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크리스퍼 유전자 교정, 암 정복 위한 '가위손'될까

2020.03.01 09:24
사이언스 제공
사이언스 제공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달 28일 어두운 음영으로 표시된 가위 그림자와 그 너머로 보이는 사람 얼굴 실루엣을 표지에 실었다. 사람에게 쓰는 가위 중 최근 가장 주목받는 가위는 바로 유전자를 편집하는 데 쓰이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다. 이 가위는 DNA를 자르는 절단효소와 크리스퍼RNA를 붙인 형태로 DNA 염기서열 중 목표한 위치의 DNA를 잘라내는 기술이다. 세포 유전자를 편집해 기능을 원하는 대로 교정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이제 인간의 암을 정복하는 데도 쓰이고 있다.

 

칼 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세포면역치료센터 소장 연구팀은 암 환자에게 유전자 편집 면역세포를 주입한 결과 오랜 기간 별다른 부작용이 없었다는 임상 1상 연구결과를 사이언스에 지난달 7일 발표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암 환자에게 임상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 논문은 앞서 7일 발표됐지만 3주 뒤인 28일 표지와 뉴스앤뷰 형식으로 소개됐다.

 

유전자가위는 화학항암제와 표적항암제에 이은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를 만드는 데 쓰인다. 면역항암은 사람이 가진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기술이다. 이전 세대 항암제와 달리 독성과 내성이 없다. 하지만 면역세포가 정상 세포도 공격할 수 있고 몸속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면 면역세포를 편집해 암을 공격하는 능력을 키울 뿐 아니라 세포가 오래 살아남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환자에게서 추출한 면역세포인 T세포의 유전자 3개를 제거했다. 유전자 2개는 T세포의 자연 수용체를 제거하고 합성 수용체를 만들도록 해 세포가 종양을 빠르게 찾는 데 관여한다. 나머지 1개는 T세포가 면역반응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관문인 PD-1을 제거하는 데 쓰였다. 연구팀은 이후 NY-ESO1 이라는 항원을 표적으로 하도록 렌티 바이러스를 활용해 세포를 변형했다.

 

연구팀은 다발골수종 혹은 육종을 가진 암 환자 3명을 상대로 임상을 시도했다. 암을 치료하는 데 있어 별다른 효능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세포는 길게는 9개월까지 몸속에서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별다른 부작용은 없었다. 이전에 NY-ESO1 항원을 표적으로 하도록 변형한 세포는 1주일이면 능력을 잃고 사멸했는데 유전자 편집을 가미하자 오랜 기간 살아남은 것이다.

 

준 교수는 “세포가 3가지 편집 모두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접근법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이는 동시에 여러 유전자를 표적화할 수 있는 기술의 능력을 최초로 확인한 것으로 과거 치료할 수 없었던 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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