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S연례회의]"죽은 후 온라인에 남은 내 정보, 스스로 책임감 가져야"

2020.02.26 12:12
LA에 그려진 브라이언트와 딸 벽화다. 지난 26일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가 갑작스러운 헬기 사고로 목숨을 잃으며 전 세계 농구팬들에 슬픔을 안겨줬다. 연합뉴스/EPA 제공
LA에 그려진 브라이언트와 딸 벽화다. 지난 26일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가 갑작스러운 헬기 사고로 목숨을 잃으며 전 세계 농구팬들에 슬픔을 안겨줬다. 연합뉴스/EPA 제공

지난달 26일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가 갑작스러운 헬기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NBA 농구팀 LA 레이커스의 레전드로 농구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의 사망 소식에 전 세계 추도의 물결이 일었다. 특히 많은 팬들이 페이스북 등 그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애도의 뜻을 담은 글을 남겼다. 그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사람들이 여전히 그와 연결돼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누가 관리하고 접속할 수 있는 지는 불명확하다. 현대인들의 소셜 미디어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새로운 사회윤리적 이슈가 제기된 것이다. 이렇게 고인이 사망한 후 온라인 상에 남는 고인의 정보를 ‘디지털 애프터라이프(Digital Afterlife)’라 부른다.


파힘 후사인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사회미래혁신부 교수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회의에서 ‘당신이 사망한 후 당신의 디지털 자아는 어떻게 될까’를 주제로 디지털 애프터라이프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파힘 후사인(왼쪽)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사회미래혁신부 교수가 발표를 진행 중이다. 함께 디지털 윤리에 대한 발표를 진행한 스테파니 풀레톤(가운데) 미국 워싱턴대 의대 교수와 린 카펜터보그(오른쪽) 미국 워싱턴주립대 교수의 모습. 시애틀=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파힘 후사인(왼쪽)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사회미래혁신부 교수가 발표를 진행 중이다. 함께 디지털 윤리에 대한 발표를 진행한 스테파니 풀레톤(가운데) 미국 워싱턴대 의대 교수와 린 카펜터보그(오른쪽) 미국 워싱턴주립대 교수의 모습. 시애틀=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후사인 교수는 디지털 애프터라이프에 대해 “우리가 소셜 미디어에 우리의 사진, 기억, 메시지를 남긴 채 죽게 된다”며 “페이스북은 물론이고 예를 들어 구글 계정에는 우리가 어떤 것을 했고, 무엇을 말했고, 어떤 것을 검색했는 지가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부분에 대해 고심하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모두가 디지털 애프터라이프에 영향을 받지만 여기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의 부재로 인해 소셜 미디어 회사들이 본인들의 구미에 맞게 관련 정보들을 다루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페이스북은 2004년 2월 개설된 이래로 많은 사용자들을 모으며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소셜미디어가 됐다. 통계전문업체인 스테티스타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2019년도 4분기 월간 사용자는 25억명에 달한다. 전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문제는 2060년 즈음에 다다르면 사망한 사용자의 숫자가 살아있는 사용자의 숫자를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는 점이다. 후사인 교수의 주장처럼 현재 사망자의 디지털 애프터라이프에 대한 지침은 없다. 그는 “지침이 없다는 것은 법적인 안전망이 없다는 의미”라며 “실제로 사회운동을 하던 나히안 알 묵타디르의 가족들은 그가 암으로 사망한 후 그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들을 책으로 출판하고 싶었지만 페이스북이 그걸 막았고, 가족들은 나히안의 디지털 애프터라이프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망한 사람도 여전히 개인 정보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용자는 항상 소셜 미디어의 정책을 살피며 언제까지 소셜 미디어 회사가 내 정보를 소유하는 지를 살피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으로 당장 디지털 애프터라이프에 대해 규제하기 보다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후사인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사례를 제시하며 사망자의 소셜미디어가 추모를 위한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경우, 소셜미디어를 디지털 묘지로 사용하고 있다”며 “묘지에 QR코드가 있는데 이 코드는 살아생전 고인이 좋아했던 노래나 영화, 명언 등과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라며 “고인을 추모하며 남은 사람들의 치료를 돕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AAAS 연례회의는 ‘내일의 지구를 그리자(Envisioning Tomorrow’s Earth)’을 주제로 이달 13일부터 17일까지 미국 시애틀에서 열렸다.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국제공중보건 등이 주요 의제였다. 기후변화로 위기를 맞은 지구를 구할 과학적 방법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야기된 국제공중보건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과 심리학, 기술, 화학, 자연재해, 빅데이터 등도 논의 대상에 올라 이와 관련해 120여개가 넘는 세션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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