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의 핵심 ‘커버윈도우’, 새로운 소재로 완성하다

2020.03.09 14:00
정용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마이크로나노공정그룹 박사가 새롭게 개발한 폴더블 디스플레이용 하드코팅 신소재를 들어보이고 있다. 동아사이언스DB
정용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마이크로나노공정그룹 박사가 새롭게 개발한 폴더블 디스플레이용 하드코팅 신소재를 들어보이고 있다. 동아사이언스DB

수년 전만 해도 화면이 접히는 스마트폰은 가까운 시일에는 보기 어려운 먼 미래의 기술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스마트폰 공룡기업들이 앞다투어 폴더블폰을 내놓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을 접히게 만든 연구자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면서다.

 

정용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마이크로나노공정그룹 박사는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플렉시블 하드코팅 신소재를 개발했다. 이를 이용해 평면부는 유리처럼 단단하지만 이음부는 플라스틱처럼 유연한 복합구조 형태의 커버윈도우를 제조했다. 

 

지금의 폴더블 스마트폰은 틀과 배터리를 제외한 모든 부품이 부드럽게 휘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스플레이는 이중 가장 빠르게 정복된 부품이다. 10년 전부터 이미 휘어지는 디스플레이가 나왔고, 터치패널도 빠르게 개발됐다. 가장 마지막에 구현된 부품은 외부 충격이나 오염 등에서 디스플레이 기판을 보호해주는 핵심부품인 ‘커버윈도우’다. 디스플레이 가장 바깥에 부착돼 긁힘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얇고 단단한 커버윈도우 개발 가장 어려워...새로운 소재로 가능성 모색

 

삼성에서 초창기 폴더블폰을 개발할 때 함께했던 정용철 박사. 정 박사는 “커버윈도우는 유연하게 만들기 가장 어려운 부품”이라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DB
삼성에서 초창기 폴더블폰을 개발할 때 함께했던 정용철 박사. 정 박사는 “커버윈도우는 유연하게 만들기 가장 어려운 부품”이라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DB

커버윈도우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얇으면서도 강한 내구성을 구현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상용화된 커버윈도우 중 가장 잘 알려진 코닝의 강화유리 ‘고릴라 글래스’도 최소 두께가 0.4㎜다. 이 두께를 0.1㎜까지 줄여야 굴곡성이 확보되지만, 반대로 내구성은  떨어지게 된다. 유리를 대체하기 위해 쉽게 접히는 플라스틱 소재들이 주목받았으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플라스틱을 단단하게 하려면 고분자를 중첩하게 되는데 그러면 가시광선 중 파란색을 흡수하여 누런색을 띠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투명폴리이미드(CPI, Colorless Polyimider)가 사용된다. CPI는 빛 투과율이 높고 깨지지 않으며 수십만 번을 접어도 견디는 내구성이 강점이다. 하지만 유리 소재보다 긁힘에 약하고 접히는 부분에서 주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단점 때문에 최신 폴더블폰들은 초박막 강화유리인 UTG(Ultra Thin Glass)를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유리 두께를 얇게 만드는 기술이 부족하고 수율도 낮아 양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 박사 연구팀은 기존의 커버윈도우 소재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소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UTG는 고온으로 녹여 만든 유리를 잘라서 만들어야 한다. 고온을 구현하는 게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수율도 낮다. 정 박사는 유리와 같은 특성이 있으면서도 열 대신 용매로 녹이는 값싼 공정을 활용할 물질을 찾다가 세라믹에 가까운 소재인 실리케이트(SiO₂)와 실리콘 오일(SiO) 간 중간물질을 개발했다. 

 

실리케이트는 규소(Si)와 산소(O)가 결정 구조를 이루는 단단한 물질이다. 반면 실리콘 오일은 규소와 산소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느슨한 구조다. 산소의 양을 조절함에 따라 소재의 물성이 두 물질 사이를 오가게 된다. 예를 들어 산소를 많이 섞으면 단단해지고 반대로 적어지면 말랑해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여기에 소재의 결정 구조를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해 유연한 상태는 유지하면서 강도는 높인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새로운 소재는 물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폴더블폰에 최적화된 커버윈도우를 제조할 수 있다. 평평한 평면부에 쓰일 커버윈도우 소재는 단단함을 최대한 올려줄 수 있다. 반대로 접히는 부분에 쓰일 소재는 유연함을 극대화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단단함을 유지하도록 조절할 수 있다.

 

 정 박사가 이번에 개발한 실리케이트와 실리콘 오일의 중간 물성을 지닌 새로운 소재를 관찰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DB
 정 박사가 이번에 개발한 실리케이트와 실리콘 오일의 중간 물성을 지닌 새로운 소재를 관찰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DB

 

커버윈도우 지속 제작 장비도 함께 개발

 

연구팀은 커버윈도우를 연속 제작할 수 있는 슬롯코터 장비도 개발해냈다. 단단한 평면부용 소재와 힌지 소재, 평면부 소재를 분사하는 장치를 일렬로 세운 형태다. 소재가 뽑혀 나오는 과정에서 서로 섞여가면서 굳기 때문에 접착제 없이도 다른 소재를 붙여놓은 효과를 얻는다. 정 박사는 “물리적으로 붙여놓은 복합구조는 접합부가 보일 수밖에 없지만 화학 방식은 그런 염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커버윈도우 경도는 강화유리에 가깝다. 열쇠로 강하게 여러 번 긁어도 긁힌 흔적이 남지 않는다. 유연성은 CPI와 가까우면서 20만 회 이상 반복해 접어도 내구성이 그대로 유지됐다. 여기에 이 소재는 CPI와 달리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모두 접어도 내구성을 유지한다. 연구팀은 지난해 8월 국내 특허 6건을 출원하고 3건을 등록했다. 9월에는 미국에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관련 연구결과는 지난달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응용폴리머과학 저널’에 실리기도 했다.

 

개발된 커버윈도우 제조기술은 폴더블폰용으로 개발한 기술이지만 다양한 물성이 필요한 분야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다. 동아사이언스DB
개발된 커버윈도우 제조기술은 폴더블폰용으로 개발한 기술이지만 다양한 물성이 필요한 분야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다. 동아사이언스DB

정 박사는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개발 초기를 함께 한 연구자다. 생기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 산업통상자원부와 패널 및 소재 업체가 디스플레이 산업기술 확보를 위해 공동투자한 ‘한국 디스플레이연구 컨소시엄’(KDRC) 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5년간 연구한 끝에 이번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KDRC는 미국의 SRC 사업(미국 반도체 업계들간 R&D자금을 출자하고 원천기술 개발 및 인력, 산업생태계 육성)을 벤치마킹하여 정부와 기업이 절반씩 지원해 진행한 과제다.

 

이 기술은 폴더블폰용으로 개발한 기술이지만 다양한 물성을 활용하는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차전지 분리막이나 광학모듈 코팅, 자동차 곡면 폼 성형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정 박사는 “가구업체의 가구 마감재나 전기 절연용 백시트를 제조하는 데에도 활용하는 등 중소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그런 활용이 생기원이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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