도 휴교 조치를 내리는 데에는 과학적 이유가 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휴교는 감염병 확산을 억제하는 다른 방역 조치와 함께 실시됐을 때 감염 확산을 억제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에서는 휴교가 감염병 확산에 도움이 되며,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시행될 경우 감염병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닐 퍼거슨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교수팀은 여러 방역 정책의 효과를 점검한 보고서를 16일 공개했다. 여기에는 증상이 나타난 환자의 7일 자가격리, 환자 및 가족 14일 격리, 70세 이상 고령자의 사회적 거리두기, 전 연령대 사회적 거리두기, 초중고 전면 휴교 및 대학 25% 출근(필수연구만 수행) 등 다섯 가지 방역조치를 함께 실시했을 때의 효과를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점검했다.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할 수 있는지를 수치화한 ‘기초재생산지수(R0)’를 2~2.6으로, 잠복기는 5.1일, 감염력은 감염 뒤 4.6일부터 나타난다고 가정했다.


연구 결과, 예를 들어 R0를 2.4로 가정했을 때, 아무 정책도 수행하지 않으면 3개월 동안 영국과 미국 전체 국민의 81%가 감염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사망자는 영국에서 51만 명, 미국에서 220만 명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닐 퍼거슨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교수팀의 연구 결과 중 일부다. 왼쪽은 R0 값이고, 각 방역대책을 혼합했을 때 코로나19에 의한 영국 내 사망자 수를 예측했다. CI는 증상환자 7일 격리, HQ는 가족 14일 자가격리, PC는 휴교, SD는 사회적 거리두기다. R0가 2.4일 때를 보면, 아무 정책을 실시하지 않았을 때 51만 명이 사망하지만, 모두 실시했을 때엔 8700~3만 9000명 수준으로 사망자가 줄어든다. 환자 격리와 사회적거리두기, 휴교를 같이 하면 이에 준하는 결과(1만 2000~5만 3000명 사망)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 보고서 캡쳐
닐 퍼거슨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교수팀의 연구 결과 중 일부다. 왼쪽은 R0 값이고, 각 방역대책을 혼합했을 때 코로나19에 의한 영국 내 사망자 수를 예측했다. CI는 증상환자 7일 격리, HQ는 가족 14일 자가격리, PC는 휴교, SD는 사회적 거리두기다. R0가 2.4일 때를 보면, 아무 정책을 실시하지 않았을 때 51만 명이 사망하지만, 모두 실시했을 때엔 8700~3만 9000명 수준으로 사망자가 줄어든다. 환자 격리와 사회적거리두기, 휴교를 같이 하면 이에 준하는 결과(1만 2000~5만 3000명 사망)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 보고서 캡쳐

연구팀은 각 정책 시행시 얼마나 많은 중증 환자가 발생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0만 명당 필요한 집중치료병상(ICU) 수 감소비율을 계산했다. 그 결과 휴교는 약 12~14%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 환자 격리는 33%, 증상 환자 격리 및 가족 자가격리 동시수행은 53%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조치를 동시에 취할 때에도 휴교는 감염병 확산을 막는 증폭 효과가 있었다. 증상 환자 격리와 가족 자가격리, 70대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 동시 실시는 67%를 줄였는데, 여기에 휴교를 더하자 감소폭이 최대 14%p까지 늘어났다. 


연구팀은 “열거한 모든 정책을 다 5개월간 수행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라며 “증상 환자 7일 격리와 전 연령 사회적 거리두기를 필수로 시행하고 여기에 가족 자가격리와 휴교를 적절히 실시하는 게 효과가 크다”고 결론 내렸다. 두 정책 가운데 휴교를 함께 하는 경우, 사망자는 1만 2000~5만 3000명까지 크게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교와 재택근무를 동시에 실시하면 방역 효과가 훨씬 커진다는 보고도 있다. 비토리아 콜리자 프랑스 피에르루이 역학보건연구원 교수팀은 14일 연구소 홈페이지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휴교와 재택근무가 코로나19 확산 완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 감염 확산 초기에 8주 휴교 조치만 시행해서는 확산 최고 정점을 한 달 늦출 수는 있지만 최대 감염자 수를 10%p 정보밖에 줄이지 못한다”며 “하지만 성인의 25%가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확산 최고 정점을 2달 가까이 늦추고 환자도 40%p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런 방식을 통해 의료 시스템이 중증 환자를 무리 없이 수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비토리아 콜리자 프랑스 피에르루이 역학보건연구원 교수팀이 공개한 보고서 속 그래프다. 프랑스 여러 지역을 대상으로 휴교와 재택근무를 실시했을 때 확산자 발생 추이가 어떻게 줄어드는지 모델링 연구로 밝혔다. 그래프의 % 표시는 성인 인구 중 재택근무자 비율이다. 25%만 재택근무로 돌려도 그래프 상의 확산 정점기의 최대 감염자 수를 4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토리아 콜리자 교수 보고서 캡쳐
비토리아 콜리자 프랑스 피에르루이 역학보건연구원 교수팀이 공개한 보고서 속 그래프다. 프랑스 여러 지역을 대상으로 휴교와 재택근무를 실시했을 때 확산자 발생 추이가 어떻게 줄어드는지 모델링 연구로 밝혔다. 그래프의 % 표시는 성인 인구 중 재택근무자 비율이다. 25%만 재택근무로 돌려도 그래프 상의 확산 정점기의 최대 감염자 수를 4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토리아 콜리자 교수 보고서 캡쳐

국내에서는 대한감염학회가 16일 공개한 대정부 권고안을 통해 “경계의 수준을 낮추지 말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중앙정부차원에서 강력 추진하라”며 휴교 연장을 권고했다. 감염학회는 “중증 감염의 위험은 낮더라도 지역사회 전파의 역학적 중심(epicenter)이 될 수 있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휴교를 연장하는 것을 권고한다”며 “학교뿐 아니라 방과 후 학원, PC방 등 사교육이나 청소년 여가 활동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방안과 감염자가 발생했을 경우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준비한 후에 개학을 준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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