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어떤 방식으로 생명을 앗아가나

2020.02.26 16:52
코로나19 감염자는 대부분(81%) 고열과 기침, 인후통 같은 가벼운 증상을 나타내지만, 일부(14%)는 폐렴과 호흡곤란 등을 겪는다. 나머지 5%는 심각한 폐렴으로 인한 호흡부전과 패혈성 쇼크, 간이나 신장 등 여러 장기가 손상돼 목숨을 잃을 만큼 위독하다.서울대병원 제공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중국 CDC)가 24일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환자 7만2314명의 임상 사례 데이터를 보면, 대부분(81%) 고열과 기침, 인후통 같은 가벼운 증상에 그쳤지만 14%는 폐렴과 호흡곤란 등을 겪었다. 나머지 5%는 심각한 폐렴으로 인한 호흡부전과 패혈성 쇼크, 간이나 신장 등 여러 장기가 손상돼 목숨을 잃을 만큼 위독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가 감염자의 몸속에서 초기에는 감기 바이러스처럼, 중기부터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바이러스처럼 행동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감기를 일으키는 사람 코로나바이러스와 사스 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 유전적으로 비슷하다. 특히 사스 바이러스는 인간 세포에 침입할 때 반드시 결합하는 세포 수용체(ACE2)도 같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사스보다 전파력이 강하고 감염증상도 훨씬 빠른 것으로 보고 있다.

 

감염 초기는 감기, 중기부터는 사스처럼 행동해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코로나19. 마크로젠 제공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코로나19. 마크로젠 제공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런던위상열대의학대학원 공동 연구팀은 코로나19가 감염 초기에는 일반 감기 바이러스처럼, 중기부터는 사스 바이러스처럼 행동한다는 연구결과를 13일 국제학술지 '랜싯'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감염 초기에는 바이러스가 주로 호흡기 윗부분에서 증식하면서 기침과 재채기 같은 증상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감염 초기부터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많이 나타나면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유리하다. 그만큼 빨리 다른 숙주를 찾아 바깥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감염 중기부터는 호흡기 하부로 이동한 바이러스들이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처럼 3단계에 걸쳐 공격한다고 분석했다. 먼저 폐세포에 침입해 다량의 새끼 바이러스를 증식한다. 그러면 체내에서는 이를 제거하기 위한 면역세포들이 모여드는데 이때 과잉 면역반응이 일어난다. 결국 과도하게 발생한 염증 때문에 폐렴이 발생하고, 폐를 손상시킨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의 폐를 컴퓨터단층촬영(CT)했을 때 사스 환자와 마찬가지로 폐가 벌집 모양으로 손상돼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사스가 유행했을 당시에는 감염자의 약 25%가 이런 폐렴과 폐 손상을 겪었다. 코로나19도 비슷하다. 환자 대부분은 경미한 증상을 나타내지만 약 20%는 폐렴과 폐 손상, 장기 손상을 겪는다.

 

인간의 폐세포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점액을 만들어 폐를 마르지 않게 하고 병원균으로부터 보호하는 점액세포와, 점액 주변에서 꽃가루나 바이러스 등을 걸러주는 머리카락처럼 생긴 섬모세포다. 사스와 메르스 전문가인 매튜 프라이먼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 교수는 “사스 바이러스는 폐세포 중에서도 주로 섬모세포를 감염시켜 손상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결국 환자의 기관지가 점액과 노폐물로 가득 차 폐렴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역시 섬모세포를 우선적으로 감염, 손상시켜 호흡곤란과 폐렴을 유발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간과 신장, 심장 공격하는 '사이토카인 폭풍'

 

중국 충칭의 병원에서 의사가 중증 폐렴 병동에 입원한 신종 코로나 감염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제공
중국 충칭의 병원에서 의사가 중증 폐렴 병동에 입원한 신종 코로나 감염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제공

사스와 메르스는 감염자의 약 4분의 1이 설사와 복통 등 위장질환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이들 바이러스가 호흡기 뿐 아니라 위나 소장, 대장세포의 수용체에도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도 역시 소화기관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사스와 메르스 전문가인 매튜 프라이먼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 교수는 "코로나19는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와 동일한 수용체에 결합하기 때문에 위와 소장, 대장 세포에도 충분히 침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위독한 코로나19 감염자는 이외에도 급성신장질환이나 심장질환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신에 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앤젤라 라스무센 미국 컬럼비아대 감염및면역학센터 교수는 이를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설명했다. 사이토카인은 체내에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면역계가 이를 알리는 경보 물질이다. 사이토카인이 분비되면 감염된 부위로 면역세포들이 모인다. 이때 사이토카인이 과다 분비되면 면역세포가 지나치게 많이 활성화하면서 감염된 세포뿐만 아니라 건강한 세포까지도 공격할 위험이 있다.

 

라스무센 교수는 "코로나19가 처음 감염된 폐세포에서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나면 결국 폐 혈관이 약해지고 면역세포들이 간이나 비장, 신장 등 다른 장기로 이동해 과잉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며 "폐 외의 장기가 바이러스가 감염되지 않고도 극심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뇨병이나 심장질환 등 기저질환자가 건강한 사람에 비해 코로나19에 치명적인 원인도 사이토카인 폭풍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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