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방법

2020.02.29 06:00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지난 글 '가짜뉴스 피하는 법'(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4493)에서 살펴 봤듯이 가짜뉴스와의 싸움은 쉽지 않다. 우선 가짜뉴스들은 실제 뉴스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널리 퍼진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실제뉴스보다 훨씬 재미있고 화제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SNS에서 공유하는 형태로 퍼져 나가기 때문에 한 번 퍼져 나가면 단속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또한 가짜뉴스들은 자극적이어서 한 번 보면 진짜 뉴스보다 더 기억에 오래 강렬하게 남기도 한다. 뇌리에 오래 남기 때문에 진짜 일어난 일인 마냥 사람들의 기억을 아예 바꿔버리기도 한다. 믿음은 잘못된 것이라도 한 번 생성되고 나면 잘 바뀌지 않는 속성이 있어서 가짜 뉴스로 인해 형성된 믿음을 수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학자들은 가짜 뉴스가 퍼진 다음에 바로잡는 것보다 사람들로 하여금 애초에 가짜 뉴스를 잘 거르고 빠져들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심리학자 존 루젠벡 교수와 샌더 반 더 린덴 교수는 약화된 병균을 신체에 접종해서 해당 균에 대한 면역력을 얻어내는 예방접종처럼 우리의 마음 또한 약한 버전의 가짜 뉴스들에 노출되고 이것들과 싸우는 경험을 통해 가짜뉴스에 대한 정신적 면역을 길러낼 수 있다고 보았다. 


가짜뉴스는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반면 팩트 체크는 별로 자극적이지도, 재미있지도 않아서 외면 받는다는 점에서 연구자들은 지루한 교육보다 즐거운 '게임'을 통해 가짜 뉴스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을 고안했다. 트릭에 대해서 몰랐을 때에는 마술에 홀딱 넘어가고 말지만 한 번 그 비밀을 알고 나면 더 이상 넘어가지 않는 것처럼, 다양한 기법을 통해 직접 가짜 뉴스를 만들어서 가짜 뉴스 계의 제왕이 되어보도록 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가짜 뉴스에 대해 듣기만 하는 것보다 실제로 체험해보는 것이 훨씬 큰 교육이 되는 법이다. 


실제 가짜 뉴스들이 사용하는 기술들에는 크게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① 없는 조직이나 기관을 만들어내거나 유명인 사칭하기. 실제 존재하는 트위터/페북 계정을 그대로 따라서 아이디가 조금 다른 계정을 만들거나 “코스모 뉴스” 같이 그럴싸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뉴스 계정 등을 만든다. 또는 여러 개의 가짜 계정을 만들어서 서로 다른 사람인 척 하면서 잘못된 주장을 옹호하는 글들을 쏟아낸다. 


② 공포나 화, 연민 등의 감정을 자극하는 언어 사용. 특정 음식에 암을 유발하는 성분이 들어있다거나, 이민자들이 우리나라 사람을 집단구타 했다는 등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가짜 뉴스를 만든다. 이미지를 활용하면 더 도움이 된다. 


③ 서로 다른 집단끼리 싸움 붙이기 또는 분열 조장(진보와 보수의 대결 구도). 정부를 불신하는 사람들에게 정부가 당신들을 버렸다는 가짜 뉴스를 퍼트리거나 반대로 정부를 신뢰하는 사람들에게 특정 집단 사람들이 국가 전복을 노리고 있다는 뉴스 퍼트리는 등 집단간 싸움 붙이기가 한 예다. 


④ 음모론 퍼트리기. 특정 집단이나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악의적인 행동을 했다는 뉴스 퍼트리기. 

 

⑤ 반대편이나 진짜 뉴스의 의도 또는 신뢰성 공격하기. 가짜 뉴스를 반박하는 사람이나 단체에 대해 알고 보니 그 단체가 세금을 떼어먹었다는 등 신뢰성을 무너트리는 말을 지어내는 것이다. 무엇무엇이 만병통치약이라는 주장을 하다가 반박을 당하면 거대 제약사와 의사들은 돈에 미쳐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여기에 속한다. 


⑥ 미끼를 던져 없던 화제를 만들어내는 등 낚시하기. 늑대가 나타났다는 식의 말 지어내기. 

 

연구자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위의 다양한 전략을 활용해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많은 영향력을 얻을 때마다 배지를 수여했다. 


예컨대 감정 자극하기 전략의 경우 아래 그림과 같이 공략하고 싶은 감정을 선택하고 그에 해당하는 자극적인 이미지를 고를 수 있다. 성공하면 팔로워 수가 늘게 된다. 

 

게임형식의 ′나쁜뉴스(https://www.getbadnews.com)′는 이용자가 가짜뉴스의 생산자 역할을 맡아 그 과정에서 방법을 익히게 한다.
게임형식의 '나쁜뉴스(https://www.getbadnews.com)'는 이용자가 가짜뉴스의 생산자 역할을 맡아 그 과정에서 방법을 익히게 한다.

연구자들은 게임을 하기 전과 후 사람들에게 가상의 가짜 뉴스를 만들어서 보여주고 이들이 얼마나 믿을만한지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게임을 하고 나서 이전에 비해 가짜 뉴스를 덜 신뢰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러한 현상은 나이, 성별, 교육수준, 정치 성향과 관계 없이 나타났다. 


가짜 뉴스가 생성되는 방법들을 간접적으로라도 체험하고 나면 가짜 뉴스를 더 잘 골라내게 된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소식이다. 믿고 싶고 공유하고 싶은 뉴스를 습득했을 때일수록 저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을 지 의심하는 습관을 길러보자. 

 

※참고자료

Roozenbeek, J., & van der Linden, S. (2019). Fake news game confers psychological resistance against online misinformation. Palgrave Communications, 5, 1-10.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