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맞은 국내 첫 자연사박물관 생생한 자연의 감동 느껴보세요"

2020.03.13 07:00
장이권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장을 6일 경기 성남의 자택 인근의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2018년 8월부터 관장을 맡아오고 있다.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장이권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장을 6일 경기 성남의 자택 인근의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2018년 8월부터 관장을 맡아오고 있다.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번개오색나비가 날개를 펼치는 순간,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색을 봤습니다."

 

여름철 한반도의 산과 들에서 발견되는 네발나비과 곤충인 '번개오색나비'를 직접 촬영하고 작성한 어느 일반인의 소감이다. 장이권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장(에코과학부 교수)은 지난해 12월 이대 자연사박물관 설립 50주년 생물 사진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이 문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수백종의 곤충 연구를 직접 연구하는 과학자도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표현이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경기 성남의 자택 인근의 카페에서 만난 장 관장은 "사람들이 다양한 생물을 골똘히 관찰하고 경이로움에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사박물관이 생물 표본을 수집하고 분류하는 공간이 아닌 자연의 감동을 전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연사박물관은 자연의 역사와 관련된 자료를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생물학과 지구과학 관련 자료를 전시한다. 넓게는 고고학과 인류학 자료도 전시한다.  장 관장은 “도심에 비둘기가 늘어나고 해마다 특정 벌레의 습격을 받는 것은 생물다양성이 무너져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며 "오늘날 자연사박물관의 가치는 이런 삶의 질과 직결되는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은 1969년 11월 20일 문을 열었다. 사람 나이로 따지면 중년에 훌쩍 넘어선 나이지만 200년 가까이 자연사박물관을 운영한 영국과 프랑스, 미국에 비교하면 역사가 한참 짧다.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이나 미국 워싱턴 스미소니언박물관은 이미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세계적 명소로 손꼽힌다. 장 교수는 이대 자연사박물관이 규모는 비록 작아도 한국 사회에서 이끌어낸 변화가 꽤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를 시작으로 1978년 경희대에, 1983년에는 한남대에 자연사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서울 서대문자연사 박물관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들도 자연사박물관을 짓고 있다. 자연사박물관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생태관도 속속 문을 열었다. 장 관장은 "각 대학이나 지자체가 자연사박물관을 개관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에는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에 전시 중인 한국 최초의 신선나비 표본이다. 1958년 8월 강원도 인제의 설악산 대청봉에서  당시 이화여자대학교 의예과 교수로 재직중이던 故김헌규 교수가 채집했다.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 제공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에 전시 중인 한국 최초의 신선나비 표본이다. 1958년 8월 강원도 인제의 설악산 대청봉에서 당시 이화여자대학교 의예과 교수로 재직중이던 故김헌규 교수가 채집했다.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 제공

현재 이대 자연사박물관에는 동식물과 광물, 암석, 화석의 다양한 표본들과 실제 생태계를 재현한 ‘디오라마 전시’, 살아있는 동물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코너, 자연 환경을 보는 영상시설이 마련돼 있다. 설립 당시 665점에 머물던 표본 소장품은 이제는 21만8546점으로 늘었다. 1958년 채집한 국내 최초의 '신선나비' 표본도 이곳에 있다. 하지만 장 관장은 "거대한 공룡뼈가 시선을 사로잡고 희귀한 표본이 천장에 매달려 있는 해외 박물관과 비교하면 아직 전시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런 단점을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신기술로 극복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장 관장은 "전시품은 부족하지만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한 전시를 통해 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람객의 관심을 끌만한 소재인 동물의 놀이, 세계 7대 멸종위기 동물을 주제로 한 특별전을 열어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이대 자연사박물관은 지난달 7일부터 '함께 찾는 우리나라 생물'을 주제로 특별 기획전을 열고 있다. 이번 행사는 자연사박물관 설립 50주년의 의미를 시민사회와 널리 공유하기 위해 일반인이 직접 찍은 자연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장 관장은 이번 기획전의 기획 단계부터 전시물 설치, 기획전 운영 등 모든 사항을 총괄하고 있다. 

 

장 관장은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은 독창적인 전시를 해온 DNA가 있다”며 “동물의 놀이, 세계 멸종위기 동물 등을 주제로 항상 새로운 방식의 특별전을 개최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획전에 대해서도 "촬영자가 직접 촬영한 순간의 경험을 생생히 전하기 위해 각각 사진에 촬영 순간 느낀 감상을 함께 적어 놨다"며 "다양한 생물에서 얻는 순수한 감동이야말로 인간과 자연을 단단히 연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장 관장은 이번 기획전을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 외에도 다른 장소에서도 이어 나가고 싶다는 입장이다. 그는 “비영리를 목적으로 한다면 어디든 사진들을 임대해 주겠다”며 “대신 조건은 더 좋은 전시작품을 모으기 위해 해당 동네의 사진을 많이 찍어주는 것, 그거 하나다”고 말했다. 이대 자연사박물관은 이번 기획전이 끝나면 전시된 사진을 국내 다른 박물관과 전시관에서 전시하도록 빌려줄 계획이다. 

 

지난달 7일부터 진행 중인 ′함께 찾는 우리나라 생물′ 특별 기획전.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 제공
지난달 7일부터 진행 중인 '함께 찾는 우리나라 생물' 특별 기획전.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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