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달 착륙 계산한 '히든피겨스'주인공 캐서린 존슨 우주 별이 되다

2020.02.25 13:27
미국항공우주국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계산원 중 한 명으로 주요 우주탐사 임무에 공헌한 캐서린 존슨이 24일 10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NASA 제공
미국항공우주국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계산원 중 한 명으로 주요 우주탐사 임무에 공헌한 캐서린 존슨이 24일 10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NASA 제공

인종 차별이 극심하던 1950년대에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수학자가 차별을 딛고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입성해 미국 최초의 유인우주비행과 유인달탐사 임무를 성공으로 이끈 실화를 다룬 영화 ‘히든피겨스’의 실제 주인공인 캐서린 존슨(사진)이 24일 오전(현지시간) 10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제임스 브라이든스틴 NASA 국장은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그의 부고를 전하며 “NASA의 초창기 발전을 일군 리더를 잃게 됐다”고 애도했다. 그는 “캐서린 존슨은 NASA의 수학자이자 모든 인종이 평등을 누리도록 이끈 개척자였고, 미국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을 성공시킨 공로자이자 수학과 과학교육의 투사였다”며 “NASA에서 가장 영감어린 인물 중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1918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태어난 존슨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주로 다니는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며 평범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의 삶을 살았다. 어려서부터 수학에 재능을 보인 그는 만 18세의 나이로 웨스트버지니아주립대 수학과를 최고 학점으로 졸업했고, 버지니아주 내의 흑인 공립학교에서 아프리카계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됐다. 학문에 대한 뜻을 접지 않은 그는 21세이던 1939년 당시 주에서 가장 좋은 대학이던 웨스트버지니아대의 수학과 대학원에 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로 진학했다. 하지만 결혼과 함께 대학원을 그만두고 세 아이를 키우는 주부로 살며 틈틈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의 인생이 바뀐 것은 오랜 경력단절 뒤인 1952년이었다. 친척이 NASA의 전신인 미국국립항공자문위원회(NACA)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으로만 이뤄진 전문 계산원 팀을 꾸린다는 소식을 존슨에게 전했다. 당시는 아직 오늘날과 같은 성능 좋은 전자식 컴퓨터가 널리 활용되지 않던 시기로, NASA조차 복잡한 항공 우주 관련 계산을 인간 계산원(컴퓨터)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주로 값싼 인건비를 주고 고용할 수 있는 여성 수학자가 맡았는데, 그나마 백인 여성에게만 열려 있던 이 일자리가 처음으로 유색인종에게 열린 것이다. 이 팀의 부서장은 같은 웨스트버지니아주 출신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인 도로시 본이었다. 본은 영화 히든피겨스에 존슨과 함께 등장하는 주인공 세 명 중 한 명(옥타비아 스펜서 분)이다.


존슨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 학생을 가르칠지 또는 최초로 NACA에 들어가 연구원으로 일할지 선택의 갈림길에서 NACA를 택했다. 이듬해인 1953년 NACA 랭리연구센터에 입사한 존슨은 항공연구부서의 항공하중계산팀과 항로계산팀에 배치돼 항공기 충돌 사고 조사 분석과 비행 경로 해석 등의 업무를 맡았다. 1957년 구소련의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 직후 NACA는 우주 기술 연구를 확대했고 1958년 NASA로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이미 여러 우주 기술 관련 계산 임무에 두루 참여하고 있던 존슨 역시 자연스럽게 우주 개발 임무에 투입됐다.


이후 존슨은 1961년 우주인 앨런 셰퍼드가 수행한 미국 최초의 유인우주탄도비행을 시작으로 미국의 굵직한 우주개발임무의 궤도 계산에 참여했다. 1962년 수행한 존 글렌의 미국 최초 유인우주궤도비행, 1969년 아폴로 11호의 인류 최초 유인 달탐사 임무 등에 참여했다. 특히 글렌이 NASA가 새로 도입한 전자식 컴퓨터의 궤도 해석 결과를 믿지 못해 존슨에게 계산 결과를 다시 점검해 줄 것을 부탁한 일화와, 한치의 오차도 없었던 달탐사 임무가 유명하다. 그는 랭리연구센터에서 33년간 일한 뒤 1986년 은퇴했지만, 이후에도 우주왕복선과 지구관측위성 ‘랜드샛’ 등 임무에 참여했다.

 

미국항공우주국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계산원 중 한 명으로 주요 우주탐사 임무에 공헌한 캐서린 존슨이 24일 10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사진은 2016년 랭리연구소에서 감사패를 받는 모습이다. NASA 제공
미국항공우주국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계산원 중 한 명으로 주요 우주탐사 임무에 공헌한 캐서린 존슨이 24일 10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사진은 2016년 랭리연구소에서 감사패를 받는 모습이다. NASA 제공

영화와 책으로 유명해졌지만, 존슨의 이야기가 주목을 받은 것은 최근 일이다. 평소 그는 “과학은 협력과 노력이 중요하다”며 “나 혼자만의 업적이 절대 아니다. 모든 성과는 팀으로서 이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존슨은 2015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최고의 상인 대통령자유훈장을 받았다. 2019년, NASA는 랭리연구소에 1993년 건설했던 데이터 검증센터에 존슨의 이름을 새로 붙였다. 유인우주비행 등 가장 높은 정밀도와 안전을 필요로 하는 우주 임무의 계산과 검증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이다. 당시 짐 브라이든스틴 국장은 “존슨의 삶과 업적은 NASA의 초기에 중요한 우주임무의 안전과 성공에 큰 기여를 했다”며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 캐서린 존슨 데이터 검증센터 역시 NASA의 아르테미스 임무 등 첨단 임무를 수행하는 소프트웨어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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