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글로벌 대유행’ 사실상 임박…과학자들 “새 억제 전략 필요”

2020.02.26 17:01
코로나19가 발생한 국가들. CDC 제공
코로나19가 발생한 국가들. CDC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중국을 넘어 한국과 이탈리아, 이란에서 크게 늘면서 코로나19가 이른바 글로벌 ‘대유행(팬데믹)’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4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팬데믹 선언’과 관련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팬데믹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단계라고 인정했다. 

 

26일 가디언, 네이처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WHO는 “한국과 이탈리아를 포함해 중동 지역에서도 이란 외 아프가니스탄, 바레인, 쿠웨이트, 이라크, 오만 등 5개국에서 첫 확진사례가 발생했다”며 “이는 중동 지역 상황이 급격히 바뀌고 있음을 시사하며 한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직 팬데믹 선언은 아니지만 팬데믹을 준비해야 할 단계까지 왔다고 밝혔다. 

 

WHO 팬데믹 선언에 신중론 유지

 

WHO는 팬데믹 여부에 대해 질병의 심각도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WHO는 “현재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으며 대규모 감염이나 사망 사례가 나온 것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WHO에서 보건비상프로그램을 지히하는 마이크 라이언 박사는 “확산과 관련해 예측이 가능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라면 팬데믹을 선언하는 게 오히려 더 쉬웠을 것”이라며 “그러나 코로나19와 관련된 모든 역학관계를 현재로선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잠재적인 팬데믹을 준비하는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팬데믹에 대해 질병의 중증도보다는 지리적 확산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WHO의 기준으로는 면역력이 작동하지 않는 새로운 질병이 예상밖의 범위로 전세계에 확산될 때 팬데믹이 선언된다. 대표적으로는 1870년 천연두, 1918년 스페인 독감, 2009년 H1N1 인플루엔자 등이다. 

 

중국에서 감염돼 본국으로 돌아온 관광객이나 이들 관광객에 의해 감염된 이른바 ‘인덱스 케이스(index case)’는 팬데믹 선언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지역사회 전반적으로 사람 간 감염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현상이 발생해야 팬데믹이 선언된다. 현재 시점에서 아직 미국이나 영국, 남미, 호주 같은 영미권에서는 지역사회 감염이 활발히 발생하지 않고 있다. 

 

WHO 고문으로 일한 적 있는 감염병 관리 전문가인 메리-루즈 맥로즈 박사는 “팬데믹 선언이 항상 명쾌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정 모델링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WHO와 다른 보건기관 간 모델링 방법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WHO가 최종 결정하지만 팬데믹 선언에 특정 감염자수나 사망자수, 감염국가수 등 정해진 임계수치는 없다. 

 

예를 들어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26개 국가에 감염자가 발생해도 팬데믹은 선언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사스는 빠르게 확산됐으며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캐나다 등 일부 국가만 크게 영향을 받았다. 맥로즈 교수는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다는 것은 팬데믹 징후를 무시하지 않고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며 컨트롤하는 데 필요한 재정적 지원이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팬데믹 선언이 가져올 전세계적인 공황 상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일례로 2009년 ‘돼지 독감’으로 알려진 H1N1에 대한 팬데믹 선언이 불필요한 글로벌 공황 사태아 정부의 지나친 항바이러스 약물 구매비용 지출 등을 유발했는지 여부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수행됐다. 코로나19의 경우 일반적으로 증상이 경미하며 대부분은 6일 이내에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주 퀸즐랜드 소재 멘지스 보건연구소의 나이젤 맥밀란 교수는 “감염자의 95%가 경미한 감기 증상을 보일 경우 음식이나 석유를 사재기하는 상황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팬데믹은 여행 제한 같은 조치가 더 이상 유효하거나 합리적이지 않거나 다음 단계를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이 준비되기까지 대략 1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의 충격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도쿄 지하철에서 승객들이 마스크를 끼고 있는 모습이다.. 도쿄AP/연합뉴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의 충격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도쿄 지하철에서 승객들이 마스크를 끼고 있는 모습이다.. 도쿄AP/연합뉴스 제공

“확산 억제를 위한 새로운 전략 필요한 시점”

 

과학자들은 최근의 급증 사태에서 중국과의 명확한 연관성이 없는 사례가 대거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는 게 불가능하며 확산 억제를 위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학교나 직장 폐쇄와 같은 사회적 활동을 제한하는 훨씬 더 광범위한 조치도 포함된다. 

 

미국 하버드대 감염병 전문가인 마크 립시치 교수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WHO가 뭐라 하든 간에 팬데믹의 역학 조건이 충족됐다고 생각한다”며 “팬데믹의 합리적인 정의 기준에서는 현재 팬데믹이라는 증거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5일(현지시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에서 지역사회 감염 확산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역사회 감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해외 여행하는 이들이 많지 않은 이란에서 확진 사례와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은 더 많은 확진 환자가 나올 가능성을 암시하며 이란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대부분 사례에서 역학 조사상 밝혀지지 않는 점 등을 볼 때 더 이상 추적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다. 

 

팬데믹이 선언되면 해외 여행, 교역 제한 등 경제적 영향은 물론 학교나 직장 등 개인의 사회 활동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같은 조치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918년 스페인 독감 사례에서 학교나 교회, 극장과 같은 공공 장소를 조기에 폐쇄한 도시는 나중에 이러한 조치를 취한 도시에 비해 사망률과 전체 환자수가 낮았다는 연구 사례가 있다. 

 

그러나 역학자들은 현재 코로나19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들이 감염에 취약한지 여부가 팬데믹 선언에 결정적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밀접하게 연결된 감염 사례를 분석해 어린이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또 감염됐던 환자들이 격리 해제되면서 재감염에 대한 면역성이 생겼는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는 게 과학자들의 지적이다. 감염됐다가 회복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추적 연구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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