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제가 남느냐, 내가 남느냐"...머리 맞댄 과학자들

2020.03.02 07:00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 연구자들이 미국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에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 세계적 유전학자인 프랜시스 콜린스와 제임스 왓슨도 함께 참여했다. 미국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 제공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 연구자들이 미국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에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 세계적 유전학자인 프랜시스 콜린스와 제임스 왓슨도 함께 참여했다. 미국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 제공

사람의 유전정보를 담은 DNA는 약 30억 개의 염기로 구성된다. 이들 염기의 배열순서(염기서열)에 따라 생명활동에 필요한 단백질이 만들어 진다. 염기서열을 알아낸다면 질병이라는 생명활동의 원인도 알아낼 수 있다. 

 

1985년 미국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에서는 과학자들이 모여  처음으로 사람의 DNA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계획을 논의했다. 하지만 당시 기술수준으론 염기서열 30억개를 하나하나 해독하는 것은 큰 난제였다. 하지만 인류는 포기하지 않았다. 1990년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 6개국이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를 시작했고, 예상됐던 기간인 15년보다 2년 앞당겨 사람 DNA의 모든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인류가 풀어야할 숙제는 과학기술이 그때보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지금도 남아있다. 아직까지 인류는 암을 정복하지 못했고, 우주의 기원 또한 여전히 완벽히 설명하지 못한다. 조그만 세포 덩어리 하나가 어떻게 인간이 되는 지, 지구 온난화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결과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과학자들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와 같은 난제에 대한 도전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도 이런 인류의 호기심 해결은 물론 질병극복, 기후변화 문제와 같은 난제를 해결하는 ‘과학난제 도전 융합연구개발사업’이 곧 시작한다. 30~40대초 젊은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이 모여 앞으로 인류가 풀어야할 문제를 고민하고 이 가운데 꼭 해결이 필요한 난제를 뽑아 함께 창의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연구사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48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암 정복 도전과 지구 온난화 해결을 도전할 만한 과제로 보고 있다. 현재 기술로는 암이 어디로 전이될지 예측하고 억제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암 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방안도 아직은 기술이 없지만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암 조기 진단과 최적의 치료 방법이 개발되면서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없애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은 알려져 있지만 아직까지 실제 어느 정도일지 정확히 예측하는 기술도 아직은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연평균 기온이 얼마나 높아질지 예측하는 방법도 아직 도전거리로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훌륭한 연구는 결과적으로 보면 '좋은 질문'을 먼저 하는데서 시작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테면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난제 연구도 수명은 길어졌지만 과연 건강하게 오래 살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유럽과 일본 등 각국도 노벨상 수상자들까지 참여한 가운데 건강한 노후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정가영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열린 미래융합포럼에서 "삶의 환경 개선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있지만 건강 수명도 함께 늘어나지는 않는다"며 "기대 수명과 건강 수명을 일치할 방안을 마련해 초고령 사회 진입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생애주기 정보를 바탕으로 노화 억제 방법과 역노화 메커니즘 규명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여성과 비교할 때 남성은 상대적으로 단명하는 데 이런 수명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연구도 진행할 수 있다.

 

미국 정보고등연구기획청(IARPA)은 지난 2016년 이른바 '뇌 분야 아폴로 프로젝트'라 불리는 '미크론' 프로그램에 1억달러(약1216억 원)을 투자했다. 쥐의 뇌를 1세제곱밀리미터(㎣) 단위까지 관찰해 머신러닝과 AI 가동원리를 찾는 게 목적이다. 유럽은 2014년부터 '호라이즌 유럽' 프로젝트를 통해 인공광합성과 뉴로 컴퓨터 분야를, 일본은 2019년부터 '문샷' 프로젝트로 지구온난화 해결과 사이버테러 방지를 도전 중이다. 중국은 '중국 제조 2025'와 'AI 문샷' 등을 통해 항공우주와 양자컴퓨팅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과학기술 석학단체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내달 ‘과학난제 도전 협력지원단’을 설립하고 기초과학과 공학을 융합한 9개 연구 주제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우선 2곳이 선정될 예정이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