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 수학자,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사람들

2020.03.14 09:00
수학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미국 유투버 도미니크 윌리먼이 만든 수학 지도만 봐도 알 수 있다. 윌리먼은 수학의 역사와 세부 분야, 활용 영역을 종이 한 장에 담았다. 이승재 제공
수학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미국 유투버 도미니크 윌리먼이 만든 수학 지도만 봐도 알 수 있다. 윌리먼은 수학의 역사와 세부 분야, 활용 영역을 종이 한 장에 담았다. 이승재 제공

수학자는 문제를 푸는 사람입니다. 문제를 푼다는 건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이번 호에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수학자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수학을 향한 다양한 오해 중 하나는 학교에서 배우는 복잡한 계산과 문제가 전부라는 것입니다. 사칙연산을 시작으로 다양한 방정식과 함수, 미적분을 푸는 게 ‘수학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수학자에게 있어 문제란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진리를 말합니다. 수학자란 새로운 진리를 탐험하는 사람입니다.

 

증명의 영원함


2, 3, 5, 7처럼 1과 자기 자신만을 약수로 가진 수를 ‘소수’라고 합니다. 이런 소수는 무한히 많습니다. 약 2000년 전 그리스 수학자 에우클레이데스(유클리드)가 이를 증명했습니다. 많은 수학자가 ‘가장 아름다운 수학 증명’으로 꼽기도 한 이 증명은 수학 역사에 아주 중요한 증명입니다. 소수가 무한하다는 것을 21세기를 사는 우리도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게 증명했고, 이를 이용해 수학이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증명의 힘’입니다.

 

 

지도를 만드는 사람들


지도는 모르는 길을 걷게 도와주는 안내서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이라도 지도를 통해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지도를 쓰기 위해선 누군가는 지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 도로가 생기고 건물이 들어서 길이 바뀌면 그에 맞게 지도를 바꿔야 합니다.


수학자가 문제를 푼다는 건 이런 보이지 않는 진리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간다는 의미입니다. 에우클레이데스의 증명 이전에는 소수의 무한함은 미지의 세계였습니다. 하지만 에우클레이데스가 소수가 무한하다는 사실을 담은 지도를 만든 덕분에 우리는 길을 잃지 않고 소수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겁니다.


그렇다면 수학자는 어떻게 미지의 세계에서 길을 밝히고 지도를 만드는 걸까요?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기 위해선 다양한 생존 능력이 필요합니다. 나침반도 보고, 불도 피우고 식량도 조달해야 하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생존본능, 그리고 ‘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감’을 익히기 위해선 다양한 훈련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수학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귀류법이나 ‘귀납법’과 같은 강력한 증명 도구를 이용하고, 새로운 문제를 풀기 위해서 그동안 밝혀진 지식도 쌓아야 합니다. 동료 수학자와 함께 연구하면서 문제를 풀 확률을 높이기도 합니다.


사실 어떤 문제는 기존의 기법을 응용해 쉽게 증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흔히 ‘위대한 문제’라고 불리는 문제는 기존의 방법으로는 쉽게 풀리지 않아 새로운 접근법을 필요로 할 때가 많습니다. 그 방법을 찾기 위해서 꾸준히 훈련하며, 감을 찾아야 합니다.


위대한 문제는 결과가 아닌 과정 그 자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들어봤을 겁니다. 약 400년 동안 풀리지 않다가 영국 수학자 앤드루 와일스가 푼 어쩌면 가장 유명한 수학 문제입니다. 이 문제가 위대한 이유는 정리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발전한 수학이 엄청났기 때문입니다. 수학계 전체의 진보를 이뤄냈죠.


많은 여행가가 여행의 진정한 가치는 목적지가 아닌 여정 그 자체에 있다고 하는 것처럼, 수학 문제 역시 목적지에 가는 여정이 더 중요한 문제를 위대하다고 평가합니다. 즉 많은 위대한 문제는 결과 뿐만 아니라 수학의 발전 그 자체를 이뤄낸 문제입니다. 더 넓은 미지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더 넓은 지평을 열어준 문제인 셈입니다. 

 

나만의 문제, 나만의 작품

 

이런 멋지 작품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브릭을 조립했을까? 출처 HJ Media Studios
이런 멋지 작품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브릭을 조립했을까? 출처 HJ Media Studios

브릭을 처음 조립할 땐 설명서에 쓰여있는 대로 주어진 부품들을 맞춰 조립합니다. 그러다 브릭 세트가 하나둘 쌓이게 되고, 다양한 브릭을 조립하게 되면 어느 순간 설명서에 없는 자기만의 비행기, 자동차, 집 등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결국 여러 가지 브릭을 조립하면서 다양한 조립법을 익히고, 무엇보다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는 브릭 블록이 많을 때 브릭을 잘 하게 됩니다.


수학 역시 같습니다. 개념 하나하나가 브릭 블록인 셈입니다. y=1000x 같은 함수를 배우면, 하나에 1000원짜리 과자를 20봉지 사면 얼마를 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수학을 잘하려면 많이 보고 많이 풀고 많이 생각해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수학을 재미없게 느끼는 안타까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만의 수학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 모아야 하는 브릭 블록과 봐야 하는 설명서가 많습니다. 수학자는 지금도 답을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새로운 길을 찾고 있고, 자기만의 브릭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수학동아 3월호, [옥스퍼드 박사의 수학 로그]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사람들

 

※필자소개

이승재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현재 독일 빌레펠트대 수학과에서 박사후연구원(포닥)으로 일하고 있다. 노래와 축구, 게임에 관심이 많다. 수학자의 삶을 지극히 개인적인 1인칭 시점으로 소개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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