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DC '마스크 재사용 지침' 정부 인용 맞나?…전제·기준 모두 달라

2020.03.06 11:32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2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결과에 대한 정례브리핑에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2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결과에 대한 정례브리핑에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이달 3일 '마스크 재사용'을 허가하는 새로운 마스크 사용 지침을 내놨다. KF80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의 경우,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이의경 식품안전의약처장은 이런 내용의 지침을 발표하며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별도의 지침이 없는 한 최대 5회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재사용할 수 있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CDC가 이런 지침을 제시하고 있어 이를 근거로 마스크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미국 CDC가 밝히고 있는 마스크 재사용 관련 내용을 잘못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 CDC는 애초에 코로나19와 관련해 일반인의 마스크 권하지 않고 있다. 미국 CDC는 홈페이지를 통해 “CDC는 코로나19를 비롯해 호흡기 질환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여기서 미국 CDC가 말하는 마스크는 N95 마스크와 수술용 마스크를 뜻한다. 한국 보건당국이 허용한 면마스크는 애초에 질병예방용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미국 CDC는 “마스크는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질병을 옮기지 않는 용도로 쓰거나 의료시설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종사자들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건강한 일반인은 굳이 마스크를  쓸 필요까지는 없다는 의미다. 한국 보건당국이 일반인에 대한 마스크 재사용을 권장하는 것과 달리 미국 CDC는 일반인의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미국 CDC는 홈페이지를 통해 “CDC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며 “마스크는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질병을 옮기지 않는 용도로 써야한다”고 명시했다. CDC 홈페이지 캡쳐
미국 CDC는 홈페이지를 통해 “CDC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며 “마스크는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질병을 옮기지 않는 용도로 써야한다”고 명시했다. CDC 홈페이지 캡쳐

이의경 식약처장이 인용한 '마스크 재사용'과 관련된 문구는 어디서 나왔을까. 

이 식약처장이 언급한 마스크 5회까지 재사용 권고는 미국 CDC 홈페이지 속 코로나19 관련 내용이 아닌, '직장 안전과 건강 주제'라는 내용에서 등장한다.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소가 인증한 N95 마스크에 한해 의료 전문가가 제조사와 재사용에 대해 상담 후 결정해야한다는 것이다. 또 제조사 가이드라인이 없는 경우, (마스크 재사용과 관련된) 예비자료는 재사용 횟수가 5회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히고 있다.  개인적 판단이 아닌 전문가 상담을 거쳐서 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CDC는 '재사용과 관련해 제조사 지침을 꼭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최악의 경우 지침없이 재사용을 하더라도 5회를 넘겨버리면 안된다고 경고한다. 이는 미국 CDC가 마스크 재사용을 최대 5회까지 허용한다는 이 처장의 발언과는 전제와 사용 기준에서 사뭇 다르다. 

 

실제로 미국 CDC가 24시간 운영 중인 코로나19 긴급대응반과 통화한 결과 CDC는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마스크 재사용을 허용한 적이 없다”며 “일반인의 마스크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식약처가 제공한 ′미국 CDC 마스크 재사용′ 관련 내용. 식약처 제공
식약처가 제공한 '미국 CDC 마스크 재사용' 관련 내용. 식약처 제공

미국 CDC는 마스크 재사용을 언급하며 수 많은 단서조항을 열거하고 있다. 미국 CDC는 “마스크 재사용과 관련된 내용들은 의료종사자들 위해 마련됐다”며 “에어로졸이 형성되는 치료를 했을 경우 N95 마스크를 바로 폐기해야한다”고 말한다. 이어 “감염성 질환자와 접촉한 경우나 체액, 혈액이 묻은 경우도 바로 폐기해야한다”며 “재사용을 위해 보관을 하더라도 저장 용기는 정기적으로 폐기하거나 청소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마스크 재사용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재사용은 위험하다”며 “마스크 표면이 오염됐을 수도 있고, 마스크를 세탁할 경우 필터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착용만 잘하고 손 씻기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마스크, 기침 예절, 손씻기를 동시에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최평균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일반 마스크를 여러 번 사용할 경우 필터 기능 감소는 제조사마다 다를 순 있다”며 “병원에서 많이 쓰는 수술용 마스크는 일회용이라 한번 쓰고 버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마스크는 결국 호흡기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마스크가 닿는 면이 오염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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